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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스페인사 #역사
(2차 개정판) 두 개의 스페인
스페인을 정열의 나라, 투우와 플라멩꼬의 나라, 태양과 해변의 나라로만 바라보는 낭만적 인식은 잠시의 여유를 즐길 관광 목적이 아니라면 이 나라 이해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2부 ‘현대 스페인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대폭 개정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의 양면성을 두로 살펴보고자 시도했다. 초판과 1차 개정판에 포함되었던 일부 내용은 시의성을 고려해 삭제했고 새로운 내용들을 추가했다. 1부 ‘화두로 읽는 스페인 역사’도 내용을 보완하고 2부와의 연계성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과거는 현재적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되는 것이다. 1부와 2부 모두 열독해 주실 것을 바라 마지않는다.
저자소개
저자 : 신정환
Jeong-hwan Shin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스페인 마드리드대학교 (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서 쿠바 문학의 바로크 미학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스페인·중남미 문학 및 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바로크 문학과 예술이 주요 관심 분야이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통번역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바로크학회와 한국비교문학회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한국스페인어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닫기
저자 : 전용갑
Yong-gab Jeon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스페인 마드리드대학교 (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서 아르헨티나 소설가인 아돌포 비오이 까사레스(Adolfo Bioy Casares)에 관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남미 현대소설과 스페인 문화가 주요 관심 분야이다.
Ⅴ. 유럽의 변방으로
14. 스페인은 계몽되는가? - 부르봉 왕가의 개혁 121
· 교황의 전사 예수회
15. 나폴레옹의 침략과 젊은 재상의 국정 농단 130
· 궁정에 반기를 든 궁정화가 - 고야의 고뇌
16. 라틴아메리카의 독립과 미로 속의 영웅 139
· 라틴아메리카의 나라 이름은 어떻게 지었는가?
17. 자유파와 보수파의 대결 - 바람 잘 날 없는 19세기 147
· 반역인가 반정인가? - 까를로스 전쟁
18. 몰락의 바닥 - 미국과 스페인 전쟁 154
· 스페인이여 깨어나라! 98세대 운동
Ⅵ. 독재의 기억
19. 무정부 상태의 정치와 왕정 폐지 161
· 스페인의 파시즘, 팔랑헤
20.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 스페인 내전 167
· 누구를 위하여 종을 올리나? - 내전 문학과 영화
21. 예술로 부활한 스페인의 긍지 - 피카소와 달리 174
· 광기인가 천재성인가? - 안또니오 가우디의 영감
22. 프랑코는 스페인의 박정희인가? - 독재의 빛과 그림자 181
· 제2차 세계대전과 프랑코의 광해군 외교
Ⅶ. 새천년의 활력
23. 성공적인 민주화와 양당 정치 - PSOE와 PP 188
· 모든 각료와 국회의원을 인질로 - 희대의 쿠데타 기도
24. 식지 않은 예술혼 - 현대 예술과 문화 197
· 모비다(Movida)와 뻬드로 알모도바르
2부 현대 스페인 사회의 빛과 그림자
Ⅷ. 태양을 팔아먹고 사는 나라 - 관광과 축제
25. 관광대국 스페인 - ‘성공의 역설’과 ‘코로나19’ 이후의 스페인 여행 209
26. 투우와 플라멩꼬 - 논란의 대상이 된 전통 민속 217
· 스페인과 까딸루냐의 끝없는 ‘투우전쟁’과 사면초가에 처한 투우산업
· 투우, 역사와 경기 진행 방식
· 플라멩꼬, 스페인 남도의 선율
27. 모든 것은 축제로 귀결된다. - 스페인의 대표적인 축제들 229
28. ‘책의 날’과 인문학 축제들 241
29. 사도 산띠아고와 삘라르 성모 - 스페인 가톨릭 전통의 고유 아이콘 247
· 산띠아고의 길, 영성의 순례길
Ⅸ. 국내 정치
30. 흔들리는 양당 체제 - 스페인의 정치상황 259
· 양당체제를 뒤흔든 극좌와 극우정당 - ‘뽀데모스’와 ‘복스’
31. ‘역사적 기업의 법안’과 프랑코 무덤의 이장 - 스페인의 과거사 청산 노력 271
· 막강한 양대 노동조합: UGT와 CC.OO
32. ‘스페인의 스코틀랜드’ 까딸루냐 - 그들은 왜 독립을 주장하는가? 280
33. 스페인의 왕가 - 후안 까를로스 1세 시대의 종막과 펠리뻬 6세의 과제 287
Ⅹ. 국제무대에서의 스페인
34. 유럽연합과 스페인 - 여전히 높이 솟은 피레네 산맥 296
· 유럽연합 가입 30년, 수치로 본 스페인 사회의 변화
35. 2004년 마드리드 3.11 테러의 교훈 - ‘문명의 연대’ 304
36. 영혼과 존재의 일부 - 떼려야 뗄 수 없는 스페인·라틴아메리카 관계 311
· 이베로 아메리카 정상회의 - 존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
37. 아시아로 눈길을 돌려라 - 까사 아시아와 세르반테스 문화원 319
XI. 현대 스페인의 삶과 문화
38. 사람이 먼저다 - ‘워라벨’과 편안한 노후를 원한다면 스페인으로 가라 322
39. 스페인 사람들은 잠이 부족하다. - ‘시에스따’에 얽힌 오해 327
40. 흡연율과 음주율이 높은 장수 국가 - 비결은 무엇인가? 332
