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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역사의 앞뒤를 가리지 않고 샅샅이 뒤져 밝혀낸 기막히게 흥미롭고 때로는 어리석은 일상!
역사 속의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하여 소개하는 영국의 역사평론가 그레그 제너의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100만 년 동안 형성된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 가운데 우리가 늘 궁금하게 생각했던 일이나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캐내어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시간은 수백만 년 동안 그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멈춤 없이 흐르고 우리는 초, 분, 시간, 일, 주, 월, 년 등 표준화된 단위로 시간을 엄격하게 구분하지만, 이것은 혼돈을 피하고자 인간이 수세기에 걸쳐 사용해온 약속이자 관례일 뿐이다. 1793년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프랑스를 장악한 급진주의 지식인들은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진리로 받들었던 24시간제를 폐지하고 하루를 10시간 단위로 나누었지만 결국 18개월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현대의 우리는 알람 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는 우유에 콘플레이크를 부어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한다. 또한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전화 연락을 해서 만날 약속을 정한 다음 옷을 갈아입은 후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난 후 돌아와서 이를 닦고 침대에 누워 자명종을 맞추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이러한 일상은 이미 100만 년 전부터 날마다 되풀이해온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모든 일상에는 100만 년 간 쌓아온 대단한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 다만 공기처럼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사소하게 느껴질 뿐이다.
역사 속의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하여 소개하는 영국의 역사평론가 그레그 제너Greg Jenner는 와이즈베리 신간《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A Million Years in a Day》에서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캐내어 흥미진진하고 익살스러운 말투로 들려준다. 정치나 전쟁과 같이 심각하고 딱딱한 사건 대신 석기시대인의 충치 치료부터 로마의 목욕탕, 중세의 똥지게꾼, 빅토리아시대의 하수구, 동아시아의 누에치기, 미국의 비밀 주점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앞뒤를 가리지 않고 샅샅이 뒤져서 기막히게 흥미롭고 때로는 매우 어리석은 일상을 밝혀낸다. 이 책에는 100만 년 동안 형성된 우리 삶의 이야기 중에서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거나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많은 일들의 역사가 담겨 있다.
우리의 일상은 수천 년 동안 만들어진 역사의 산물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이래로 지구상에는 약 1,070억 명의 사람들이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끊임없는 문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우리 인류는 운명을 개척하고 생존에 대한 위협에 맞서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왔다. 역사의 시작점에 있었던 석기 시대 동굴 원시인은 의사소통 능력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소중한 이들이 죽으면 땅에 묻고 애도했다. 그들은 우리처럼 벤츠를 몰고 아이폰을 만지작거릴 운명은 아니었지만 수천 년을 거치면서 일상의 곳곳에 자신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놓았다. 우리가 순서대로 하는 하루 일과는 사실 그러한 역사의 산물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알파벳은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만든 원형이 선사시대 동굴 벽화에 처음 사용되면서 신성문자와 설형문자를 새긴 밀랍판의 스타일로 발전된 것이다. 냉장고 속에는 과거에 아즈텍 사람들만 먹었지만 지금은 세계인 모두가 즐기는 음식이 놓여있으며, 침대 위에는 청동기시대 투탕카멘왕이 입던 아마포 속옷과 비슷한 침대보가 깔려 있다. 우리 인류가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되었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 책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 늦게 잠자리에 들 때까지 현대인의 어느 토요일 하루를 100만 년의 시공간과 비교하면서 소소한 일상의 역사를 흥미롭게 추적한다.
자연의 부름에 답하는 시간
시간은 수백만 년 동안 그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멈춤 없이 흐르고 있지만 이를 측정하는 일은 항상 수수께끼를 푸는 것만큼이나 까다로웠다. 우리는 초, 분, 시간, 일, 주, 월, 년 등 표준화된 단위로 시간을 엄격하게 구분하지만, 이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며, 혼돈을 피하고자 인간이 수세기에 걸쳐 사용해온 약속이자 관례일 뿐이다. 1793년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프랑스를 장악한 급진주의 지식인들은 혼란한 사회를 백지 상태에서 재설계했다. 그들은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진리로 받들었던 24시간제를 폐지하고 하루를 10시간 단위로 나누었지만 결국 18개월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불가피한 배설 행위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처리했다. 배설물에 역겨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변을 처리하는 문제는 인류 역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였다. 문명사회가 가장 처음 부딪힌 큰 문제는 ‘그 많은 대변을 어디에 버려야 하는가’ 였다. 기원전 2600년 경 인더스 강 계곡에 세워진 선진적인 도시문명 하라파에는 변기 시트에 앉아 볼일을 보면 바로 하수도로 떨어지고 오수를 멀리 떨어진 곳으로 흘려보내는 장치까지 있었다. 반면에 수천 년이 지난 17세기 프랑스 베르사유 같은 화려한 왕궁 곳곳에 악취를 풍기는 대변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루이 14세는 진홍색 휘장을 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볼일을 보곤 했다.
