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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ago

목차
프롤로그: 로마-두 번째 탄생을 위한 오래된 지도

1부 로마 왕정과 공화정의 시대
1장 세르비우스의 성벽 _로마 왕정의 역사
2장 스페인 계단 _포에니 전쟁과 로마 공화정의 역사
3장 포로 로마노와 캄피돌리오 광장 _참된 인간의 의무는 무엇인가
4장 미네르바 성당과 나보나 광장 _인간됨에 대하여
5장 라르고 아르젠티나 _카이사르의 삶과 죽음

2부 로마 제국의 창건과 흥망성쇠
6장 판테온과 트레비 분수 _아우구스투스와 아그리파의 우정
7장 평화의 제단과 아우구스투스 영묘 _로마에서 추방된 비운의 시인
8장 콜로세움 _69년의 대혼란과 권력의 암투
9장 산탄젤로 성 _황제의 영묘에서 천사의 성으로
10장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과 카라칼라 욕장 _로마 제국의 쇠퇴

에필로그: 로마, 무엇을 보고 어떻게 떠날 것인가?


그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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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표
책 속으로
로마는 고대와 르네상스와 바로크가 겹치는 도시이므로, 우리가 그곳에서 길을 잃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아우구스투스가 꿈꾸었던 제국의 야망과 키케로가 품었던 공화정의 이상이 충돌합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로마에서는 미켈란젤로의 직선과 베르니니의 곡선이 교차합니다. 성聖과 속俗이 공존하는 곳도 로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매춘부가 많은 도시가 로마이고, 세상에서 가장 성직자가 많은 곳도 로마이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로마에서 길을 잃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름 모르는 골목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 프롤로그 p.11

오늘 우리가 방문할 포로 로마노, 즉 로마 광장은 바로 이 로마 공화정의 난제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곳이다. 권력의 질주를 막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이곳에서 정교한 법률적 장치를 고민했고, 어떤 사람은 종교적 믿음을 이용하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제어할 수 없는 권력의 찬탈자에게 암살의 단검을 휘두르는 마지막 선택을 하기도 했다. 그곳에는 권력을 향한 맹목적인 욕망이 난무했다. 승리자는 자주색 토가를 입고 천하를 호령했으나, 패배자는 눈물을 떨구며 제발 가족들만은 살려달라고 읍소해야만 했다. 포로 로마노는 대리석과 무너진 건물 더미의 무덤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저기 나뒹구는 고대 로마의 건축 잔해가 파편처럼 굴러다닌다. 그러나 그 무너져 쌓여 있는 대리석 더미 사이에는 사람들의 눈물이 고여 있고, 무심한 로마의 바람이 내리 쉬는 한숨처럼 그 곁을 스쳐 지나간다. ▶ 3장 포로 로마노와 캄피돌리오 광장 p.72

포로 로마노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은 없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길을 잃고, 무너진 대리석 건물의 잔해 앞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포로 로마노의 감상법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하루 만에 로마를 본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일정에 쫓기는 로마의 여행객들이여, 포로 로마노를 허투루 보지 말라.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로마는 전설의 도시, 신기루의 도시로 남을 것이다. 포로 로마노는 천천히, 생각하면서, 여유를 두고 걸어가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까 그 길은 생각의 길인 셈이다. ▶ 3장 포로 로마노와 캄피돌리오 광장 p.74

캄피돌리오 광장에 서면 키케로의 《의무론》의 내용이 문득 떠오른다. 함께 나누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로마 공화정의 이상을 현실 정치로 실현시키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던 그는 포로 로마노의 ‘성스러운 길Via Sacra’을 무던히 오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토론을 나누었을 것이다. 멀리 유학간 아들에게 함께 나누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의무라고 가르쳤던 키케로는 끝이 자신의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생애를 마감한다. 키케로의 잘려진 머리와 팔이 로스트라에 전시되었을 때, 로마 공화정의 찬란했던 영광은 끝을 맺게 된다. 로마 공화정과 운명을 같이했던 그의 최후를 캄피돌리오 언덕이 조용히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 3장 포로 로마노와 캄피돌리오 광장 p.120

