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사토 겐타로, 퀴닌, 말라리아, 특효약, 강희제, 강희자전, 삼도천, 서양선교사, 곤충, 매독, 바스쿠다가마, 함대, 도쿠가와이에야스, 유창목, 수은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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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_ 만약 그때 그 약이 없었더라면

01 의약품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원숭이와 곤충도 약을 사용한다고?
참혹한 '쓰레기 약'의 시대
불로불사의 약 '금단'이 당나라를 멸망시킨 주범이다?
불멸의 작곡가 슈베르트는 매독 치료에 사용한 수은 중독으로 죽었다는데
통계학 발전이 의약품 효능 판정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이유

02 세계사의 흐름을 결정지은 위대한 약, 비타민C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한때 인류를 치명적 위기에 빠뜨렸던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인 매독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을지 모른다. 또한 '수은 요법'이라는 황당한 치료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었던 중세인들처럼 현대인들은 여전히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지 않을까.
매독은 무서운 병이다. 프랑스 왕 샤를 8세, 프란시스 1세, 잉글랜드 왕 헨리 8세 등 널리 이름이 알려진 쟁쟁한 왕들이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한때 파리 시민의 3분의 1이 이 병에 걸릴 정도로 심각했다.
유럽 전역을 강타한 매독은 바스쿠 다 가마의 함대에 매독 환자가 섞여 들어가는 바람에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인도와 말레이반도를 거쳐 중국에 진출했다. 그리고 다시 16세기 초반 무렵 일본에 상륙하여 수많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이 시대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전해 내려오는데, 전국시대의 극심한 혼란을 극복하고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관한 이야기다. 희대의 영웅 이에야스는 매독이 두려워 윤락 여성들 근처에도 가지 않는 등 지나칠 정도로 몸을 사렸다고 한다.
인류는 이 위험천만한 질병 매독 치료법을 찾기 위해 수백 년간 분투했다. 한때 중앙아메리카 원산인 유창목 나뭇진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귀한 대접을 받았다. 또한 수은이 매독 치료 특효약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은 요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심부전과 탈수, 질식 등으로 목숨을 잃거나 운 좋게 살아남아도 간과 신장에 장애를 입은 채 빈혈 등의 부작용을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했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위험천만한 치료법이 줄줄이 등장하는데, 그중에는 오스트리아 의사 율리우스 바그너 야우레크가 개발한 '매독환자를 말라리아에 걸리게 하는' 기상천외한 치료법까지 등장했다.
에를리히 연구팀은 획기적인 매독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감염병에 관한 많은 업적을 세워 이미 전 세계적 명성을 얻은 에를리히 연구팀에는 일본인 유학생 하타 사하치로가 참가하고 있었다. 에를리히는 해박한 의학 지식과 탁월한 실험 기술, 경이로운 끈기를 갖춘 이 제자를 깊이 신뢰했다.
하타가 에를리히 연구팀에 참가하기 얼마 전 매독 병원체가 발견되어 배양법이 학계에 보고되었다. 에를리히 연구팀은 수백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이 병에 초점을 맞추었다. 에를리히는 하타에게 지금까지 만든 화합물을 매독에 시험해보라는 임무를 주었다.
끈질기게 실험을 거듭한 하타는 606번째 화합물 실험에서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비소를 포함한 이 화합물 한 방울만으로 실험용 토끼의 혈액에서 매독 병원체를 말끔히 몰아냈다. 한 달가량 시간이 지나자 매독으로 생겼던 종기가 완치되었고, 토끼는 건강을 회복했다.
임상시험이 진행되었으며, 인체에 대한 효과도 입증되었다. 무서운 질병 매독이 마침내 정복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하타 사하치로의 집념과 끈기에 힘입은 에를리히 연구팀이 개발한 606번째 비소화합물은 '살바르산'으로 명명되었는데, '구세주'를 의미하는 라틴어 단어 '살바토르(Salvator)'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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