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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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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 루시퍼의 삶
2. 비잔티움의 악마
3. 이슬람교의 악마
4. 민담
5. 중세 초기의 악마론
6. 초기 중세의 예술과 문학에 등장하는 루시퍼
7. 악마와 학자
8. 전성기 중세 예술과 문학에 등장하는 루시퍼
9. 연극에 나타난 루시퍼
10. 유명론자, 신비주의, 그리고 마법사
11. 악마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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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시간의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악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 19세기의 사람들은 비록 어떤 일이 때때로 그리고 일시적으로 잘못되더라도, 그 어려움을 해결하고 마침내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나 영원한 진보를 믿는 다른 진보론자들은 미래가 더 나은 세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와 그의 동료들은 시간과 영원한 진보에 종지부를 찍기 시작했다. 100억 년의 시간 후인 20세기에 우리는 진화와 전진, 생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 과정을 시작했다. 분명한 시각과 용기를 가지고 지금 당장 악과 맞붙어 싸우는 것만이 다가오는 멸망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다. -루시퍼:26p. ?코란?에서 악마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이블리스(Iblis)이다. 항상 단수이며, 개인의 이름인 “이블리스”는 코란에서 아홉 번 나타나는데, 그중 일곱 번은 하느님의 은총으로부터 그가 타락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몇몇 비평가들은 이블리스가 반역의 결과로 그의 다른 이름, 샤이탄( Shaytan)을 얻었다고 주장했고, 어떤 이들은 ?코란?이 악마와 신의 관계를 설명할 때는 이블리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인간과의 관계를 설명할 때는 샤이탄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이블리스와 샤이탄이 동일한 악마적 존재를 나타내는 두 이름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루시퍼:66p. 악마에게는 조력자와 공범뿐 아니라 가족도 있다. 그의 할머니(드물게는 그의 어머니)는 민담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기원을 보면, 다산의 여신 키벨레, 마그나 마테르, 혹은 홀다, 악마의 할머니는 거대한 힘을 지닌 무시무시한 인물로 ?베오울프?에 나오는 괴물, 그렌델의 극악무도한 어머니의 원형이다. 사탄에게는 수많은 아내가 있다. 때때로 그의 아내는 이전에 다산의 여신이었다. 혹은 몽마(夢魔)와 함께 잠을 자는 여자들 중에서 자신의 신부를 데려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악마의 결혼생활이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가 구애에 성공한 여자가 무시무시한 잔소리꾼이나 바가지 긁는 여자로 변할 수도 있다. -루시퍼:97~98p. 신은 인간의 본성이 우주 및 신과 조화를 이루도록 창조한다. 조화는 인간이 신의 계획에 복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들과 식물들은 자연적으로, 아무런 자의식 없이 우주 안에 존재하므로, 그들에게는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자유가 없다. 그러나 인간은 우주와 조화를 이루며 살거나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죄는 의식적인 것으로, 우주 안에 있는 신의 원형을 자발적으로 버리는 것이다. 원죄는 인류가 아담을 통해 마땅히 신에게 바쳐야 할 몫을 바치지 않기로 택한 것이다. 원죄는 우주에 분열과 부조화, 혼란, 부정의, 불화, 불균형을 가져왔으며, 인류를 신으로부터 떼어놓았다. 우리는 신에게서 그의 신성한 본질에 속한 것을 빼앗을 힘이 없다. 그러나 신으로부터 그가 우리에게 바라는 조화로운 실존을 빼앗을 수는 있다. -루시퍼:220p. 중세의 이단은 정치적 안정성의 증가, 넓어진 식자층, 도시 내 학습기관의 증가, 상업적 왕래를 통한 의견 교환 등에 부분적으로 힘입어, 11세기 중반부터 급속히 팽창했다. 대중적인 이단의 활동은 수없이 많지만, 지적인 의견차이는 적어도 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신학자들은 지식인 이단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교리를 수정하고 가다듬었으며, 사회적인 이설(異說)에 대한 그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논박을 목적으로, 그것을 지적인 용어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단은 그들이 아니었다면 무시되었을 특정 영역에 신학의 초점을 집중했으며, 이단의 관점은 신학자들에 의해 거부되었을 때조차도 문학이나 예술로 종종 흘러들어갔다. 이단자들은 스스로를 이단이라 생각지 않았으며, 자신들이 진정한 사도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고 믿었다. 중세 라틴에서 적용되었던 유일한 이단의 정의는 인위적인 것이다. 즉, 일정한 시기에 교황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는 교리이다. 