1527년의 로마 대 함락 사건, 그것은 로마인들에게 악몽 그 자체였다. 신성로마 제국의 황제 카를 5세가 로마를 초토화시켰기 때문이다. 교황 클레멘트 7세와 로마인들은 가톨릭 교회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카를 5세가 로마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실제로 황제는 직접 로마를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가톨릭 교회에 대한 반감을 품고 개신교로 개종했던 독일 용병들을 고용해 로마를 초토화시켰다. 147명이 목숨을 잃었던 스위스 교황 근위대의 마지막 저항이 없었다면 교황 클레멘트 7세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가톨릭 교회에 대한 반감에 가득 찬 독일 용병들은 시스티나 성당을 마구간으로 사용할 정도였다. 로마 시내에서 벌어진 약탈과 방화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스페인과 독일의 성난 침략군들의 함성 소리는 마치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최후의 나팔소리와 같았다. 미켈란젤로가 그때의 충격을 그림으로 표현했으니,
우리는 그곳에서 인간의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다양했는지, 인간의 영혼은 권력과 욕망의 정도에 따라 얼마나 부침을 거듭하는지, 예술은 또 얼마나 인간의 메마른 영혼을 촉촉하게 적셔줄 수 있는지 목격하게 된다. 로마는 그래서 오랫동안 인류의 로망이 되었다.
로마라는 나라를 창건하기 위해 쌍둥이 동생 레무스를 죽여야 했던 로물루스의 숙명, 로마 마지막 왕가의 폭력 앞에 자신의 순결을 잃고 복수를 외치며 자결했던 루크레티아, 브루투스의 칼에 찔려 숨을 거두면서도 끝까지 자기 얼굴에 묻었던 피를 닦으려 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 불타는 로마 시가지를 바라보며 트로이 성이 불타는 장면을 시로 읊었다는 네로 황제, 미켈란젤로와 카라바조가 시대를 넘어 예술혼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세대 간의 대결을 펼쳤던 곳, 지금도 세상의 모든 죄인들이 모여와 무릎을 꿇고 하느님에게 용서를 구하는 영혼의 순례지!
우리는 로마에서 ‘재탄생’을 경험한다. 로마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다시 태어난 우리 자신이다. ▶ 에필로그 pp.403~404 닫기
출판사 서평
로마를 걸으며 역사를 말하다
- 깊이 있는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

신간 《나의 로망, 로마》의 저자이자 인문학자인 김상근 교수는 독자들과 함께 로마를 걸으며, 발길이 닿는 유적지마다 어울리는 고전 작품을 소개하고 그 장소에 얽힌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로마 제국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했던 문화는 아직도 로마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포로 로마노는 단순히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한 대리석 잔해를 구경하는 장소가 아니라, 권력의 질주와 독점을 막기 위한 로마 공화정의 난제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곳이다. 콜로세움은 그저 멋진 건축물이 아니라, 네로 황제의 인생과 로마의 혼란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스페인 광장에서 우리는 포에니 전쟁과 로마 공화정의 역사에 흠뻑 빠져들 수 있고, 라르고 아르젠티나Largo Argentina에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삶과 죽음을 되새길 수 있으며, 트레비 분수에서는 아우구스투스와 그의 참모 아그리파의 참된 우정을 떠올릴 수 있다.
저자는 로마를 걸으며 리비우스의 《로마사》,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등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읽어본 적은 없는 고전들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콘스탄티누스의 개선문 아래에 앉아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괴테가 방문했던 산탄젤로 성Castel Sant’Angelo 앞에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함께 읽어보는 것이다. 고전을 읽는다고 하면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앞서지만,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글의 눈높이를 낮추어 누구든 편안하고 흥미롭게 이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저자와 함께 산책하는 듯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각 고전이 그 장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우리 마음속에 커다란 울림을 남긴다.
고전뿐 아니라, 로마를 여행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예술 작품도 다루었다. 책 후반부에서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베르니니, 카라바조 등 로마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흔적을 좇아 로마의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여행하게 된다. 저자의 설명과 함께, 그림과 조각 속에 숨겨져 있던 예술가의 의도와 작품의 배경이 풍성하게 살아나며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상근 교수는 로마를 방문한 괴테가 “전체 세계사가 이 장소와 결부되어 있으니, 나는 여기서 두 번째 탄생을 맞고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여행자들이 로마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로마 여행은 관광이 아니라 사색이어야 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나와 우리를 돌아보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로망, 로마》는 김상근 교수가 인문학자의 시각으로 로마를 바라보고, 걷고, 느낀 기록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벅찬 가슴으로 로마를 떠날 때까지, 그리고 로마 제국의 창건에서 멸망까지, 로마의 모든 것이 한 권에 들어 있다. 이 책은 로마를 가보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며 로마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는 두 번째 여행을 고대하게 하는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로마사 #유럽역사기행
지금, 로마에서 위대한 고전 강의가 펼쳐진다!
삶을 밝히는 인문학자, 김상근 교수의 로마 기행
로마에 가본 사람은 많다. 로마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더욱 많다. 하지만 로마를 ‘제대로’ 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유명하다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와 젤라토를 먹고,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장면을 따라 ‘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보고, 콜로세움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렸다고 해서 로마를 제대로 여행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로마는 인류 문명이 고스란히 담긴 박물관일 뿐 아니라 서양 문화의 로망이었으며, 수많은 인문 고전과 예술 작품의 요람이다. 로마는 깊이 있게 여행해야만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로마 여행에 성공한 사람들은 삶을 아우르는 위안, 앎에서 오는 기쁨, 시대를 뛰어넘는 지혜를 얻고 돌아온다. 로마는 수천 년 전의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는 장소이며, 그럼으로써 여행자들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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