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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은 인문학이다, 고이즈미마키오, 이솝이야기, Cry Wolf, Sour Grape, 황금알을 낳다, 고대 그리스어, 아들러 심리학, Caesarean section, 제왕절개
말, 글, 역사와 문화를 조우하는
어원의 인문학
말은, 곧 인간의 언어는 개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보편화된 수단이다. 그와 동시에 셀 수 없이 오랜 시간 축적되어온 공통의 약속이기도 하다. 짤막한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도 인류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내포되어 있을뿐더러, 여전히 그 표현 아래에는 장대한 세월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말에는 영혼이 있다’ ‘말 뒤에 말이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그리고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인류 역사 수천 년을 이 책 『어원이 인문학이다』가 영어의 어원으로써 풀어낸다.
역사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한국사든 세계사든. 역사와 얽힌 이야기, 역사에서 파생된 말은 수도 없이 많다. 해당 언어권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알지 못하면, 즉 인문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도 셀 수 없이 많다. 지구가 하나의 마을이라 불리는 오늘날, 국제 공용어인 영어는 어른부터 어린아이까지 두루 배우는 외국어가 되었다.
『어원은 인문학이다』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영어의 뿌리를 향해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한국까지, 더는 낯설기만 한 외국어가 아닌 영어의 어원을 만난다. 오늘날 지구촌 공용어인 영어에는 어떤 흥미진진한 역사와 문화, 지식이 담겨 있을까. 어원의 끝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말을 읽고,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문화와 역사를 빚어내는 어원과의 여행을 떠나보자.
책 속으로
저는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언어는 무조건 외운다고 몸에 배는 것이 아닙니다. 단어 하나하나의 생성 과정을 아는 것부터 시작해서 겸손하게 배운다면, 단순히 의사소통하기 위한 지식 이상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원래 그리스철학과 그리스어가 전공 분야이고, 그 뒤에 아들러 심리학과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 속에는 영어의 어원 중 하나인 고대 그리스어가 다수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스어에 대해 고이즈미 씨가 완벽하게 조사하고 해설한 걸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고이즈미 씨는 출판사를 퇴직하고 지금은 작가로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만, 편집자로서의 일 외에도 연구까지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금 공부해서 쓸 수 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시기를 기대합니다.
_한국어판 추천사 ? 기시미 이치로
로마 공화정의 대표적인 군인이자 정치가라고 하면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카이사르와 관련된 단어는 현대 영어에도 일부 남아 있다.
우선 Caesarean section이다. section은 ‘섹션’, 즉 ‘부서’ ‘일부’ ‘단편’이라는 뜻이지만, 이 경우에는 ‘절개’ ‘분리’를 뜻한다. Caesarean section은 ‘카이사르의 절개’, 즉 ‘제왕절개’다. 임산부의 배를 절개하고 자궁에서 태아를 꺼내는 수술을 말한다. Caesarean operation이라고도 한다.
카이사르 자신이 제왕절개로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당시의 의료기술로는 제왕절개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수술을 했다면 아이의 엄마는 분명히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카이사르의 어머니 J?lia(율리아)는 54세까지 살았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장수였다. 그래서 Caesarean은 ‘카이사르의’라는 뜻이 아니라, 라틴어로 ‘칼로 베이다’라는 뜻인 caesus(카에수스)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설도 있다.
_제2장 고대 로마 : 영어 속에 남아 있는 고대국가의 흔적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지 약 200년쯤 지난 후에 스코틀랜드의 토머스 보들러(Thomas Bowdler, 1754~1825)라는 의사가 《The Family Shakespeare(가족과 함께 즐기는 셰익스피어)》라는 열 권의 책을 출판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19세기에도 여전히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외설적이고 부도덕한 부분도 많았다. 보들러는 결코 내용을 덧붙이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가정에서 아이에게 읽어줄 수 없거나, 여성이 함께 있을 때 읽기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삭제했다.
특히 성을 연상시키는 표현은 최대한 다른 단어로 대체했다. 예를 들어 legs(다리)를 완곡한 표현인 limbs로 바꿨고, breast(유방)를 bosom(흉부)으로 바꾼 것이다.
