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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선사의 사교 회통사상, 문광스님, 주역, 설괘전, 김일부, 기묘년, 정역팔괘도, 십일일언, 복희역,문왕, 유석, 주역선해서, 극기복례, 극공, 무기, 장자, 법무아, 심성,종지
탄허의 출가 이후의 회통 사상의 형성 과정을 다시 한 번 요약해 보면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보자. 탄허는 ‘문자 밖의 소식’을 깨닫고자 한암과의 3년간의 편지 왕래 끝에 상원사로 입산했다. 그는 구도의 열정으로 불문에 입문하였고 스승 한암은 수계 직후 곧바로 묵언 참선을 명했다. 1936년 삼본사 연합수련소의 개설로 인해 7년간의 이력 과정을 마치면서 선교를 겸수하고 정혜를 쌍수하여 불법의 대지(大旨)를 관통했다. 출가 이후 경허-한암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선가의 법맥을 이어받아 교학의 내전을 선원에서 선사에게 배우게 되는데 이는 그의 불교 해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모든 경전을 종지 중심으로 보게 되고 번역을 위한 주석서를 선택할 때도 간략하면서도 명징하게 근본 뜻이 드러나는 판본을 중시하는 성향을 나타내게 되었다. 선과 교의 관계 설정에서도 스승 한암의 영향으로 보조의 선교겸수와 정혜쌍수를 주창하게 되고 『화엄경』을 보는 안목 역시 『청량소』보다 선적인 안목이 두드러지는 『통현론』을 중시하게 되었다.
p.58
탄허의 회통 사상의 선하(先河)가 되는 것은 당연히 원효의 ‘화회(和會, 和諍 會通)’일 것이다. 원효가 ‘화쟁’이라는 용례를 직접 사용한 주요 텍스트는 『십문화쟁론』, 『금강삼매경론』, 『열반경종요』가 있으며 『대승기신론소·별기』, 『미륵상생경종요』, 『영락경소』 등에서도 화쟁 사상의 단초와 관련된 내용들이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원효의 사상을 대표하는 것으로 일심, 화회(화쟁 회통), 무애의 세 가지를 언급하는데 ‘화회’는 ‘회통’을 통해서 ‘화쟁’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원효는 “먼저 권교를 모으고[先會權敎] 뒤에 실리를 통하게 함[後通實理]”과 “먼저 글이 다른 것을 통하게 하고[初通文異] 뒤에 뜻이 같은 것을 모음(後會義同)”과 같은 방식으로 ‘회통’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탄허는 ‘회통’에 대해서 원효와 같은 방식의 개념 정립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그가 『대승기신론소』 등에 나타난 원효의 일심과 회통의 정신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p.61
탄허는 한국 불교의 전통 가운데 면면히 내려오는 회통의 정신을 발전시켜 선과 화엄을 중심으로 선교(禪敎)를 회통하고, 동양의 삼교를 자재하게 융회시킨 다음 이를 확장하여 기독교와 서양 사상까지 확충해 나갔다. 탄허의 ‘천하무이도, 성인무양심’의 회통 정신은 유·불·선·기의 사교에 두 도가 없으며, 석가·공자·노자·예수가 두 마음이 없다는 깨달음의 표출이기도 했다. 성인에게 두 마음이 없다고 했던 이유는 일체 성인들이 공통적으로 무심삼매(無心三昧)를 자재하게 수용하여 인간 본유의 심성(心性)을 잃지 않고 잘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종교나 사상을 비교함에 있어 다름을 주장하기는 쉽고 유사성을 발견하기도 어렵지 않으나 근본이 같다는 것을 철저히 깨닫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탄허의 회통 사상의 본령은 근본이 본래 하나였음을 철저히 깨닫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p.158
탄허는 불교를 제외하고서 최고의 학설은 단연코 『주역』이라고 하면서 유교의 경전들 가운데 『주역』을 가장 중시했다. 그는 명말청초의 우익 지욱(藕益 智旭, 1599~1655)의 『주역선해(周易禪解)』를 현토 역주(懸吐譯註)하였는데 이 번역은 『주역선해』에 대한한국 최초의 번역본이자 탄허의 마지막 출판물이 되었다.
p.165
탄허는 『주역』의 종지 또한 ‘심성’ 두 글자에 수렴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주역선해서(周易禪解序)」의 결론에서 ‘유석(儒釋)의 심요(心要)는 말이 끊어져 묵묵히 계합함에 있는지라 ‘일(一)’을 통하면 만사(萬事)가 필(畢)한다’15)고 역설했다. 유교와 불교가 공통적으로 ‘일’의 진리에서 계합한다는 것인데 그가 말하는 ‘일’을 역학에서는 ‘태극’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탄허는 모든 학문의 요체를 회통할 때마다 『주역』의 ‘태극’을 적극 활용했다.