근대의 역사적 사상은 이단과 정통파의 사상을 단정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그들이 같은 문화적,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한다. -루시퍼: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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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악 또는 선의 이면裏面] 사람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그로 인해 사람은 매순간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러한 선택은 점심때 무얼 먹을까와 같은 사소한 것에서도 이루어지지만 남에게 자선을 베풀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서도 이루어진다.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은 선악 어디에나 열려있는 것이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선도 없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악도 없다. 이처럼 악은 인간의 본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악의 본질을 찾기 위해 악마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인간을 만나면 된다. 인간의 산물을 만나면 된다. 먼 옛날부터 인간은 악의 표상들을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여 왔다. 수메르 신화, 이집트 신화에서 우리는 그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상징과 그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대의 현인들은 악의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그것을 철학적 통찰의 글로 남겼다. 종교는 악의 문제에 정면으로 대결하여 그것을 이겨내고 궁극적인 선에 이르는 방안을 인류에게 제시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그토록 많은 이들이 악과 대결해왔는데도 악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미신이 없어지고 이성적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는 근대 계몽주의 이후에도 인간은 쉴새없이, 정말로 쉴새없이 악한 행동을 저질러 왔다. 21세기에도 악은 계속되고 있다. 악마의 화신처럼 보이는 이들은 대량의 인종학살을 저지른다. 도처에 악이다. 그러니 여기서 우리는 또다시 태초의 물음을 묻게 된다. '도대체 악은 왜 있는가', '도대체 악은 무엇인가'. 제프리 버튼 러셀의 4부작의 출발점 역시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그는 악마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표상한 악을 역사 속에서, 문헌 속에서 찾아내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것은 그의 탐구가 악에 대한 신학적 접근이 아닌 역사적 접근임을 의미한다. 담담하게 악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는 악에 대한 판단을 우리의 자유의지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고대와 중세, 현대에 이르는 통사적 고찰과 동과 서를 넘나드는 해박한 분석과 문헌 자료 앞에서 독자는 인류의 역사에서 악이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새삼스럽게 깨닫고, 오늘날의 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가늠하게 된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악 또는 악마의 개념을 개괄하는 전체 4권의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저자 제프리 버튼 러셀(Jeffrey Burton Russell)은 20여 년 동안 인류의 문명사에서 악의 문제를 줄기차게 탐구해왔다. 종교개혁과 뒤이은 합리주의의 대두로 중세의 권위를 잃은 악마는 19세기에 이르러 특권층에 대한 반항의 상징이자 인간의 타락과 어리석음을 야유하는 메타포가 되었고, 20세기에 일어난 대량살육은 악마를 신학적, 철학적 관점에서 다시 고찰하는 계기가 됐다. 러셀은 객관적인 역사학자의 시각으로 악과 악마의 개념을 추적했으며, 그가 참조한 분야는 신학과 철학, 문학, 미술 더 나아가 대중 예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연구의 폭과 깊이를 넓혀나갔다. 명실상부하게 인간이 손댄 모든 분야의 이면을 뒤집어, 문명과 문화의 참모습을 남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인류 문명의 저 깊숙한 지하 속에서 켜켜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빛을 보지 못했던 또 하나의 유산을 마치 고고학자가 지층 속 유물을 탐사하듯 세심한 지성의 등불을 밝혀 우리 앞에 그 전모를 펼쳐 보인다. 네 권의 저작을 통해서 러셀은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악 또는 악마의 구체적인 개념을 규명하고자 깊이 천착했다. 고대로부터 초기 기독교 시대, 그리고 중세를 거치면서 악의 상징은 그 시대의 상황과 맞물리며 변용되어왔다. 전권을 통해서 저자는 가장 극명한 악의 상징들이 역사 속에서 변용되어온 과정을 파고들면서도 탐구의 대상들이 단순히 학문의 영역으로만 제한되지 않고 인간의 삶 속에서 생생하게 경험하게 되는 엄연한 현실임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고대로부터 초기 기독교, 중세와 근대를 아우르는 러셀의 지적 여정은 이전에 단편적으로 또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악과 악마에 관한 문헌과 지식들을 총망라한 셈이다. 빛이 그 밝음을 더할수록 그 이면엔 더 짙은 어둠이 드리워지는 법. 그저 멀리하며 들여다보기 꺼려 했던 인간 역사의 다른 한쪽이 드러나면서, 비로소 인류 문화사는 온전한 양 날개를 펼치게 되었다. 두려움과 무지가, 역사적 문맥과 지성으로 진실을 밝혀보려는 용기를 통해 극복된다면, 러셀의 이 도저한 작업은 우리에게 문명을 이해하는 균형감각을 갖게 해주리라 생각한다. 이 시리즈는 이미 20세기 서구 지성사의 중요한 부분을 채우는 필독서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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