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정신의학, 존재론, 거시단위비판, 신경과학, 분자생물학, 정신건강담론, DSM, 환원주의, 뇌, 감각질, 데카르트이원론, 현상적, 체크리스트, 질병분류학, 톰 인셀,약물중심모델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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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정신의학은 반정신의학이 아니다. 모든 의학적 치료가 그렇듯 정신의학 또한 효과와 부작용을 가진다. 효과가 있다고 해서 치료를 맹신해서는 안된다. 부작용이 있다고 치료를 폐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비판정신의학은 정신의학의 효과와 부작용 모두를 열린 마음으로 살피고, 정신질환 당사자를 중심에 두어 정신의학을 제대로 이용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비판정신의학』은 기본적으로 학술서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정신의료를 제공하는 치료자들에게는 정신질환 당사자 중심 치료에 대한 지침서다. 정신의료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당사자 중심의 정신의료에 대해 알려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더불어 성인 4명 중 한 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앓는, 마음의 병이 남 얘기가 아닌 시대에 정신의료를 잘 이용하도록 돕는 대중서가 되길 바란다.

이 책은 정신의학에 대한 비판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정신질환 진단과 치료에서 기존의 정통 정신의학보다 좀 더 확장된 시각의 필요성과 효용에 대해 짚는다. 치료 종결, 함께하는의사결정 등 당사자 중심 진료의 실제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시간이 없는 분들은 337쪽에 나온 ‘좋은 정신과 치료의 원칙’을 살펴보시길 부탁드린다. 부디 이 책이 대한민국 정신의료의 더 나음을 위한 변화에 작은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자소개
저자 : 샌드라 스타인가드
Sandra Steingard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 버몬트 주 벌링턴 시 소재의 지역사회 정신건강센터인 하워드센터(Howard Center) 의료부장이자 버몬트 의대 정신의학교실의 임상부교수다.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적 정신질환자 진료를 주로 맡으며, 당사자와 가족 운동을 지원한다. 2003년에는 ‘미국 최고의 의사’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미국의 비판정신의학 인터넷언론 『매드인아메리카(Mad in America)』 에서 교육과 저술을 담당한다. 닫기
역자 : 장창현
한국의 정신과 전문의.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사의련) 회원기관인 살림의원, 느티나무의원 및 원진녹색병원에서 정신과 순회진료를 한다. 문턱 낮은 마음 진료를 추구하며, 비판정신의학에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약물중심접근, 필요기반치료, 함께하는의사결정을 적극 활용한다. 진료실에서는 물론이고 회복운동으로서도 당사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벗들은 그를 ‘래퍼 장원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닫기
목차
감사의 글 _ 샌드라 스타인가드(Sandra Steingard)
집필진
추천사 _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신영전
추천사 _ (사)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 이정하
추천사 _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이영문
한국어판 엮은이 서문

1. 비판정신의학이란 무엇인가?
What Is Critical Psychiatry?
_ 조아나 몬크리프(Joanna Moncrieff), 샌드라 스타인가드(Sandra Steingard)

도입
정신의학의 비판
반정신의학
대안 서비스
포스트모더니즘
마르크스주의 이론
서비스이용자운동
비판정신의학 운동
결론
요약
참고문헌
2. 정신과 진단 개념에 대한 이해 넓히기:
DSM 비판을 위한 생태학적 모델
Toward Conceptual Competence in Psychiatric Diagnosis:
An Ecological Model for Critiques of the DSM
_ 저스틴 카터(Justin M. Karter), 사라 카멘즈(Sarah R. Kamens)

SSRI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일상에서 사용되어야 하는가? 과학적 증거와 일반 임상진료의 단절
무작위대조연구 결과는 정신과 진료 가이드라인에 정확하게 반영되는가?
“새로운” 정신과 약물에 대한 연구를 접할 때
우리는 과연 이 문헌을 믿을 수 있는가? 데이터와 출판된 연구를 통 해 배포된 자료 사이의 단절에 관한 또 다른 사례연구
결론
개혁을 위한 해결책
참고문헌

4.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한 대안적 접근
An Alternative Approach to Drug Treatment in Psychiatry
_ 조아나 몬크리프(Joanna Moncrieff)

도입: 약물작용모델
약물작용모델의 역사
약물 작용의 근거
정신질환의 신경화학적 기원에 관한 연구
비특이적인 약물과의 비교
동물 실험
약물중심모델에 따른 약물 사용
정신병 치료에 대한 약물중심접근
우울증 치료에 대한 약물중심접근
결론
참고문헌

5. 약물중심접근의 임상적 함의
Clinical Implications of the Drug-Centered Approach
_ 샌드라 스타인가드(Sandra Steingard)

도입
정신자극제
신경이완제
항우울제
벤조디아제핀
결론
참고문헌

6. 처방종결과 정신의학에의 적용
Deprescribing and Its Application to Psychiatry
_ 스웝닐 굽타(Swapnil Gupta) 레베카 밀러(Rebecca Miller)