로마의 공중탕인 테르메thermae는 헬스장, 수영장, 마사지 시설, 찻집을 결합한 복합 공간이었다. 고대 로마인은 공동체적인 성향이 있었기에 남이 보는 앞에서 목욕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벌거벗은 수백 명에 둘러싸여 목욕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는데 테르메는 몸을 청결히 하는 곳일 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소문을 주고받거나 사업에 필요한 인맥을 쌓는 사교의 장이기도 했다. 심지어 욕탕 한구석에 시무룩하게 앉아 있거나 고요한 사색을 즐기는 일도 가능했다.
오늘처럼 내일도 삶은 반복된다
매일 아침 우리는 휴대전화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빠르게 업데이트 되는 지구촌 소식을 접한다. 2000년 전 로마제국에서는 정책이나 추문, 전투 상황, 재판 상황 등 주요 소식을 모아 악타 디우르나Acta Diurna라는 일일 공고문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돌판이나 철판 한 개에 글자를 새겨 도시 중심지에 있는 포룸Forum에 붙여놓았기 때문에 제국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려면 개개인이 일일이 노예를 보내 일일이 베껴오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최초의 신문은 1605년 당시 스트라스부르크의 상원의원이던 요한 카롤루스 Johan Carolus에 의해 독일어로 간행되었다. 카롤루스는 신성로마제국 전역에서 수기로 작성된 보고서를 모아 만든 인쇄본을 1주일에 한 번씩 구독자 150~200명에게 배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독자 중에는 귀족이나 왕족 등의 부유층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해외 시장의 상황같이 장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상인이었다.
친구끼리 모인 식사 자리에서 가끔 어색한 순간이 발생하곤 하는데 역사상 거의 모든 문화권이 사람별로 식탁의 좌석을 지정하고 착석해서는 안 될 사람을 규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고대 로마의 연회에는 공용 식탁이 없었으며, 사람들은 긴 소파에 기대어 식사를 했다. 가장 상석에 앉은 주인은 중요한 손님을 자기 가까이에 앉혔던 반면에 염치없는 식객이나 남부끄러운 친척이나 지루하고 덜떨어진 사무직 관료는 귀빈의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의자 맨 끝에 앉혔다.
인류는 눈부신 기술 혁신을 이루어냈지만 생물학적인 필요성에 따라 인생의 3분의1을 잠을 자며 보내야 한다. 8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인생에서 25만 시간을 침대에 누워 있는 셈이다.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잠을 깨지 않고 쭉 자는 유럽인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4시간 동안 ‘첫잠’을 자고 잠에서 깨어나 잠깐 빈둥거리거나 요리, 청소, 기도, 부부관계를 하거나 밤길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다가 두 번째 잠인 ‘아침잠’을 잤다. 17세기 영국과 미국에서는 약혼 중인 남녀를 한 침대에 재우면서도 서로 접촉할 수 없게 떨어뜨려 놓던 특이한 관습이 있었는데 이를 번들링bundling이라고 불렀다. 18세기 영국의 신부 가운데 40퍼센트가 임신한 상태로 결혼했다고 한다.
수백 년, 심지어 수천 년 전에 살고 간 조상들과 지금의 우리와는 환경적인 문제나 개인적인 차이 있겠지만 자세히 비교해보면 공통점이 더 많다. 내일도 우리는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오늘의 일상을 되풀이할 것이다. 역사 자체는 반복되지 않지만 우리의 삶은 반복된다!!
추천의 말
그레그 제너는 세심한 조사를 통해 일상의 역사를 소개하고 우리가 평소에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무수한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_ 앨 머리Al Murray
유쾌하고 신기하며 폭소를 자아낸다. 일상적인 일과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발명품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다. _ 로렌 래번Lauren Laverne
가장 불가사의하고 어수선한 박물관을 둘러보는 느낌이 든다. 각 장이 박물관의 전시실처럼 신기한 아이디어와 정보로 넘쳐난다. _ 로빈 인스Robin Ince
책속으로 추가
조지 워싱턴과 폴 리비어Paul Revere는 미국 독립전쟁(1775-1783)에 참전한 독립 영웅으로 유명하지만, 두 사람이 치의학이라는 고리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워싱턴이 독립전쟁을 치르는 사이사이에 부업으로 치석을 제거했던 아마추어 치과의사라도 되었다는 말일까? 그와는 정반대다. 워싱턴은 브라질 호두를 치아로 깨는 버릇 때문에 이가 하나만 남고 모조리 빠졌다고 한다. 그래서 필라델피아의 치과의사가 특별 제작한 조잡한 의치를 착용할 수밖에 없었다. 워싱턴은 상아, 다른 사람의 치아, 금, 납으로 만든 의치 덕분에 음식물을 씹고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말을 할 수는 있었지만 의치로 인한 지독한 통증을 달래기 위해 아편틴크laudanum(아편으로 만든 약물?옮긴이)에 의존했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헤로인과 비슷한 마약을 상용했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미국의 독립 영웅이라는 기존 이미지 대신 극심한 치통에 시달리거나 A급 마약에 취한 모습으로 우리의 관점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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