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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onths ago

목차
머리말 그림은 두 번 태어난다

01 예술의 자본화, 혹은 자본의 예술화
02 미술과 소비의 탄생
03 미술 시장의 탄생, 미술품 거래가의 역사
04 딜러(Dealer)의 시대
05 슈퍼 딜러에서 나카마까지, 아트 딜러의 세계
06 중세 아트 딜러의 손익계산표
07 아트 페어, 미술에 장터가 처음 열린 날
08 중세 기업인의 미술 사랑, 조토의 ‘아레나 예배당’
09 미술을 살린 돈, 미술을 죽인 돈
10 중세 사업가의 자린고비 미술 사랑
11 피렌체, 상인들이 만든 미의 제국
12 그림 속으로 들어가 출세한 돈 이야기
13 현대 미술의 설계자 코지모 데 메디치
14 머니의 예술적 환생, 게티 vs. 메디치
15 미술 후원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두 개의 메디치 도서관
16 현대 미술의 작품 가격 생성 원리
17 황금을 이긴 화가의 필력
* 그림 면적과 그림 가격, 한국 미술 시장의 중세성
18 기적의 서양 미술
19 기업가형 예술가 또는 예술가형 기업가
20 방황하는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
21 몰락한 집안의 가장, 미켈란젤로
22 ‘하우스 푸어’ 렘브란트의 인생유전
23 셀프 마케팅의 귀재 루벤스
24 그림값을 결정하는 요소
25 좋은 작가 감별법

* 앤디 워홀이 선언한 미술의 자본화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 위력이 점점 더 가속화되는 것 같다. 미술계의 시장 종속화는 날로 심해지면서 예술성은 오직 화폐가치로만 판단되는 실정이다.

* 견물생심이라고 〈동방박사의 경배〉나 〈조반니 아르놀피니와 그의 아내 초상〉을 수놓은 진귀하고 호사스런 상품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한번쯤 나도 이런 것들을 가져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화가들의 치밀한 붓 터치는 사물을 생생하게 잡아내고 있다. 이는 마치 오늘날 쇼핑호스트의 달콤한 유혹처럼 단번에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당시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면서 세계 각국에서 수입된 사치스런 물품들의 향과 촉감을 느껴 보고 싶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니 당시 그림들은 오늘날 대중매체의 광고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마케팅과 상품 소비의 운명적 공생관계는 단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 이 땅에 소비주의가 등장하자마자 생겨난 오래된 전통인 것이다.

* 세상에서 제일 비싼 그림은 무엇일까? 현재(2012년 2월)까지는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이다. 이 그림은 2010년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640만 달러, 한화 약 1,200억 원에 낙찰되었다. 비공식적인 개인 거래에는 이보다 두 배 이상의 작품도 있다고 하지만, 세계 미술 경매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거래된 작품 중 이 가격을 넘어서는 예는 아직 없다.

* “역사상 미술 가격이 이처럼 상승 곡선을 그렸을 때가 언제였을까?” 하는 질문도 든다. 일반적으로 미술사학자들은 17세기 네덜란드를 미술 시장의 역사적 호황기라고 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는 다르다. 실상 이보다 먼저 이탈리아에서 미술 가격 상승기가 있었다. 14세기 중반이 바로 그 시기다. 이때 가격 상승과 양적 팽창이 동시에 일어나는 미술 거래의 현대적 패턴이 최초로 발생한 시기였던 것이다.

* 미술 작품을 살 때 딜러에게 돌아가는 몫은 얼마일까? 법으로 명시된 바는 없지만 관례적으로 5 대 5의 비율이 유지된다. 100을 팔면 50은 작가에게, 나머지 50은 딜러에게 간다는 논리다. 시가 1,000만 원짜리 작품을 팔면 500만 원, 1억 원짜리 작품을 팔면 5,000만 원이 딜러의 몫이다. 간혹 6 대 4, 또는 4 대 6으로 배분되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 대 딜러의 수익분배 원칙은 전 세계적으로 5 대 5가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 같은 피카소의 작품도 브랜드가 확실한 딜러에게서 산 작품이 훗날 더 좋은 가격으로 재판매될 수 있다는 말이다. 유명한 딜러에게서 작품을 사면 그 가격이 보장될 수 있다는 오래된 업계의 신뢰가 미술 시장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것이다. 일단 시장에서 신뢰를 얻은 딜러들에게 막대한 수요가 몰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 얼마 정도를 지불하면 좋은 그림을 살 수 있을까? 미술과 관계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럴 때 나는 1,000만 원이라고 답하곤 한다. 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그림 중 거실에 걸어 놓을 만한 50호(캔버스 사이즈 116.8×91cm) 정도 크기의 유화 작품 가격이 대체로 그 선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 14세기 후반 그림값의 변동 그래프를 살펴보자. 흑사병이라는 대재앙 직후 갑자기 그림 수요가 몰려 그림 가격이 수십 배 오르지만 다티니가 화상으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그림값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요는 계속 늘었지만 당시 사람들이 저렴한 소품류의 그림을 많이 찾으면서 평균 그림 가격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바로 이 시기는 서양에서 미술품 소유의 대중화가 최초로 시작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 서양 근대 미술의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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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림과 돈의 상관관계, 그림값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

