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최전선에서, 제세동, 판사, 심폐소생술, 전기신호, 심장마비, 관상동맥, 심정지, 출혈, 뇌졸중, 펌프질, 중환자실, 심박수, 면역계, 혈액, 위장관, 영혼, 죽음,CPR

2 years ago
4

“이 책은 여러분에게 가까운 이들이 중환자 전문의를 찾을 필요가 없도록 도울 수 있는 깊은 심안을 심어줄 것이다. 심지어 생명을 구할 방법을 가르쳐줄 것이다.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해악을 더 잘 의식하고 삶에서 가장 위태로운 순간을 엿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생명의 취약함을 분명히 볼 수 있게 되겠지만, 인간의 삶이 놀라운 회복력과 끈기로 상쇄됨 역시 볼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나는 공교롭게도 이 책을 번역하면서 가장 소중했던 오랜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한 존재를 떠나보내는 과정에 있었다. 가까운 이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은 일상에서 흔하게 겪어왔던 일이 아니었기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도대체 심폐소생술을 왜 포기해야 하는 건지,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지금 상황에서 치료가 의미가 없다는 게 과연 해서는 될 말이기는 한 건지. 그런데 애도의 첫 번째 단계인 부정의 과정에 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번역하면서 일종의 위로를 받았다. 그 전에는 사전에 기술된 활자처럼 생소하게 여겨졌던 질환에 대한 설명이 환자들의 생애와 의료 행위를 하게 되는 과정의 묘사를 통해 생명력을 얻어 살아났다. 마치 대본으로만 읽었던 희곡을 연극이나 영화로 보면서 생생한 감동을 하는 것처럼, 의학이라는 과학이 실질적인 삶의 경험으로 와닿는 것과 같았다.”면역계 손상으로 다발성 장기부전을 일으킨 환자(2장 면역계), 폭발 사고로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은 마약 제조자(3장 피부와 뼈), 재판 중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 판사(4장 심장), 폐질환으로 고통받는 장기 흡연자(5장 폐) 등 저자가 직접 만났거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환자들의 사례 및 치료 과정이 소개된다. 환자들은 예측 불가능한 뇌동맥 파열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6장 뇌), 알코올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간경변증에 이르기도 하고(7장 위장관), 혈전이 폐로 흘러들어가 심정지를 일으키다가도 회복하지만(8장 혈액),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후 다른 이에게 새로운 생명을 전하기도 한다(9장 영혼).
환자들의 이야기 속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지만, 그로 인해 의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저자는 인체의 대사 작용과 의학 정보를 설명하고, 무뎌지지 않은 감성으로 환자를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또한 과학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깊은 유대감은 AI가 대신할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 업무 특성상 번아웃증후군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의사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함을 역설한다.
독자들은 『의학의 최전선에서』를 통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환자를 되살리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저자와 그의 동료들을 만나고, 인체의 경이로움에 대해 배움과 동시에 인간 정신의 놀라운 회복력에 감탄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매트 모건작가 정보 관심작가 등록
의학자/의학박사
Matt Morgan

중환자 의학 컨설턴트로 일하는 저자는 의사이자 영국 카디프대학교 명예 선임연구원, 웨일스대학병원 중환자의학 연구개발 책임자, 《영국의학저널》의 온라인 문제 은행 사이트인 ‘BMJ 온이그재미네이션’ 편집자이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저자가 인터넷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인 「중환자실에서 보내는 편지(A letter from the ICU)」는 50만 명 이상이 읽었고, 영국 지상파 방송사인 채널4의 뉴스에 소개된 이후에는 300만 회 이상 조회되었으며, 《가디언》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선데이미러》《허핑턴포스트》에 실리기도 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저명한 《영국의학저널》에 따르면 2020년 가장 인기 있는 기고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저자의 첫 번째 책 『의학의 최전선에서(Critical)』는 출간 이후 4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저자는 영국왕립학회가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수여하는 ‘데이비드 애튼버러 상’의 2020년 후보에 오른 바 있다
1장 중환자 의학의 세계로 _세상을 구한 어린 소녀
2장 면역계 _문지기, 방어자, 배신자, 공격자
3장 피부와 뼈 _신체의 보호막과 보호대의 손상
4장 심장 _심박수 20억 번의 삶
5장 폐 _세상을 향해 열린 창
6장 뇌 _기계 속의 유령
7장 위장관 _배 속의 불
8장 혈액 _생명의 유화액
9장 영혼 _죽음은 계속된다

