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비정상의 과학, 조던 스몰러, 성적매력, 피터의법칙, 터보엔진, 민감기, 풍파효과, 본성과 양육, 병적인 정상, 빅파이브, 성격, 심리학자, 고든올포트, 공감피로,정도를넘어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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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15년 동안, 유전자 및 뇌의 차원에서 우울증, 불안 장애, 조울증, 정신분열증(현재는 ‘조현병’으로 바꾸어 부르는 경향이 있다-옮긴이), 약물 의존, 인격 장애 같은 정신 질환을 연구해왔다. 그런데 이 같은 장애에 대해 배우면 배울수록, 뇌와 마음이 어떻게 하여 길을 잘못 드는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무엇보다 그것들이 어떻게 기능하도록 되어 있는지 이해하는 것임을 확고하게 인정하게 되었다. 정신 기능 장애는 기능이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불안 장애는 인간에게 위협을 감지하고 반응하도록 고안된 뇌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왜곡되거나 과장될 때, 공포와 불안은 우리 삶을 압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메커니즘은 분명 정상적인 기질의 아동이 생애 초기에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나 사람들을 피하거나, 접근하는 성향 말이다. 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 장애에 민감하게 만드는 유전자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는 정상적인 공포를 조절하는 뇌 회로의 기질은 물론 인간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를 발견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 서문_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파악하다 pp.008~009

애착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파국을 맞아 균열되면, 유대감을 이루고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엄청나게 형편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 일부 아이들은 애착을 형성할 기회마저도 절대 얻지 못한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돌보는 이에게 애착을 형성할 기본적인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삶을 시작한다. 우리 뇌는 우리가 동일시하고

번아웃 증후군, 결정 장애 증후군, 스마일마스크 증후군, 파랑새 증후군 등등, 현대 사회에는 수많은 증후군들이 존재한다. 안개 공포증, 시간 공포증, 친척 공포증, 숫자 13공포증 등등, 공포증의 종류도 한두 개가 아니다. 심지어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일생 중 최소 한 번은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이 제시하는 정신 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듯 현대 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정신 질환들을 찾아내고 또 정의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세분화되고 또 넓어지고 있는 정신 질환 분류 체계에서,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정상’은 과연 존재하는 걸까? 정말로 우리 모두는 정신병 하나쯤은 갖고 사는, ‘비정상’인 걸까?
이 책 《정상과 비정상의 과학》(원제 : The other side of normal)은 비정상을 정의하기에만 바빴던 현대 정신의학과는 반대로, ‘정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본(정상)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그것을 벗어난 것들(비정상)을 확실히 정의할 수 있을 테니, 새로운 정신 질환을 정의하고 그 범위를 넓히기 전에 정상에 대한 논의부터 마치자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부교수인 조던 스몰러Jordan Smoller는 자신이 정상을 정의하려는 이유에 대해 “마음과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다루는 기본적인 지도가 없다면, 우리는 이상하고 기이하며 문제 있다고 판단되는 행동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채, 정상과 비정상을 정의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상성’을 정의하기 위해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진화생물학, 신경과학, 유전학, 심리학, 그리고 사회문화적 영향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총망라한다. 그 결과 이 책은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전문성을 갖추어, 정상과 비정상을 둘러싼 끝나지 않는 논의에 대한 중요한 한 수를 놓게 되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여기부터 여기까지는 정상이고, 저기부터는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또, 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해야 하는 걸까?
저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경계선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정상과 비정상의 관계는 마치 낮과 밤의 관계와도 같다고 말한다. 낮과 밤은 분명히 다르지만, 둘 사이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낮과 밤을 중심으로 계획을 짜기 때문에, 그 둘을 분명히 구분 짓길 원한다. 정상과 비정상도 마찬가지다. 이 둘은 분명히 다르지만, 경계를 구분 짓기 위해서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낮과 밤을 구분 짓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듯이,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고 고통스럽게 하는 증상을 발견하고 구분 짓는 일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둘을 파악할 수 있는 걸까? 저자는 ‘정상의 생물학’을 통해 그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즉 우리의 뇌와 마음이 원래 어떻게 기능하도록 되어 있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도록 고안되어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통해서 말이다. 이에 따라 책은 기질과 성격의 유전학적 뿌리를 탐구하고(2장), 양육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3장)한다. 이어서 사회 인지와 공감(4장), 애착과 신뢰(5장), 성적 매력(6장), 두려움과 정서 기억의 영향(7장)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공유한 인간성, 우리 삶의 유일무이한 궤적, 우리가 정신적 고통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의 측면에서 ‘정상의 생물학’이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8장)로 끝을 맺는다.

