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의 과학, 제니퍼 애커먼, 계산대, 룸메이트, 영국 감기연구소, 앤드루스경, 버지니아대학교, 점액, 원시, 사이토카인, 화학 물질, 피코르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나바이러스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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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보다 짧은 악수가 더 위험하다!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질병, 감기에 대한 심층 보고서

범죄가 일어나기도 전, 그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처단하는 2054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터리티 리포트’를 보면 실소를 짓게 만드는 장면이 하나 나온다. 주인공 앤더튼의 상관인 버기스가 뜨거운 허브티를 불어 마시며 손수건으로 코를 팽 풀고는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는 것이다. “이놈의 감기 치료제는 왜 아직도 나오지 않는 거야!”
자동차가 빌딩 벽을 도로 삼아 달리고, 저지르지도 않는 범죄도 예측하는 최첨단의 미래에도 감기만은 어쩔 수 없을 거라는 스티븐 스필버그 식의 유머라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이런 유머가 등장할 만큼, 감기는 인류와 함께한 질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질병 극복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감기만큼은 여전히 정복되지 않았다. 의학의 발달로 불치병으로 인식되던 에이즈 같은 질병도 정복하는 시대에 왜 감기처럼 흔한 질병을 예방할 백신은 만들지 못하는 걸까?
감기는 가장 흔한 질병이지만 정작 우리는 감기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 저명한 과학저술가이자 뉴욕타임스와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저널리스트인 제니퍼 애커먼은 ‘감기의 과학’(21세기북스, 값 17,000원)에서 그동안의 연구와 임상실험 사례들을 풍부하게 인용하면서 감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과 예방법을 설명해주면서 감기를 둘러싼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준다.

면역력이 강할수록 몸은 더 많이 아프다?
우리는 일생 동안 200회쯤 감기에 걸리고, 5년을 감기 증상에 시달리며, 1년 정도를 감기로 몸져누워 보낸다. 이쯤 되면 철따라 한 번씩 왔다 가는 사소하고 흔한 질병으로 넘기기에는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다. 게다가 도시화·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현대 사회는 감기 바이러스를 옮기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그렇다면 대체 감기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며, 인체에 어떤 작용을 할까? 우리는 이 끈질긴 불청객을 물리칠 수 있을까?
감기에 걸린다는 것은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다는 뜻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하면 인체는 사이토카인이라는 화학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은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체의 ‘방어작용’ 즉, 면역 반응의 일환으로 콧물, 기침, 목이 따끔거리는 등의 ...(하략)

[저자 : 제니퍼 애커먼
저자 제니퍼 애커먼 JENNIFER ACKERMAN은 예일대학교를 졸업한 후, 20년 이상 과학과 자연에 대한 독창적인 글을 써온 저널리스트이자 저명한 과학 저술가이다.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결합한 저술로 대중들에게 커다란 찬사와 호응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우먼스 헬스 등 많은 유명 잡지에 에세이와 기사를 싣고 있으며, 베스트셀러 ≪내 몸의 사생활(SEX, SLEEP, EAT, DRINK, DREAM)≫ ≪유전, 운명과 우연의 자연사(CHANCE IN THE HOUSE OF FATE)≫ ≪해안가에서 온 메모(NOTE FROM THE SHORE)≫ 등의 책을 썼다. 이 책들은 ‘뉴욕타임스기자 선정도서’, ‘사이언스 뉴스가 선정한 참신하고 주목할 만한 과학도서’, ‘미국 과학 북클럽 주요 선정도서’로 뽑히기도 했다. 현재 터프츠대학교 시민공공서비스대학 수석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하버드대학교, MIT, 버지니아대학교 등에서 강연을 하고, 저술 활동 또한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역자 : 한세정
역자 한세정은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소설을 전공하면서 스토리와 생각의 힘을 배웠다. 출판사에서 기획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단행본 번역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96시간≫ ≪과학, 죽음을 죽이다≫ ≪여럿이 한 호흡≫ ≪넥스트! NEXT≫ ≪헤븐≫ ≪프랭클린처럼 살아보기≫ ≪믿음의 한 줄≫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감기에 관한 차가운 진실

1장감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
2장당신을 노리는 감기 바이러스
3장세균들
4장감기라는 재앙
5장감기가 사는 곳
6장죽음을 부르는 감기
7장감기를 없애는 법
8장웬만하면 걸리지 않는 게 상책
9장감기에 대한 옹호