나오는 말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추천사
애덤 케이(Adam Kay)(『조금 따끔할 겁니다(This is Going to Hurt)』의 저자)
생존, 희망, 상실을 다룬 이야기로 가득한 매우 특별한 책이다.
마이클 모슬리(Michael Mosley)(『간헐적 단식법(The Fast Diet)』의 저자)
매트 모건은 상당히 경험이 많은, 매력적이고 정직하며 통찰력 있는 의사이다. 이 책은 TV에서 과장되게 묘사되는 의학 분야, 삶과 죽음을 가르는 중환자 의학에 대한 진정한 식견을 제공해 준다.
니키 스탬프(Nikki Stamp)(『마음의 상처로 죽을 수도 있을까(Can You Die of a Broken Heart?)』의 저자)
정말 좋은 책이다. 매우 세심한 글이 돋보인다. 의사로서 그람염색법이나 중환자실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환자들의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다. 생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떠한 대가가 따르는지에 대한 탐구에 공감한다. 훌륭한 책이다. 닫기
수 블랙(Sue Black)(『남은 모든 것(All That Remains)』의 저자)
이 책은 중환자실의 현실을 매우 흡입력 있게 묘사하면서 생명이 얼마나 연약한지 일깨워준다. 겸허함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가네시 선더럴링검(Ganesh Suntharalingam)(영국중환자의학회 회장)
매트 모건은 삶의 위태로운 순간을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로 묘사했다. 냉철한 통찰력으로 만남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의료 최전선에서의 경험을 조명한다.
닫기
책 속으로
가장 위독한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치료하면 환자가 사망할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중환자의 평균 사망률은 의료 체계, 훈련, 장비의 개선과 증거 기반 치료법 덕분에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집중 치료를 받는 중환자는 3천만 명이 넘으며, 그중 2천 400만 명이 살아남는다. 비비가 최초의 중환자실 환자가 된 이후, 중환자 집중 치료를 통해 약 5억 명의 사람들이 중대 질환을 이겨낸 것으로 추정된다. 중환자 의학의 목표는 생명을 유지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가 어느 어머니의 눈을 보며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할 때, 나는 아들이 아프기 전에 누렸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말한다. 증거에 따르면 집중 치료는 단순히 환자의 목숨을 구할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중대 질환을 이겨내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1장 중환자 의학의 세계로」 중에서

중환자 의학에서는 불확실성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시험을 고안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시험을 통해 의사가 정답이나 오답이 없는 질문을 하고 답할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침습적 치료를 할 수 있는 능력과,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 애초에 침습적 치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분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사가 할 수 있는 것과 의사가 해야 하는 것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이다. 아직 로봇은 이야기를 잘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지만, 내가 같이 일했던 인간 의사 대부분은 이야기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3장 피부와 뼈」 중에서

오늘날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주요 원인인 패혈증을 이겨내고 생존할 가능성은 15년 전보다 두 배 증가했다. 동네에서 심정지를 겪은 후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10년 전보다 25퍼센트 더 높아졌다. 이제 심장이 쇠약한 사람의 심장에 산소를 직접 공급할 수도 있고, 폐가 기능하지 않는 사람도 한 달 넘게 살 수 있다. 외과 의사들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심장이식 수술이나 안면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다. 매일 의사들은 초음파를 사용하여 환자의 폐를 관찰하고 1밀리미터 두께의 바늘을 혈관, 기관, 심지어는 뇌에 넣는다. 의학의 세계가 변하고 있는 것처럼 집중 치료의 세계도 변하고 있다. 우리가 연구와 인간의 사고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이는 한, 폐는 계속해서 세상을 향한 열린 창문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이 새로운 연구 방법의 이점과 인간의 비판적 사고에 대한 통찰력을 받아들이고, 머빈과 헬렌이 직면했던 것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정직한 의사소통을 우선시한다면 의학은 더 풍부해지고 환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5장 폐」 중에서

아무리 짧은 기간이라도 잠을 자지 않으면 건강 이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단 하루라도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체온 조절 능력이 저하되고, 인슐린 감수성이 낮아지며, 혈압이 높아지고, 혼돈 증세와 환각 증세가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증 질환이 결합하면 이 모든 것이 일주기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강력한 진정제가 투여되면 수면 사이클이 파괴되기 때문에 중환자실 환자에게서 급성 섬망이 흔하게 발생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따라서 매우 중증일 때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상태가 호전되었을 때는 환경이 더 나은 병동으로 옮기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6장 뇌」 중에서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죽을 거라고 예상했던 환자와 씩씩하게 악수를 할 수 있게 되면 그런 힘들었던 기억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멋진 자동차를 얻고 대도시에서 일할 기회,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받은 후의 일시적인 기쁨, 화창한 금요일 오후의 조기 퇴근 등 이 모든 것들도 환자를 다시 만나는 기쁨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의료기기와 우리 직원들의 노력으로 구한 생명이 우리 주위에서 걷고, 말하고, 웃고, 태양 아래에서 또 다른 하루를 살고 있다.
-「9장 영혼」 중에서

Loading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