뇌와 마음의 정상적인 메커니즘
그렇다면 우리의 뇌와 마음은 원래 무엇을 하도록 고안되어 있는 걸까? 좀 더 깊이 있게 책을 살펴보자.
신생아는 타고난 기질을 지니고 태어난다. 이 기질에 따라 아이는 세상에 다가가는 방식을 결정하는데, 그 흔적은 아이가 성장해서 살아가는 동안 아이가 맺는 관계, 일, 심지어, 정신 건강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아동기 초기에 기질적으로 수줍음을 잘 타던 아이들은 커서도 작은 규모의 사회 네트워크를 유지할 개연성이 좀 더 높고, 불안 장애를 앓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더 높다. 그리고 특히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심신이 쇠약해지는 증상인 ‘사회 공포증’의 발병 확률이 높은 편이다. 물론 여기에 환경 요소가 가미되어 상황을 여러 가지로 바꾼다. 이러한 기질에 따른 접근법은 장애로 나타나는 증상 및 증후군을 파악하게 한다. 기질과 성격의 기저를 이루는 유전적 변이로부터,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포함한 흔히 나타나는 공통 장애의 유전 성분 상당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의 생물학은 이를 통해 해결법을 찾아낼 수 있다.
한편 ‘경계성 인격 장애’라는 질환은 1980년대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 3판에 공식적 진단으로 등재됐다. 이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자신이 거부, 배반, 버림당했다고 느끼면 심한 정서적 고통을 느끼는 경향이 있고, 이 고통을 격렬한 분노, 공황 상태, 자기 파괴적 행동 등으로 표출한다. 경계성 인격 장애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이 진단이 불안정한 정서 및 관계의 지속을 포착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상처 입기 쉬운 아이는, 감정 반응도에 대해 기질적으로 변덕스러운 성향을 만들어내는 유전적 자질을 지닌 채 삶을 시작할 수도 있다. 이후 생애 초기 겪는 중대한 역경, 또는 적대적이거나 변덕스러운 가정환경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 체계가 아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설정될 수도 있고, 또 이런 가정환경은 아이의 뇌를 부정적인 정서 상태 쪽으로 인식하고 느끼도록 편향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인식은 거꾸로 마음 이론 및 공감 기술을 발달하는 데 영향을 끼쳐, 다른 사람의 의도와 느낌을 잘못 해석하는 경향은 물론, 위협과 상실의 징후에 대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결과를 만든다. 여러 연구를 통해 ‘불안정 애착’과 경계성 인격 장애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즉 이 장애는 불규칙하고 변덕스럽게 사랑을 받아서, 애착을 잘 형성하지 못한 이들이 앓는 장애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과학》은 기본적으로 우리 뇌와 마음의 정상적인 메커니즘을 밝히면서 이것을 벗어났을 때 나타나는 정신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그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연구 결과와 심리 실험을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 더욱 폭넓은 이해를 얻게 된다.

이 책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이 매뉴얼이 지닌 한계와 모순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간다. 그간 다수의 심리학, 정신분석학에서 언급된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이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궁금증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상의 기준만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이 책은, 뇌와 마음의 정상적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을 통해 더욱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추 천 사
“저 사람 제정신인가요? 진단을 내려주세요.” 사람들이 정신과 의사에게 제일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실제로 정신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300개에 가까운 정신 질환의 진단 기준을 외워야 한다. 그런데도 부족한지 게임중독부터 결정 장애 증후군, 번아웃 증후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는 새로운 문제를 정신 질환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모두는 한 가지 이상의 정신 질환을 안고 산다”고 자조하기에 이르렀다. 정말 그런 것일까?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새로운 병리를 찾기 이전에 먼저 ‘정상이란 무엇인가’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역발상의 제안을 한다. 그렇다. 기본이 분명해야 거기서 벗어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생물학, 역학, 심리학, 유전학 및 사회문화적 영향까지 통틀어 인간 정신세계의 정상성을 정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세상이 어수선하여 이러다가 미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에 휩싸인 사람일수록 정상성을 확인하기 위한 지침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 가이드가 될 것이다.
- 하지현(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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