처방종결의 개념
정신과에서의 처방종결
처방종결을 고려할 만한 정신과 임상 상황
처방종결의 장점과 단점
처방종결 과정
처방종결이 적절한 환자
처방종결에서 함께하는의사결정 사용하기
처방종결에서 정신과 병력의 함의
적절한 처방종결 시기
금단증상 관리
처방종결의 윤리학
처방종결의 문서화
앞으로의 방향
참고문헌

7. 강압치료와 비판정신과의사
Coercion and the Critical Psychiatrist
_ 니콜라스 바드레(Nicolas Badre), 숀 반스(Shawn S. Barnes),
데이비드 레맨(David Lehman), 샌드라 스타인가드(Sandra Steingard)

도입
강제성이 과연 필요한가
이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강제치료는 과연 효과적인가
자살
위험
항정신병약물
사전동의와 결정 능력
강압치료와 비판정신과의사
참고문헌

8. 당사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_ 에밀리 쉬라 커틀러(Emily Sheera Cutler)

도입
우세한 가정에 의문 제기하기
광기는 치료나 관리를 필요로 하는 ‘질병’인가
광기는 과연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범주인가,
어떤 사람이 미쳤는지 혹은 정상인지 입증할 수 있는가
광기로 간주되는 것이 과연 위험한가
광기로 간주되는 것은 드물거나 비정상인가
광기는 과연 비합리인가
흔하지 않으면 불건강한가
매드프라이드·신경다양성 실천사례
환청, 환시와 극단적 상태에 대한 매드프라이드/신경다양성적 접근
자폐증은 질환이 아니라 다양성
다양성은 장애가 아니라 차이
매드프라이드/신경다양성의 자살에 대한 접근
장애의 사회모델
왜 매드프라이드·신경다양성이 강압치료와 공존할 수 없는가?
하지만 만약 누군가 해를 입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나아가기
참고문헌

9. 정신의학의 미래로 향하는 길
A Path to the Future for Psychiatry
_ 샌드라 스타인가드(Sandra Steingard)

참고문헌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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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추천사]

존엄을 위한 선택, 인간의 길을 묻다
이정하 (사)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

한국에서 정신장애인으로 살았던 경험은 마치 야생 사냥터에서 쫓기는 토끼 신세 같았다면 과장된 것일까요? 어쩌면… 이보다 더한 표현도 부족합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경험했던 한국의 정신보건시스템이 당사자에게 가하는 가공할 폭력과 공포는 어쩌면 질환 그 자체보다 당사자의 삶에 더 큰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정신과 생존자(psychiatric survivors)인 저 역시 수많은 당사자들 중 한 명입니다. 또한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앞서간 당사자들의 투명했던 삶과 죽음마저도 응어리가 되어 제 가슴속에 차곡차곡 맺혀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이유로 당사자운동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일 것입니다. 2013년 한국의 정신장애인 200여 명은 “살려주세요!” 외침으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절박한 목소리로 “문명의 이름으로 야만의 정신보건법 폐지를 선언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듬해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대하여 4명의 당사자가 청구인이 되어 헌법소원을 하였습니다. 당사자운동의 투쟁 과정에서 법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나 2016년 개정되고 2017년 5월부터 시행중인 「정신건강복지법」조차 숱한 모순을 안고 여러 이해관계와 사회갈등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있지 못합니다.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간절하고도 절박한 당사자들의 외침은 유령처럼 살다가 사건만 터지면 소환시키는 매스미디어의 편파보도로 ‘조현병포비아’라는 혐오와 낙인 뒤로 쉽게 잊히는 그 무엇이 되었습니다. 새벽 짙은 어둠 속 불안하게 지나온 수많은 청춘의 시간 속에서, 항정신병약물과 정신치료 사이 어딘가를 방황하며 영혼이 거세되는 그 느낌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해 여름 강제치료의 결과로 늘 보이던 환영들이 사라졌을 때 감각도 함께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무뎌짐이 과연 치료였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삶은 부유하며 땅에 딛지도 못하고, 지구별을 떠나지도 못한 채 언제나 정신과 영혼의 세
계는 병원 바깥에 있어도 그곳 정신병원에 머물렀습니다. 어쩌면 언젠가는 가야 하는 곳, 처음 갔을 그때처럼 또다시 언제라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자들에 의해 갇혀야 하는 깊게 새겨진 그곳은 견고한 성처럼 버티고 있는 실존 그 자체였습니다. 의학의 테제가 무엇이든지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수도 없이 되뇌고 또 되뇌었습니다.

인간은 경험의 산물입니다. 당사자의 경험 속에서 읽어 내려간 『비판정신의학』의 챕터 하나하나를 넘기면서 동의가 되었습니다. 또한 의학의 테마라는 그 건조함에 정신의학이 왜 존재하는 걸까 의문이 교차되었습니다. 그 어떤 사람들에겐 직업이고 현장이었으나 어떤 당사자에겐 삶과 생명 그 모든 것이었고 사회도 국가도 무관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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