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분석가가 알려주는 가짜뉴스의 모든것, 신디 오티스, 프랑스왕, 앙리4세 암살, 예수회, 륀느공작, 프로테스탄와의 전쟁, 낭트칙령, 메디치가문, 콘치니처형, 가톨릭, 거짓

1 year ago
4

우선 여러분이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일단 기사를 읽고 나서도 단지 감만 믿어서는 ‘안 된다’. 제15장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는 온갖 개인적 편향이 작동하기 때문에, 어떤 정보가 진실인지를 알아내는 일에서만큼은 우리의 감조차도 항상 신뢰할 만한 것까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뭔가를 읽고 나서 ‘그래, 내가 듣기에는 옳은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하고 넘어갈 경우, 자칫 여러분이 읽은 내용이 실제로는 진실이 아니라는 그 모든 신호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러분이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해서 대뜸 가짜 뉴스로 일축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이렇게 행동하도록 자연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어떤 기사나 정보를 곧바로 일축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경우, 그러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과연 그 내용들이 사실은 우리가 줄곧 틀렸음을 보여주고 있는지 여부를 진심으로 고려해 보라. -269~270쪽

소셜미디어는 가짜 뉴스의 생성과 확산에서 중대한 역할을 담당한다. 비록 봇과 트롤과 외국 정부가 관여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책임은 개별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에게 있다. 2016년 12월에 수행된 퓨 리서치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 가운데 23퍼센트는 소셜미디어상에서 날조된 뉴스 기사를 공유한 적이 있다고, 때로는 심지어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시인했다. 그 정도면 아주 나쁜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전 세계에서 현재 활동 중인 페이스북 사용자가 거의 25억 명에 달하고, 트위터 사용자는 거의 3억 3,000만 명이며, 사람들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 두 가지 말고도 더 있다는 점이다.
가짜 뉴스라는 단어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트럼프와 힐러리가 맞붙은 2016년 대선 이후이지만, 이렇듯 정치 과정과 선거에서 가짜 뉴스가 활용된 건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였다. 특히 선거는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고 할 만한데, 정치인 스스로나 지지자들이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온갖 가짜 뉴스를 뿌릴 뿐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 유리한 뉴스(그리고 상대 후보에게 불리한 뉴스)는 진위를 묻지도 따지지 않고 그냥 믿어버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치 뉴스를 볼 때면 자신의 선호로 판단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향을 이용하는 가짜 뉴스

오늘날까지도 가짜 뉴스는 보통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으려고 의도하지는 않는다. 대신 가짜 뉴스는 단지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내용을 말해 줌으로써, 우리의 시각을 더 굳히려고 노력할 뿐이다. -62쪽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난민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가짜 뉴스를 믿기 쉽다. 동성애를 죄악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동성애에 부정적인 가짜 뉴스는 아무 생각 없이 믿을 것이다. 물론 그 역도 사실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방향이든 편향돼 있기 마련이고, 편향은 각자의 의견을 재확인해 주는 정보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동시에, 각자의 의견과 상충하는 정보는 외면하게 만든다. 가짜 뉴스가 우리를 속일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가짜 뉴스가 사람도 죽인다
-감정을 이용하는 가짜 뉴스

대형 마트에서 파는 바나나에 누군가 에이즈 바이러스를 주입해서 그 바나나를 사 먹은 사람들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기사를 봤다고 생각해보자.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내용이기에 일단은 기사를 클릭해 읽어 볼 것이다.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자신의 SNS에 공유하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누군가가 바나나에 에이즈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는 가짜 뉴스는 수시로 인터넷에 떠돌아 수천 회씩 공유되었다.
2018년 멕시코 중부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왓츠앱을 통해 “지난 며칠 동안 4세, 8세, 14세의 어린이들이 사라졌으며, 그중 일부는 장기가 제거된 흔적과 함께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는 메시지가 나돌았다. 장기 밀매 범죄가 관련돼 있을 거라는 이 소름 끼치는 메시지는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그러다 어느 소도시에서 외지인 두 명이 범인으로 지목당했고, 군중이 모여 들어 이들을 산 채로 불태워 죽였다.
가짜 뉴스는 우리의 감정을 자극해서 클릭을 유도하고 믿게 만든다. 공포와 분노가 가짜 뉴스가 주로 이용하는 감정들이다. “우리는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기사보다는, 오히려 세상의 종말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를 클릭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초창기에 다들 메신저나 SNS로 이런 저런 가짜 뉴스를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미지의 질병에 대한 공포가 컸기에 사람들은 별 근거 없는 이야기도 쉽게 받아들였고, 다른 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런 식으로 가짜 뉴스는 확산된다. 그러니 감정을 자극하는 기사를 볼 때면 놀란 마음으로 바로 공유하지 말고, 그 내용이 정확한지 확인해 보는 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KGB의 가짜 뉴스 대작전
-가짜 뉴스에는 의도가 숨어 있다

