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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마라 외과의사, 양약고어구이이어병, 충언역어이이이어행, 대장내시경, 용종, 치핵, 쇄골, 비르효씨노드, 암의원격전이, 진료비, 긴장성기흉, CPR, 내로남불, 해결사, 심평원
의사는, 특히 Surgeon(외과 의사)은 환자 앞에서 철저히 객관적이고 냉철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어떤 순간에라도 합리적 판단을 방해할지도 모르는 편견이나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치유자가 아니라 조력자일 뿐, 천명에 따라야만 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러나…
의사도, Surgeon도 사람이다. 내 환자 하나를 잃을 때마다 가슴엔 하나의 칼집이 남는다. 그 수많은 흉터가 하나하나 남을 때마다, 내 의사로서의 수명도 하나하나 사라져가겠지만. 그래도 외과 의사는 손에 잡은 그 칼을 놓지 않을 것이다. 비록 신과 맞서야 하는 경우에라도……
--- p.24
“아니, 뭔 돈을 내라고 그랴?”
“진료를 보셨으니까 진료비를 내셔야죠.”
“뭔지도 모르겠다잖어, 뭔지도 모르면서 돈을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녀?”
“원장님이 산부인과적인 문제라고 하셨잖아요.”
“산부인과에서는 이리 가라고 혔단 말이여.”
“왜 산부인과에서 우리한테 보냈는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구요, 원장님이 보시니까 자궁이 튀어나와 있으니 산부인과에서 수술하셔야 된다고 하신 거구요, 우리 병원에서 진료는 보셨으니 항문경 검사까지 해서 진료비를 내셔야 하는 거구요.”
“아, 몰러. 뭔지도 잘 모른다면서 왜 돈을 받는디야? 의사가 딱 들으면 딱 맞춰야 하는 거 아녀? 의사가? 난 돈 못 내야.”
--- p.35
30분 넘게 CPR을 계속 했지만 결국 환자는 사망했다. 사망선고를 하고 보호자에게 긴장성 기흉이며 원인은 한의원에서 맞은 침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며칠 후 외래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보호자는 한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했다. 그 한의원에서는 어떤 논리로 반박했을까?
“환자와 내가 합이 안 들어서 그래.”
“환자가 원래 기흉이 잘 생길 상이야.”
“침을 찔러서 그랬다고 그래? 의사가? 지가 뭘 안다고?”
“침하고 기흉은 아무 상관없어. 원래 아주머니가 폐장이 약하고 허해서 그런 거야.”
“내가 침 놓으면서 아주머니한테 오늘은 절대로 목욕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 아주머니가 목욕을 해서 그런 거잖아. 그게 왜 내 책임이야?”
--- p.63
나도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환자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면 얼마나 좋겠나. 필요 없는 검사라도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나는 그저 돈을 벌면 된다. 환자야 죽든 말든 환자가 강력하게 거부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보내면 된다. 전자는 내 이득을 차려서 좋고 후자는 내 책임을 면해서 좋다.
그러나 의사가 그러면 안 되잖아. 환자가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 안 되는 거잖아. 환자와 싸우더라도 환자에게 좋은, 유익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의사잖아.
--- p.126
합병증이 없거나 실수를 안 하면 되는 거 아니냐구? 자, 그럼 보자. 99.99%의 정확도가 있는 수술자라면 괜찮은 의사냐? 수술한 1만 명 중에 딱 한 명 문제가 있는 의사 말이야. 그 정도는 괜찮아? 그래? 그럼, 그 한 명이 너야. 아직도 괜찮아? 그건 안 돼? 그럼 다른 사람이면 괜찮아? 뭐?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도 안 돼? 넌 뭐하는 놈이냐? 니 직업에서 넌 100% 정확한 놈이냐? 아니, 그런 게 있기나 하냐? 뭐? 넌 그래도 의사는 그러면 안 된다고? 내로남불 오지시네.
--- p.143
의사에게 잘못이 있건 없건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는 의사의 ‘잘못 인정’ 또는 그와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과’이다. 그러나 ‘잘못 인정’이나 ‘사과’는 해결의 종착점이 아닌 시발점이 된다. 무슨 말이냐고? 잘못을 했든 안 했든 ‘잘못 인정’이나 ‘사과’를 하게 되면 ‘진심 어린 사과만을 바랐던’ 보호자들은 2선으로 물러난다. 이후 나타나는 보호자들은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조카, 형부, 매제, 삼촌, 사촌, 심지어 아는 언니까지……
“잘못을 인정하셨으니 배상을 하셔야죠.”
“잘못을 인정한다는 각서를 쓰세요.”
결국 다 돈 문제로 귀결된다. 조카, 형부, 매제, 삼촌, 사촌, 아는 언니는 떨어지는 콩고물을 얻어먹으려는 일종의 ‘해결사’이다. 이럴 때 순진하게 “진심 어린 사과만 바란다면서요?” 이런 말이 통할 것 같나?