p.170
탄허는 불교의 선수행과 관련된 술어인 성적, 지관, 정혜, 영지에 대한 보조와 규봉의 이론을 활용하여 유교 역학의 ‘음양’에 대해 회통하여 선해(禪解)하고 있다. 즉 ‘음양’22)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에 머물지 않고 이를 불교의 핵심인 체용(體用)의 문제로 확장하여 본체와 수행의 문제로 회통하고 있는 것이다. 탄허의 입장에서는 불교계에서 ‘음양’을 폄하하고 그 깊고 오묘한 이치를 모르고서 쉽게 얘기하는 것에 대한 깊은 불만이 있었다.
p.277
탄허는 공자 사상의 핵심인 ‘극기복례(克己復禮)’의 ‘극기(克己)’를 ‘무기’와 함께 설명했다. 『논어』의 ‘극기’가 ‘극공(極功)’의 경지에 도달할 때 비로소 『장자』에서 말하는 ‘무기’의 경지가 된다고 했다. 또 ‘무기’가 철저해진다면 불교의 인무아·법무아를 함께 충족시키는 ‘무아’라고 설파했다. 탄허는 유·불·선 삼교의 핵심 사상으로 극기와 무기와 무아를 들어 회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삼교의 종지는 결국 ‘내가 없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존에 삼교 일치나 삼교 회통을 거론하는 학자들 가운데에서도 탄허와 같이 극기, 무기, 무아를 완전히 동등하게 설명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탄허의 회통론의 특징은 바로 이 대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435
탄허의 사상체계는 간단하지 않다. 본 연구는 탄허를 연구한 최초의 연구서이지만 복잡하고 광활한 탄허 사상을 연구하는 조그마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그의 사상을 보다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문자화되지 않고 남아 있는 음성 녹음 자료들을 하루속히 문헌으로 정본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전을 번역하는 것 이외의 저술에는 극히 소극적이었던 탄허의 풍격 탓에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자료들이 여전히 문자화되지 않고 강의 내용들 속에 파묻혀 있다. 이런 이유로 문자의 형태로 처음 소개되는 그의 강의 내용의 경우에는 되도록 중간에서 생략하지 않고 긴 인용문 그대로 실어 두었다. 향후의 연구와 미래의 자료적 가치를 위해서였다. 닫기
출판사 서평
한국불교의 대선지식 탄허 스님 사상에 관한
국내 최초 연구서!
문광 스님의 『탄허 선사의 사교 회통 사상』 출간!
제4장에서는 불교를 중심으로 역학, 유학, 노장학, 기독교를 회통한 사교 회통 사상의 실질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제5장에서는 탄허의 삼교의 말세론에 대한 해석과 앞으로 다가올 지구의 미래에 대한 예견인 미래학, 그리고 한국의 민족적 역학인 김일부의 『정역』에 대한 그의 독자적 해석을 분석한다.
[탄허 선사 소개]
탄허 선사(呑虛禪師, 1913~1983)는 한암 선사(漢岩禪師, 1876~1951)의 법을 이은 수제자로 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고승이다. 법명은 택성(宅成), 속명은 김금택(金金澤), 1913년 음력 1월 15일 전북 김제군 만경에서 태어났다. 기호학파의 면암 최익현(崔益鉉) 계통에서 유학을 공부했으며, 노장(老莊) 등 도학(道學)에도 심취했다.10대 후반부터 ‘도(道)란 무엇인가’에 몰두했으나 해답을 얻지 못하다가 당시 대표적 선승인 한암 선사와 3년간의 서신 문답 끝에 드디어 1934년 9월 5일 22세의 나이로 오대산 상원사로 입산, 출가했다.
1956년부터 월정사 조실로서 오대산 수도원과 영은사 수도원을 개설하여 인재 양성에 매진하셨다. 또 54~58세(1966~1970)에는 동국대학교 대학선원 원장을 맡아 학생들에게 불교철학과 참선을 지도하셨다. 이후 『신화엄경합론』(47권)과 『능엄경』, 『대승기신론』, 『금강경』, 『원각경』, 그리고 『서장』 등 사집(四集)과 『육조단경』, 『보조법어』, 『영가집』 등을 우리말로 완역 간행하여 승가 교육과 인재 양성에 크게 이바지하셨다. 또 동양학의 중요한 고전인 『주역선해』, 『노자』, 『장자』 등을 완역 간행하셨는데, 그 공로로 동아일보사 주최 제3회 인촌문화상을 수상하셨으며, 국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1983년 6월 5일(음력 4월 24일) 오대산 월정사 방산굴(方山窟)에서 세수 71세, 법랍 49세로 입적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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