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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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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화합물인 보존제 티메로살은 다회 용량 독감 백신을 제외하고는 모든 아동기 백신으로부터 2002년까지 완전히 제거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십 년이 훌쩍 더 지난 지금까지도 백신 속 수은에 대한 두려움이 살아 있다. --- p.20

백신으로 인한 심한 부작용은 드물다. 그러나 정확히 얼마나 드문지는 계량하기 어려운데, 한 이유는 백신에 연관된 합병증은 애초에 그 백신이 예방하려고 하는 감염에 의해서 자연적으로도 발생하는 합병증일 때가 많아서다. --- p.55

『침묵의 봄』은 〈미래의 우화〉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것은 인류의 창조물이, 인류가 만든 괴물이 인간을 배신하는 공포 소설이다. ……그러나 『드라큘라』의 괴물이 고대에서 비롯한 것인 데 비해, 『침묵의 봄』에서는 현대적 삶이 곧 악이었다. --- p.72

백신을 둘러싼 논쟁은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가 말한 〈심란한 이원론들〉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원론들은 과학과 자연을, 공공과 개인을, 진실과 상상을, 자기와 타자를, 사고와 감정을, 남자와 여자를 대립시킨다. --- p.77

독성에 대한 두려움은 오래된 불안이 새 이름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 오물이라는 단어가 도덕주의적 분위기를 풍기면서 육신의 악을 성토했다면, 요즘은 독소라는 단어가 산업 사회의 화학적 악을 규탄한다. --- p.114

순수함, 특히 신체적 순수함은 언뜻 무해한 개념으로 보이지만, 실은 지난 세기의 가장 사악한 사회 활동들 중 다수의 이면에 깔린 생각이었다. 신체적 순수함에 대한 열정은 맹인이거나, 흑인이거나, 가난한 여자들에게 불임 시술을 실시했던 우생학 운동의 동기였다. --- p.115

우리는 모두 오염된 존재들이다. 자기 몸의 세포 수보다 더 많은 수의 미생물을 장 속에 품고 있다. 우리는 세균으로 우글거리는 존재이고, 화학 물질로 가득 찬 존재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이어져 있다. 물론, 그리고 특히, 다른 사람들과도. --- p.116

현재 티메로살이 포함된 백신은 120개국에서 사용되며, 매년 140만 명의 목숨을 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티메로살은 다회 용량 백신에 꼭 필요한 성분인데, 다회 용량 백신은 일회용 백신보다 생산, 보관, 운송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세상에는, 특히 가난한 나라들에는, 티메로살 금지가 사실상 디프테리아, 백일해, B형 간염, 파상풍 백신 접종 금지에 해당하는 장소들이 있다. --- p.137

삶의 본질적 가치에 바탕을 둔 강령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자본주의와 겨룰 만큼 강력한 힘임을 상상하기 어려웠다는 것, 그 점이야말로 자본주의가 우리의 상상력을 제약하는 데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잘 보여 준다. --- p.143

우리가 자기 피부라는 경계에 오롯이 담긴 한 몸에만 깃들어 산다는 오늘날의 믿음은 정신 면에서나 육체 면에서나 개인을 찬양했던 계몽주의 사상에서 생겨났다. 그러나 개인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는 여전히 좀 애매한 문제였다. --- p.187

에이즈 교육은 우리에게 제 몸을 다른 몸들과의 접촉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가르쳤고, 이 가르침은 그와는 또 다른 종류의 고립, 즉 완전무결한 개인 면역계에 대한 집착을 낳은 듯하다. 스스로 면역계를 형성하고, 증강하고, 보충하는 일은 우리 시대의 문화적 강박이 되었다. --- p.206

우리가 과학적 증거를 알아볼 때는, 정보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수역 전체를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만일 그것이 방대하다면, 어느 한 사람이 하기에는 불가능한 일이 된다. ……우리는 혼자서는 알 수 없다. --- p.216

항생제 내성 세균의 만연과 신종 질병의 등장은 21세기의 공중 보건 위협들 중에서 수위를 차지한다. 둘 중 하나는 우리 안에서 오는 위협이고, 현대적 의료의 결과다. 다른 하나는 밖에서 오는 위협이고, 우리 의학으로 예상할 수 없는 결과다. 둘 다 우리가 품은 가장 근원적인 공포를 건드린다. --- p.226

외부자, 이민자, 팔다리가 없는 사람, 얼굴에 낙인이 찍힌 사람을 피하는 건 오래된 질병 예방 전술이다. 그리고 자연히 그것은 질병이란 우리가 타자로 정의한 자들이 만들어 내는 거라는 오랜 믿음을 더더욱 부추긴다. 손택이 썼듯이, 〈매독은 영국인들에게는 《프랑스 발진》이었으며, 파리 사람들에게는 《독일 질병》, 피렌체 사람들에게는 나폴리 질병, 일본인들에게는 중국 질병이었다〉. --- p.239

우리가 편견을 백신으로 예방하거나 손을 씻듯이 씻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질병은 늘 존재할 것이고, 그런 질병은 늘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두려움을 타인에게 투사하도록 유혹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백신 접종에는 의학을 초월한 이유들이 있다고 믿는다. --- p.241