1980년대 소련의 KGB는 미국 정부를 겨냥한 대대적인 가짜 뉴스 작전을 실시했다. 당시 에이즈라는 새로운 질병이 출현했는데, 이 병은 미국 정부가 생물병기 제조를 위해 만들었다는 거짓 정보를 퍼뜨려 전 세계가 전 세계가 미국에 등을 돌리게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작전의 첫 단계로 소련은 자신들이 자금 지원을 하는 인도의 작은 신문에 “에이즈가 인도를 침략할 가능성 있어: 미국의 실험으로 야기된 수수께끼의 질병”이라는 헤드라인의 기사를 게제했다. 그리곤 다른 여러 나라에도 라디오, 포스터, 소책자 등 다양한 형태로 같은 주장을 내보냈다. 그렇게 가짜 뉴스가 퍼지자 진짜 뉴스 미디어도 관련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로 KGB는 공신력 있는 생물학자에 접촉해 에이즈 바이러스를 미국에서 만들었다는 가짜 증거를 제공했으며, 그 생물학자는 가짜 증거를 토대로 미국 정부가 감옥에 있는 남성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실험해서 에이즈를 만들어 내고 확산시켰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작전은 매우 큰 성공을 거두어서 여러 나라에서는 미군 병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미국 내에서도 이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상당수 생겨났다. 2005년의 여론 조사에서도 에이즈를 인공 바이러스라고 믿는다고 대답한 사람이 거의 50퍼센트에 달했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려는 이들은 중립적인 매체인 듯 위장하여 자신들의 진짜 의도를 숨긴다. KGB나 소련 정부가 직접 에이즈를 미국 정부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면,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흡연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큰 담배회사들도 같은 식의 전략을 사용했다. 담배 산업 연구 위원회(Tobacco Industry Research Committee, TIRC)라는 조직을 만들어 연구자들을 고용하고, 흡연과 폐암 사이의 사이의 인과관계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물을 내게 했다. 물론 그 뒤에 담배회사의 후원이 있다는 사실은 철저히 감추었다. 1999년에 법원 판결로 중단되기 전까지 이들의 거짓말은 4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중립적인 채 가장하는 연구기관이나 연구자를 이용해 명백한 사안을 논쟁적인 것처럼 만드는 이런 전략은 담배회사 말고도 지금도 여러 산업에서 즐겨 사용하고 있다. 어떤 정보를 볼 때 그 정보를 내놓은 사람이나 단체의 동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실을 찾는 건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우리는 가짜 뉴스가 퍼뜨리려 하는 선정적이고 분열시키는 이야기가 어떤 종류인지를 안다. 우리는 가짜 뉴스가 감정을 이용함으로써 사람을 속인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가짜 뉴스가 인종차별주의, 정치적 분열, 음모론 같은 것들을 이용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가짜 뉴스가 거듭해서 거짓말을 퍼부으려 시도한다는 것을, 왜냐하면 가짜 뉴스를 더 많이 보고 들을수록 거기 넘어갈 가능성도 더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모든 세대의 사람들도 이와 똑같은 가짜 뉴스 문제를 겪었으며, 모든 세대마다 그 과정에서 뭔가를 배웠다. 따라서 우리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367쪽

저자는 이 책에서 가짜 뉴스의 기술적 측면보다는 그것의 인간적 측면에 주목한다. 가짜 뉴스는 어떤 신기술로 인해 생겨난 오늘날만의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인간이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가짜 뉴스는 존재했으며, 인간의 감정과 편향과 믿고 싶은 대로 보려 하는 심리에 기대 퍼져 나간다. 그렇기에 가짜 뉴스는 정부나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조금씩 책임을 지고 있는 문제인 것이다.
저자가 일한 CIA의 로비에는 “너희는 진실(truth)을 알라. 그러면 진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탈진실’의 시대에 사람들은 이제 진짜 진실이 뭔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혹은 진실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 버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저자는 진실을 찾는 건 어렵지만 항상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자유가 그 보상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이 가짜 뉴스와 싸우고 진실을 찾는 법을 알려 주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

Loading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