부록감기에 걸렸을 때 우리를 위로하는 것들
감사의 글
주석
책속으로
감기는 최소 200여 가지의 각기 다른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 지금 내 코를 통과하고 있는 바이러스 역시 곧 감기를 일으키리라. 이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라는 대가족에 속해 있는데, 리노바이러스가 유발하는 감기는 전체 감기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 감기 바이러스에는 최소 크게 다섯 과(w)가 있다. (리노바이러스가 속한) 피코르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나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그리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그것이다. 그렇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또한 감기 바이러스다. 전체 감기의 약 15퍼센트 정도가 플루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감기 바이러스들 중 하나에 감염되면, 다음번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같은 바이러스에 두 번 감염되는 일은 결코 없다. (…) 수백 가지의 바이러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이토록 다양하기 때문에 백신을 만드는 일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p.22

면역력을 증강시킨다는 광고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설혹 실제로 제품 안에 면역 체계의 성분을 변경했다고 입증된 재료가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말로 감염에 대한 인체의 보호력을 강화한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 과연 어떤 세포가 면역력 강화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인가?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아는 건 면역 체계의 오래된 성분을 강화하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긋지긋한 감기 증상이 실상 인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의 결과라면, 감기를 예방하거나 감기에서 빨리 회복하기 위해 이와 같은 반응들을 강화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사실 감기 증상의 기원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비추어 본다면, 염증 반응을 활성화하는 사이토카인의 수를 늘려 인체의 균형을 깨는 일은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p.99

추론이나 학습, 기억과 같은 상위의 정신 활동에는 감기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감기는 추론이나 단어나 숫자 목록을 기억하는 일 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학습이나 이야기와 같은 좀 더 복잡한 대상을 기억하는 일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에 관한 정보를 물어볼 경우 감기에 걸린 사람은 무작위한 세부 사항을 기억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건강한 사람은 가장 적절하고 중요한 정보들을 기억한다. ---p.114

균들은 매우 쉽게 퍼질 수 있지만 균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기에 역설이 있다. 궐트니는 이렇게 말한다.
“감기 증상을 전혀 나타내지 않는 사람들은 증상을 일으키는 염증성 매개물을 정상적인 양만큼 생산해내지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요? 더욱 활발한 면역 체계를 지닌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감기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더 높으니 말입니다.”
이는 면역 체계가 약하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신화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이론이다.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마도 바이러스의 문제라기보다 당신 자신의 문제일 수 있다. ---p.119

일부 감기약은 매우 많은 양의 설탕이나 설탕과 유사한 감미제를 포함하는데, 이는 당뇨 환자 및 설탕을 제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다른 성분들 역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다페드와 같은 경구식 코막힘 완화제인 슈도에페드린은 혈관을 수축시킨다. 문제는 코의 혈관을 수축하는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혈압을 상승시킬 수도 있으며 심장박동을 빠르게 할 수도 있다. 이는 특히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하다. 국부 코막힘 완화제를 3일 이상 사용할 경우 원래 증상보다 더욱 위험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p.177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간단한 손 씻기야말로 감기를 비롯한 다른 전염성 질환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강력한 증거 하나가 군대에서 나왔다. 신병의 약 90퍼센트는 기초 훈련을 받는 처음 몇 달 안에 호흡기 질환에 걸린다. 때문에 예방 의학 전문가들은 신병들의 감염을 관리하는 대대적인 전략을 연구해왔다. 연구진은 분진 억제와 자외선복사, 소독약 살포,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한 집단 예방,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 씻기를 시도했다. 기침을 멈추기 위한 실험에서 신병들은 하루에 적어도 다섯 차례 손을 씻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자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신병의 수가 거의 반 정도 줄었다. ---p.218

비타민 C는 아마도 가장 많이 연구된 가정 요법일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들은 하나같이 실망스런 사실을 들려준다.
“감기 예방과 치료 과목에서 비타민 C는 D학점이나 받을까 말까 하다.”
정기적으로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은 감기를 쫓는 데 거의 효과가 없다. 비타민의 효과를 진정으로 믿거나(이럴 경우 플라시보 효과가 작용할 수 있다), 극단적인 조건에 놓인 전문적인 운동 선수나 군인이 아니라면 말이다. 2004년, 한 공신력 있는 연구 단체는 약 1만 1000명의 인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 30건의 실험에서 나온 타당한 증거들을 검토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정기적으로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감기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 그러나 아주 조금 감기의 기간이나 정도를 줄여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아마도 비타민의 콜린 억제 작용 때문일 텐데, 이 작용은 분비를 건조시킨다.”
잭 궐트니는 이렇게 설명한다.
“하지만 그 점에서는 항히스타민제가 비타민보다 더욱 효과적입니다.” ---pp.275~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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