41. 라 리가 - 축구로 본 ‘두 개의 스페인’ 337
42. 스페인의 가톨릭 - 위기와 변화 사이 345
43. 학교는 스페인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 스페인 교육의 현황과 문제점 351
44. 흔들리는 ‘보편적 복지’ - 스페인 사회보장제도의 역사와 현황 358
· 스페인을 위기에서 구해낸 몽끌로아 협약
45. 스페인의 군대와 경찰, 구아르디아 시빌 368
XII. 스페인 사회의 그림자
46. 스페인의 주요 사회문제들 - CIS 설문조사를 통해 본 현실 인식의 변화 374
47. 스페인 사회의 지각변동 - 패러다임을 바꾼 경제위기(2008-2014) 382
· 스페인 경제위기와 15-M 운동(Movimiento de 15-M)
48. 스페인의 외국인 이민 사회 - 이주민의 빛과 그림자 391
49. 테러리즘의 세대교체 - ETA에서 이슬람 테러로 400
· 바스크족, 이베리아 반도의 영원한 이방인
XⅢ. 예기치 않은 위기 - 스페인의 코로나19 사태
50. 안이함이 부른 참극 - 왜 스페인의 피해가 컸나 410
51. 코로나19 이후의 스페인 사회 416
XIV. 갈수록 가까워지는 나라, 한국과 스페인
52. 임진왜란에서 K-POP까지 - 양국의 교류 역사와 현황 421
53. 스페인의 한인 사회 - 작지만 강한 공동체 426
54. 스페인의 시원찮은 영어 실력 - 차라리 우리가 스페인어를 배우자 432
부록
수치로 본 스페인 일반 정보 439
참고 문헌 443
사진 자료 목록 및 출처 455
스페인 역사 연표 461
찾아보기 471
책 속으로
Ⅰ. 땅끝 마을, 스페인
1. 첫 스페인 사람들 - 알타미라 동굴의 들소
스페인에는 건국신화가 없다. 신화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스페인은 민족 개념이 희박하고 개방적인 나라라는 점을 말해준다. 실제로 스페인은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천의 얼굴을 보여준다. 스페인은 이베리아 반도를 거쳐 간 수많은 인종들, 즉 이베로족, 셀따(켄트)족, 그리스인, 페니키아인, 카르타고인, 로마인, 유대인, 게르만족, 아랍인, 그리고 아메리카인 등이 섞이면서 형성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스페인의 정체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스페인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은 1898년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98세대’의 지식인·작가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 지식인들의 화두가 되어왔다.
굳이 따지자면 스페인 정체성의 열쇠는 북부 깐따브리아 지방에서 발견된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1897년 한 아마추어 고고학자와 그의 어린 딸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동굴에는 약 14,000년 전 구석기 시대의 들소, 사슴, 말 멧돼지 등이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다. 그림을 그린 사람들은 당시 이베리아 반도의 주인이자 현생인류의 시조라고 알려진 크로마뇽인들이다.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주술적 목적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동굴 벽화는 인류학적으로 귀중한 보물이자 인류 예술의 기운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알타미라와 그 주변에서 발견된 동굴 예술은 깐따브리아 산맥을 따라 형성된 막달레나 문화의 산물이다. 그 시기는 빙하기 말기인 기원전 1만 6천년에서 기원전 1만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타미라 동굴이 발견된 지 1세기 후 또다시 놀라운 발견이 있었다. 부르고스에서 가까운 아따뿌에르까 마을의 여러 석회암 동굴에서 일찍이 유럽에서 가장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 화석이 발견된 것이다. 알타미라와 아따뿌에르까 유적은 이베리아 반도에 이미 오래전부터 살았던 사람들의 존재를 증명해 주고 있다. 이 땅에는 오래전부터 북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지중해를 통해 수많은 이주민들의 행렬이 그치지 않았다. 이베리아 반도에 대규모 이주가 시작된 것은 기원전 3천년경의 신석기 시대이다. 그러나 이미 기원전 6천년경 이베리아 반도에는 농업과 목축을 통해 이룩한 신석기 혁명이 일어났고 기원전 3,500년 전에는 토기를 제작했으며 마을을 방어하는 성을 쌓았다. 이는 인구 증가와 함께 많은 분쟁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기원전 2천년경, 청동기 시대가 개막할 즈음 많은 마을들은 군사적 방어를 위해 높은 지대 자리를 잡는다.
기원전 1,600년경 남쪽에서 바다를 건너 이베로 부족이 이주하였다. 이들에게서 이베리아 반도의 이름이 비롯된다. 이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 학자들은 지중해 해변을 따라 반도로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들이 원래 이베리아 반도에 살던 원주민이었으며 인도유럽어를 사용하지 않는 언어적 특성으로 볼 때 바스크 민족의 선조일 수 있다는 학설도 나오고 있다. 온순하고 평화로운 농경민족인 이베로인들을 주로 남부와 지중해변에 거주했다. 이들은 금광과 은광을 개발하고 지도자들은 보석으로 치장한 옷을 입었다. 또한 페니키아에서 비롯된 알파벳을 사용했다고 알려지지만 아직 해독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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