--- p.197
열아홉 개의 용종을 절제한 시술료는 심평원에서 지급해 주지 않는다.
“그럼 용종이 있어도 떼지 말고 그냥 나오라는 소리예요?”
심평원에 문의했었다.
“아뇨, 누가 그러래요? 그건 그냥 선생님 판단에 따라 더 하시면 돼요.”
“일곱 개 넘어가면 인정 안 해준다면서요?”
“예.”
“그럼 그게 떼지 말라는 소리 아니에요?”
“아니죠, 떼고 말고는 선생님이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시는 거죠. 저희가 떼라 마라 말할 권한이 없어요.”
“아니, 인정이 안 된다면서요?”
“그렇죠. 그건 심사 기준이라서……”
“그럼 의사는 하고 나서도 돈 못 받잖아요.”
“그렇죠.”
“그럼 공짜로 해주라는 말씀이세요?”
“그건 선생님이 판단하시구요.”
“판단이 그런데요? 공짜로?”
“더 하시고 안 하시고는 저희한테 물어보실 일은 아니죠.”
“돈도 못 받는데 어떤 의사가 하겠어요?”
“의사를 꼭 돈 때문에 하세요?”
“예? 나 참. 그럼 의사는 땅 파서 진료하나요?”
“의사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그럼 안 하시면 되죠.”
--- p.211
맞다. 우리 외과는 돈이 없다. 가장 큰 이유가 저수가에 있다. 그러나 이런 얘기 해봤자 소용이 없는 게 기본적으로 국민이 가지는 사고 자체가 다르거든. 다른 나라의 경우, 특히나 선진국일수록 합리적 생각이 전반적인 common sense(상식)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미국의 경우 외과 의사는 연봉 랭킹 상위 5위 안에 든다.) “힘든 일을 하는 의사일수록 많은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생각이 환자 위주로 맞추어져 있어서 “그렇게 큰 병을 앓고 있으면 안 그래도 힘들 텐데 돈까지 많이 내도록 하는 것은 안되지”라는 감성적 접근의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듯하다. 그러니 누가 힘들고 돈 못 버는 외과를 하려고 하겠냐 말이다.
--- p.243
“넌 내가 어때 보이니?”
“예?”
“나는 1992년에 의대 들어가서 1998년에 졸업하고 그 이후로 쭉 의사를 하고 있거든. 그런데 이렇게 개원해서 구멍가게처럼 의사 생활하고 있는데 이런 게 좋아 보이니?”
“좋죠, 원장님인데……”
“그래? 하루 종일 한 곳에만 있으면서 환자가 언제 오나 하고 목 빠지게 기다려야 하고 남의 똥구멍이나 쳐다보고, 수술하고 나서 만에 하나 잘못되면 멱살 잡히고 돈 물어주고 수술한 것도 제대로 나라에서 받지도 못하는데 이런 게 좋아 보여?”
“그래도 의사잖아요.”
--- p.253
더 할 말이 없었다. 성질 같아선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가! 꺼져! 너 같은 거 수술 안 해줘. 어디서 돼먹지 못하게 흥정질이야? 여기가 시장바닥 노점판이야? 너 같은 거 수술 안 해도 나한테 수술받을 환자는 넘치고 넘쳐. 중 아니라도 망건이 동나. 꺼져! 양아치 같은 놈!”
이렇게 해 퍼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 그래도 수술 환자들이 다 큰 병원으로 가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번 정부의 정책이 큰 병원의 문턱을 낮춰 환자들이 더 큰 병원으로 집중되도록 하는 마당에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인가 말이다. 방안 퉁소처럼 말 한마디 못하고 속으로만 분을 삭인다.
“그러게 왜 외과를 선택해서……”
--- p.310
개원을 하고 나면 자연히 위험한 환자를 피하게 된다. 돈을 잘 벌지도 못하고 맨 파워도 시설도 되지 않는 외과의원은 외과 전문의 트레이닝의 십분의 일도 써먹지 못한다(탈장이나 치질마저도 큰 병원에 가겠다는 환자가 넘쳐나는 한국에서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유방암, 췌장암, 간암, 담낭암, 담도암 수술에 신장이식, 간이식, 대동맥 수술 등을 트레이닝받는 것, 로보트수술 술기를 배우는 것이 대학병원에 남을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우리나라 외과 의사만큼 과유불급이 있을까?
--- p.327
접어보기
추천평
어느 날 내 페이스북 포스팅에 달린 댓글.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습니다.”
Why not?
그렇게 알게 된 까마득한 외과 후배.
힘들고, 돈 안 되고, 위험한 외과를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안쓰럽고, 정이 가는 후배의사가 그간의 실제 에피소드를 모아 책을 낸다며 추천사를 부탁해왔다.
사람을 살리는 진짜의사가 되겠다고 외과를 선택한 후배들에게 그들이 마음껏 의술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선배로서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가질 뿐이다.
부디, 이 글을 읽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들이 의사로서, 외과의사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상식과 감사, 존경이 당연한 사회가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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