보들러의 수정이 얼마나 가차 없었던지, 그 이름을 따서 bowdlerize라는 동사가 생겼다. 이는 저작물에서 ‘부적당한 부분을 삭제·수정하다’라는 뜻인데, 그와 동시에 ‘글자나 글을 고치다’ ‘검열하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되었다
_제4장 근세(전) : 종교개혁과 문예부흥
Shanghai(상하이)는 장강(長江) 하구 부근에 있는 중국 최대의 도시다. 좀 오래된 단어지만, 맨 앞 철자인 s를 소문자로 하여 shanghai라고 쓰면 ‘납치하다’라는 동사가 된다. 그것도 보통의 납치가 아니다. 뱃사람이 될 만한 젊은이가 있으면, 마약과 술을 마시게 해서 가까워진다. 만취한 상태로 배에 옮긴 다음, 그대로 항구에서 출항해버리는 것이다. 이렇듯 교묘한 수법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억지로 선원이 되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선원을 강제로 모집하는 조직적인 부대가 존재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등지에서 젊은이를 납치해 선원으로 일하게 한 사건이 빈발했다. 배의 목적지가 상하이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shanghai라는 동사가 생겨났다. 과거형·과거분사는 shanghaied, 현재분사는 shanghaiing이다. 미국에서 골드러시가 일어났기 때문에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았고, 선원이 되려는 사람이 매우 적었던 사정도 작용했다.
사람을 속이거나, 강요하거나, 뭔가를 시키는 것도 shanghai라고 한다. 예를 들어 “She was shanghaied into buying a gold ring”은 “그녀는 반강제적으로 금반지를 샀다”라는 의미다.
_제5장 대항해시대 : 항해 용어가 일상용어로
업무와 관련해서 어떻게든 마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시기 혹은 시간을 deadline이라고 한다. 즉 ‘마감’이다. 이 말은 남북전쟁 때 생겨났다. 군대가 주둔한 캠프의 포로 수용 감옥에서 5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선을 긋고, 포로가 그 선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즉시 사살한 데에서 유래한다. 말 그대로 ‘죽음의 선’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박한 약속 시간, 시기’라는 의미가 되었다. 현재는 작업을 주문하는 쪽이 조금 여유를 가지고 미리 설정하는 경우도 많아서 deadline은 상당히 느슨한 의미가 됐으며, 다행히도 마감 시간을 지연한다고 해서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_제8장 근대 : 과학과 기술의 시대
1950년 한반도에서 Korean War(한국전쟁)가 발발했다. 북위 38도를 경계로 북쪽 절반을 소련의 점령하에, 남쪽 절반을 미국의 점령하에 두었다. 그리고 1948년 남쪽에서는 대한민국을, 북쪽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선언했다.
1950년 북한군이 갑자기 38선을 넘어 침공하여 한반도 남단의 부산까지 밀고 들어왔다. 남북을 통일해서 사회주의국가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여기에 맞서 유엔군이 한국을 지원하고 북한군을 중국 국경 근처까지 밀어내자, 이번에는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고 인민의용군을 투입했다.
그 후에도 38선을 사이에 두고 공방이 이어졌으나 1953년에 휴전 상태가 되었고,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전쟁 때 brainwashing(세뇌)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중국군이 미군 포로에게 공산주의를 믿으라고 강요했던 행위를 중국어로 ‘세뇌(洗腦)’라고 한다. 이 말을 그대로 영어로 직역한 것이 brainwashing이다. 이 영어를 또다시 그대로 직역하여 우리가 쓰는 ‘세뇌’라는 말이 된 것이다. brainwash(세뇌하다)라는 동사는 명사로부터 나중에 파생했다.
제10장 전후·21세기 : 새로운 질서, 새로운 언어
1980년대에 나온 PC(political correctness)라는 단어는 ‘정치적·사회적으로 올바름, 차별과 편견이 포함되지 않음’을 뜻한다. 형용사 ‘정치적으로 올바른’은 politically correct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흑인’이라는 뜻의 black person을 African American/Afro-American(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고 부른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도 Indian이 아닌 Native American으로 부른다. 왜냐하면 Indian은 원래 ‘인도 사람’을 말하므로, 미국에서 Indian이라고 하면 인도 사람인지 아메리카 원주민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 중 내가 감동한 것은 Physically Challenged Person이라는 표현이었다. 미국의 어느 미술관 입장 요금표에 Adult(성인), Child(아이), Senior(노인) 등과 함께 이 말, 즉 Physically Challenged(장애인)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handicapped나 handicapped person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을 ‘신체적 도전자’라고 부르는 단어는 얼마나 굉장한 표현인가? 하지만 여러 가지 조사를 해보니, 미국의 장애인 단체는 이 표현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며 반대한다고 한다.
성차별을 피하기 위해서 policeman(경찰관)은 police officer로, chairman(의장)은 chairperson으로, fireman(소방관)은 firefighter라고 부르게 되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에는 흥미로운 논의가 수반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history(역사)를 ‘his(그의) + story(이야기)’로 하는 것은 이상하고, 역사는 여성도 참여하고 있으니 herstory(그녀의 이야기)라고도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manhole(맨홀)까지 personhole로 바꿔야 한다고 하는 극단적인 의견도 있는데, 나는 PC도 이런 것은 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manhole은 원래 ‘남자가 들어가는 구멍’이라는 뜻에서 man(남자)과 hole(구멍)을 조합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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