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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책 속으로
19세기가 되자 여기저기서 창문세에 대한 반대가 터져 나왔다. “‘공기처럼 공짜’라는 표현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창문세를 부과한 이후부터 공기도 빛도 공짜가 아니다”라며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분노했다. 반대운동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되었다. 전단지를 배포하고 노래를 만들어 불렀으며 반대하는 연설이 줄을 이었다. 1845년에 소득세가 다시 도입되고 얼마 되지 않아 로버트 필Robert Peel 총리가 유리세를 폐지했다. 그러나 창문세는 남겨두었다. 1850년에야 비로소 의회에 창문세 폐지안이 상정되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의원들이 토론 중 창문세를 ‘햇빛 도둑(Daylight robbery)’이라 불렀다고 한다.
---「1장 햇빛 도둑」중에서

오늘날 세금은 모르는 사이에 원천징수되고 강제로 징수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강제로 가져가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내가 강제라고 한 말은 세금을 안 내면 전과자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는 교도소에 갈 기회조차 없다. 세금이 원천징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미디언 크리스 록(Chris Rock)은 다음과 같이 비꼬았다. “당신이 세금을 내는 게 아니고 국가가 세금을 가져가는 거예요. 월급을 받으면 다음 순간 사라져버려요. 이건 징수가 아니고 강도질이죠.”
---「3장 갑자기 웬 세금?」중에서

찰스 1세에 맞섰던 존 햄프던의 신조는 미국 독립운동의 구호가 되었다. 그들의 슬로건은 오늘날에도 울려 퍼진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 영국의 군주가 부과한 세금에 맞서 13개 주가 일어섰다. 이들의 승리가 오늘날 세계 최강대국인 미합중국을 탄생시켰다.
---「8장 세금과 근대국가의 형성」중에서

하원회의에서 자유당의 윌리엄 포스터(William Forster)가 남북전쟁의 원인이 노예제라고 발언하자 “아니요. 관세 때문이오!”라며 반대 의견이 빗발쳤다. 링컨은 노예제를 폐지하기 위해 남북전쟁을 벌인 것이 아니다. 1862년 8월까지도 링컨은 “남북전쟁의 지상 목적은 연방을 구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 전쟁의 목적은 노예제도의 보존이나 폐지가 아닙니다. 단 한 명의 노예도 해방시키지 않고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모든 노예를 해방시켜야만 연방을 지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일부는 해방시키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어야만 한다면 또 그렇게 할 것입니다.” 남부의 노예를 해방시키는 노예해방 선언은 뒤늦게 1863년 1월에야 발표되었는데 이는 링컨이 “더 이상 사용할 카드가 없어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패배할 것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취한 행동이었다.”
---「10장 남북전쟁의 진짜 이유」중에서

전쟁이 클수록 세금 부담도 커진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전 세계는 더 많은 세금에 시달렸다.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말했듯이 “전쟁에는 돈이 필요하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비용 중 22퍼센트를 세금으로 충당했다. 나머지는 차입과 화폐발행으로 채웠다. 종전 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여전히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42년 소득세법으로 바뀌었다. 대상자가 1,300만 명에서 5,0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갑자기 국민의 75퍼센트가 소득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세금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돈을 갈취할 것이다”라고 〈타임〉은 탄식했다.
---「12장 제2차 세계대전과 세금」중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정부 지출은 감소했지만 세금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아니 비슷한 수준에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오히려 높은 수준에서 고착되었다. 소득세는 이제 모든 사람에게 20세기의 한 단면이 되었다. 전쟁으로 인해 세금의 요정이 병에서 나온 다음 아무도 원위치시키지 않았다. 영국의 재정정책연구소는 이를 톱니효과(ratchet effect)라고 부른다. 평시에는 재선에 영향을 줄까 봐 정치인들이 쉽사리 세금을 못 올리지만 전쟁이 나면 상황이 달라지고 새로운 항목의 세금과 높은 세율이 한번 도입되면 웬만해서는 없어지지 않는다.
---「13장 20세기 세금, 더 많이 더 쉽게 걷히다」중에서

현재 발생한 채무의 상환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세대의 몫이 될 것이다. 빚이 쌓여가도 이들은 투표를 통한 발언권이 없다. 자신들의 세금으로 오늘날 발생한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만일 빚을 못 갚으면 그 대가도 이들이 짊어져야 한다. 채무는 미래로 이월되는 세금이자, 미국 독립운동가들이 쓴 표현을 빌리면 대표 없는 과세다.
---「14장 채무와 인플레이션은 숨은 세금이다」중에서

정부의 세수입을 위협하는 신기술 중 암호화폐 기술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20세기에 큰 정부가 구현될 수 있었던 건 명목화폐의 덕이 컸다. 마음대로 화폐의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정부는 막강한 권력을 보유하게 된다. 정부에 돈이 필요하면 그저 돈을 찍어내면 된다.