그림값의 비밀
그림값은 언제 오를까? 어떤 그림이 명작이 되는 것일까? 얼마 정도면 그림 한 점을 살 수 있을까? 그림값은 재료비에 비례하는 것일까? 등등. 그림에 대해 궁금한 점은 너무나 많다. 우리 곁에 가장 친숙한 예술인 동시에 미술은 그들만의 시장인 까닭이다. 그림을 좋아한다고 기꺼이 말하는 사람들 중 실제로 그림을 구매한 경험이 있거나, 미술 경매에 참가했던 이들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그림은 이중성을 갖고 있다. 가장 고고하고 심미안적 예술인 동시에 현대의 강력한 세속적이며 절대적 수단인 ‘돈’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화가의 뒤에서 오히려 작가보다 더 큰 영향을 가지고 미술 시장을 흔드는 ‘컬렉터(중개상)’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컬렉터가 없다면 지금의 미술은 시장이 형성되지도, 우리 곁에 이렇게 가까이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림은 두 번 태어난다
화가의 손에서 한 번, 그리고 컬렉터의 품 안에서 또 한 번.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화가의 몫이지만 그림의 성장은 컬렉터의 품속에서 이뤄진다. 그림이 화가의 작업실에서 태어나 미술관에 걸리기까지 겪게 되는 기나긴 여정을 생각해 볼 때, 컬렉터는 작품의 두 번째 창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그림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마주하는 작품들은 작가의 손에 의해 완성된 수많은 작품 중 컬렉터들에 의해 선별된 극히 일부의 것들이다. 과거에 그려진 수많은 그림들 중에서 컬렉터의 눈에 들어 간 소수의 작품들에게만 수백 년의 시간을 이겨 낼 수 있는 불멸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작가와 컬렉터, 그리고 그림의 관객
미술에 대한 이해를 생각하면 이러한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는 것도 컬렉터가 무슨 작품을 살까 고민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사실 모든 사람이 컬렉터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자리에서 미술의 진면목을 바라볼 수는 있다. 오늘날 미술의 역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생동감 넘치게 관람하게 해 주는 일등석 자리는 작가와 컬렉터가 함께 공동 주연으로 벌이는 미술 시장이라는 무대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다. 이제 이 두 공동 주인공의 대화와 움직임을 다 함께 고려하는 것이 미술 감상의 첩경이 되며, 둘이 벌이는 신경전과 갈등이 스토리 전개의 핵심이 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이 책은 작가와 컬렉터가 미술 시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벌이는 여러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가능하면 두 주인공의 갈등과 고민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각자가 겪는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기 위해 논의의 폭을 시장경제의 틀이 갖춰지는 초기 자본주의 역사까지 넓혔다. 미술 시장의 역사적 전개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상의 모습을 잡아 보는 것이 이 책의 개성인 셈이다.

《그림값의 비밀》을 읽기 전에
소비주의사회 속에서 미술이 차지하는 역할, 다시 말해 미술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무기로써 거듭나는 과정이 글 초반부의 주제다. 그리고 화가와 컬렉터를 연결해 주는 그림 상인, 즉 아트 딜러의 원초적 본능을 잡아내면서 그림값이 결정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추적했다. 이 책 한 권으로 그림값이라는 요지경 같은 세계를 모두 다 파헤쳤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주요 논점은 충실히 제시했다. 화가들 사이에 임금이 차별되는 순간이나 그림값을 매기는 방식이 작가의 노동력과 그림에 들어간 재료의 합에서 작품의 가치로 무게중심이 옮겨 가는 순간 등을 포착하려 한 것이다.

창작의 열정에 빠진 화가들도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밥벌이의 지겨움’을 어떻게 이겨 내는가의 문제는 작가의 이해에 중요한 문제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책의 후반부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작가는 왜 항상 가난할까, 아트 페어의 역사,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작업에 몰두해야 했던 미켈란젤로, 개인 파산과 거듭되는 가혹한 불행 속에서 그림을 그려야 했던 렘브란트 등은 화가와 그림에 얽힌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를 위하여
이 책은 그간 그림 거래 장면을 관심 있게 바라보았던 일반 관객들이 독자다. 특히 발길은 화면 밖을 향하지만 눈길은 화랑 속으로 향하고 있는 수수한 주변인 같은 사람. 그러면서도 미술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의 끈을 계속 가졌던 이들이 주인공이다. 물론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사람이나 그림에 얽힌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이들, 그림값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미술 시장은 오늘날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미술 시장의 비중이 커지고 그것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미술은 상류층들만의 특수한 소비거나 한가로운 사람들의 취미활동으로 고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같은 불황에도 초현실적인 미술 경매 가격의 신기록 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대다수 일반 사람들은 무관심이나 냉소로 이를 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을 갖고 미술 시장 안으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미술은 원래 시골의 장터 같은 곳에서 사고팔기 시작했다. 생활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그러니 미술이 생활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동시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가까이 두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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