정원의 은유를 우리의 사회적 몸으로까지 확장하면, 우리는 자신을 정원 속의 정원으로 상상할 수 있다. 이때 바깥쪽 정원은 에덴이 아니고, 안락한 장미 정원도 아니다. 그 정원은 몸이라는 안쪽 정원, 그러니까 우리가 〈좋고〉 〈나쁜〉 균류와 바이러스와 세균을 모두 품고 있는 곳 못지않게 이상하고 다양한 곳이다. 그 정원은 경계가 없고, 잘 손질되지도 않았으며, 열매와 가시를 모두 맺는다.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야생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혹은 공동체라는 말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회적 몸을 무엇으로 여기기로 선택하든,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다.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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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나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즐거울지, 또 얼마나 유익할지 짐작도 못했다. 수년에 걸쳐 백신 연구를 지원하고 공부한 나 같은 사람에게도 말이다. - 빌 게이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2014 전미 비평가 협회상 파이널리스트
2015 빌 게이츠 여름휴가 추천 도서
2015 마크 저커버그 책의 해 추천 도서
『뉴욕 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퍼블리셔스 위클리』,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커커스 리뷰』, 『뉴스데이』, 『슬레이트』…… 선정 2014 〈올해의 책〉

누구나 읽어야 할 면역에 관한 모든 것

『면역에 관하여』는 미국의 촉망받는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Eula Biss의 세 번째 책으로, 2014년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해 전미 비평가 협회상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유수의 매체들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 2015년 빌 게이츠의 〈TED 콘퍼런스 추천 도서〉와 〈여름휴가 추천 도서〉 중 한 권으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함께 읽기를 제안한 〈저커버그 북클럽〉 네 번째 책으로 선정돼 화제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과학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이며, 무엇보다도 밀도 높은 사고〉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이 책은 면역학이라는 난해한 과학을, 시적 은유를 동원해 아름답게, 동시에 냉철하게 서술한다. 비스는 아이를 출산하고 맞닥뜨린 두려움(백신이 아이를 해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맞서면서, 백신과 예방 접종이 실제로 아이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원하고 있는지 규명한다. 또 신화와 역사, 문학을 두루 살핌으로써 우리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의 실체를 밝히고, 강력한 은유를 통해 우리가 질병과 면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시킨다. 이 책은 과학적 글쓰기의 모범으로서 의학계와 과학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은유의 강력한 힘을 증명한 빼어난 문학 작품으로서 작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한 언론의 평처럼, 『면역에 관하여』는 〈백신과 복잡한 면역학에 대해 알고 싶은 누구에게라도 흥미롭고 유용한 책이다〉. 특히, 〈모든 백신 회의론자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모르는 것이 주는 두려움

비스는 책의 서두를 아킬레우스 신화로 열고 있다. 아킬레우스는 혹은 신화상 많은 영웅들은 그 어머니의 희생으로 불멸의 신체를 갖게 된다. 그러나 그들조차 딱 한군데 약점이 있으니, 결국 그 약점이 그들을 죽게 만든다. 이들 신화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는 하나다. 〈누구든 완벽한 면역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므로, 아이를 낳고 키운 부모라면 누구나 비스가 느꼈던 것과 같은 두려움을 안다. 지금은 중세나 18세기처럼 영아 사망률이 높지 않지만, 그래도 영아들을 사망하게 할 수 있는 위험은 질병을 포함해 허다하다. 부모들은 음식에서 옷가지,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혹 아이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까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의 건강을 위한 조치가 도리어 아이를 죽일 수도 있다. 비스가 강조하듯이, 이것이 바로 현대의 근본적인 두려움이다. 부모는 아이를 보호하려 하지만, 무엇이 아이에게 해가 되는지 알 수 없다.
비스는 이것을 〈모르는 것이 주는 두려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백신은, 예방 접종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백신은 병균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제너의 종두법은 말 그대로 약해진 병균을 옮기는 것이었고, 때로 사람들을 심하게 앓게 만들었다. 〈독사의 독, 쥐와 박쥐와 두꺼비와 젖 빠는 강아지의 피, 내장, 배설물〉은 19세기 사람들이 백신에 들어간다고 생각한 재료였다. 요즘 백신은 매사가 제대로일 경우 무균 상태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끔찍한 수은, 에테르, 알루미늄, 부동액〉 따위다.

직관적 독성학

비스는 심리학자 폴 슬로빅을 인용해 우리가 현대 사회의 위험을 감지하는 관점을 〈직관적 독성학〉이라고 칭한다. 우리는 무언가 독성이 있는 물질은 비록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자들은 〈용량이 독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즉, 유해 물질이라도 일정 용량 이하라면 해가 없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유해하지 않은 물질, 가령 물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백신에 우리가 걱정하는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는 건 사실이다. 이를테면 수은과 알루미늄, 포름알데히드가 들어가는 백신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독감 백신, 혹은 아이들에게 맞히는 예방 접종 백신에는 그러한 성분이 없거나 극히 적다. 백신이 자폐증을, 암을,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심은 대체로 근거가 없지만 전염력이 몹시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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