1861년 4월, 미국 동부 해안에 있는 섬터요새(Fort Sumter). 이곳은 관세를 징수하는 핵심 지점이었다. 볼드윈 대령은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간청한다. “각하, 평화를 위해 요새에서 군대를 철수시키시죠. 그러면 미국 역사상 그 누구보다 높은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관세 수입은 어쩌고?” “관세 수입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빨리 결정하셔야 합니다. 이 나라의 구원자가 될 것인지, 역사에 오명을 남길 것인지…….”

이 외에도 영국 헌법의 시초인 마그나카르타가 탄생한 비화, 세계대전의 승패를 가른 소득세, 나치가 유대인에게 저지른 차별적 조세정책,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채무로 몰락한 영국 등등 이 책은 세금이 역사와 얽히고설키며 인류 문명과 늘 함께해왔음을 보여준다.
세금은 권력이다. 그래서 세금 수입이 없어지는 순간, 왕이든 황제든 정부든 권력을 잃는다. 고대 수메르 제국의 왕부터 오늘날의 민주주의 복지국가까지 이 법칙이 항상 적용되었다.
그런데 디지털 경제로 대변되는 21세기 들어 이러한 연료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 비교적 과세하기 쉬웠던 기존의 고용인-피고용인 관계가 사라지고 긱 경제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임시직 경제와 함께 디지털 노마드족이 증가하면서 원천징수는 더욱 하기 어려워지고 탈세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소득세를 거둘 기회가 사라지는데 인공지능, 머신러닝, 로봇은 이 악재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정부 재정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금 신고, 원천징수, 부가세, 거래세 등의 부과 및 감시를 힘들게 만드는 암호화폐의 등장은 이런 흐름을 더욱 부채질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 암호화폐는 국세청의 악몽이 되었다. 게다가 EU와 아마존, 애플 등 미국의 IT 공룡들이 벌이는 세금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정부 수입 감소에 결정타를 입히고 있다.

현재 세계의 많은 국가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 채무가 GDP를 넘어서고 있는 데다, 글로벌화·디지털화로 국경의 의미가 점점 퇴색해가면서 세금 징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기술 발달로 많은 부문에서 정부의 역할이 쓸모없어지고 있다. 정부가 복지, 교육, 의료 등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모델은 위험에 처해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라는 시스템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세금이 있다. 그다음에 벌어질 일도 세금이 결정할 것이다.

세금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세금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세청 건물에는 “우리는 세금 덕분에 문명사회에 산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세금 덕분에 문명사회에 살고 있을까? 우리는 세금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이야기할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저 고지서에 적힌 금액을 순순히 납부할 것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천징수되는 세금이 교육이나 의료 같은 복지에 쓰이겠거니 생각할 뿐, 세금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저자 도미닉 프리스비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경제로 모든 것이 대전환하고 있는 지금, 세금 문제를 다시 전면에 부각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한다. “세금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다. 역사는 어리석고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시대에 맞지 않는 세금이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제는 21세기에 맞게 새롭고 더 나은 조세제도가 필요하다. 조세개혁은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세금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세금이 출발점이다.”

세금이라는 눈으로 현재, 과거, 미래의 세상을 보면 명확한 그림이 그려진다. 현재는 왜 이런 모습인지, 과거에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지까지도. 『세금의 세계사』를 읽으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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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도미닉 프리스비는 눈부시도록 명석한 관점으로 마그나카르타부터 미국 남북전쟁, 현대의 숱한 정치적 이슈까지 세금의 역할을 조명한다. 흥미로우면서도 기발한 역발상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 매트 리들리(『이성적 낙관주의자』 저자)

조세정책이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놀랍도록 날카롭게 깨닫게 해주는 책.
- 로저 버(비트코인닷컴 창립자)

몰두해 읽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래를 위한 조언에 다다랐다. 세금 이슈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할 책.
- 로저 부틀(『AI 경제』 저자)

이 장대한 역사의 산책서에서 저자는 세금이 어떻게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고 왜곡했는지 낱낱이 보여준다. 누구나 읽어야 할 작품이며,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마크 리틀우드(영국 경제문제연구소장)

정부가 세금을 가지고 얼마나 국민의 고혈을 짜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향후 기술 발달로 국가가 무너지고 개인 중심의 사회가 될 것을 예고하는 책.
- 더글러스 카스웰(영국 정치인)

세금에 대한 당신의 이해도를 한 단계 상승시켜줄 작품.
- 빌 보너(『세계사를 바꿀 달러의 위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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