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 흥분독소, 러셀 블레이록, 감시인, MSG, 해로운맛, 화학물질, 헌팅턴병, 루게릭,알츠하이머, 발작, 편두통, 저산소성 뇌 손상, 뇌졸중, 파킨슨병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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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레이첼 카슨이 쓴 놀랄 만한 저서 《침묵의 봄》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조지 R. 슈워츠의 ‘추천글’ 중에서

이 책은 글루탐산과 여타 흥분독소가 성장기의 뇌 발달 방식을 바꾸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밝혀낸 실험과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흥분독소를 비롯해 신경계 질환과 관련한 중요한 연구 사례를 소개한다. ‘흥분독소’란 글루탐산나트륨(MSG), 아스파탐(뉴트라스위트), 시스테인, 가수분해 식물 단백질, 아스파르트산 등 식품이나 음료에 첨가되는 물질로 뉴런을 자극하여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뉴런이 이런 물질에 노출되면 매우 흥분하고 완전히 지칠 때까지 아주 빠르게 신호를 전달하다가 몇 시간 후, 마치 세포가 흥분해서 죽는 것처럼 갑자기 사멸해버리기 때문이다.

실험은 유아기부터 이 강력한 화합물에 노출될 경우 뇌 발달에 이상이 생겨 아이가 성장하면서 학습 장애와 행동 장애, 더러는 폭력적인 행동을 유발한다는 일부 신경과학자들의 가설을 토대로 한다.1908년 도쿄 제국대학의 실험실에서 일하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는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는 놀라운 발견을 하기에 이른다. 다시마에서 감칠맛을 나게 하는 물질을 분리해내려던 그는 이 해초류의 놀라운 맛의 비결이 바로 글루탐산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1909년 이케다 교수는 동료 스즈키 사부로스 박사와 함께 글루탐산나트륨 형태의 이 엄청난 조미료를 생산하는 회사를 설립하고 ‘아지노모토’라는 이름을 붙인다. 일본어로 “맛의 진수”라는 뜻이다. 이 제국의 중심에 선 이 기업은 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의 MSG는 물론이고 MSG를 함유한 가수분해 식물 단백질, 즉 HVP라는 인공 조미료까지 공급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식품 제조업자들도 이러한 인공 조미료의 효과를 누렸다. 필스버리, 오스카 메이어, 리비스, 캠벨스 같은 식품업계의 거성들이 해마다 수백만 파운드의 MSG를 가공 식품에 첨가한 것이다. MSG를 발견할 당시에는 천연 물질(아미노산)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겼다.

전쟁이 끝난 뒤부터 줄곧 음식에 첨가하는 MSG와 유사 첨가물의 양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1940년대 이후 식품에 첨가하는 MSG의 양만 10년마다 2배씩 증가했다. 1972년까지 MSG는 26만 2000톤이 생산되었고, 각종 요리책에서도 특히 수프나 소스에 MSG를 넣으라고 권장하는 추세였다.
이 시기 동안 이러한 인공 조미료 첨가물이 그것을 먹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1960년 말 식품 첨가물로 쓰는 MSG의 위험성을 입증한 연구 자료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신경과학자들은 글루탐산이 뇌에 에너지를 공급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가설을 근거로 과학자들은 한 가지 임상 연구를 했는데, 지능 발달이 늦은 어린이들에게 다량의 MSG를 먹인 뒤 지능이 향상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실험은 실패했다. 1957년에는 안과 의사 D. R. 루카스와 J. P. 뉴하우스가 유전성 망막 형성 장애라는 안질환을 연구하기 위해 어린 쥐를 대상으로 MSG 실험을 했다. 그런데 실험동물의 안구 조직을 검사한 두 사람은 MSG가 실험동물 망막 안쪽의 감광체 세포인 신경세포를 모두 파괴해버린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섬뜩한 사실을 발견했음에도 MSG는 변함없이 음식에 다량으로 첨가되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이 화합물에 대한 최악의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10여 년 후,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 대학 정신의학부에 근무하던 신경과학자 존 올니 박사는 어린 쥐들을 대상으로 루카스와 뉴하우스의 실험을 다시 수행했다. 올니는 MSG가 망막뿐만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치는 독소라는 점을 밝혀냈다. 동물들의 뇌를 검사해보니, 단 한 번의 MSG 투여로 뇌에서 중요한 부위이자 특수 세포인 시상하부가 파괴된 것이다.

올니 박사의 실험 결과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아기들이 MSG와 HVP가 다량 함유된 유아 식품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아 식품에 첨가된 농축물인 MSG는 사실상 동물 실험에서 뇌 손상을 일으킨 물질과 같은 것이었다. 아울러 이러한 일련의 실험에서 미성숙한 동물은 성체보다 MSG의 독성에 훨씬 취약하다는 사실이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식품 제조업자들은 계속해서 엄청난 양의 흥분 독성 첨가물을 유아 식품을 포함한 온갖 종류의 식품에 첨가했다. 미국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FDA에서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분야를 이끈 연구자 중 한 사람인 올니 박사는 위험성을 전혀 모르고 있는 어머니들과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먼저 유아들이 겪게 될 실질적인 위험을 FDA에 알리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FDA는 이를 거부했다. 그리하여 MSG는 유아 식품에 첨가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화합물이라는 사실을 일반에 공개하기로 결심한 그가 의회 위원회 앞에서 증언을 하고 난 후에야 식품 제조업자들은 MSG를 유아 식품에서 빼기로 합의했다.

또 다른 흥분독소 첨가물은 인공 감미료인 뉴트라스위트(NutraSweet)다. 1969년 위궤양 치료제로 아스파탐이라는 화합물을 연구하던 제임스 슐래터는 책장을 넘기려고 우연히 엄지손가락을 혓바닥에 댔다. 그 순간 엄지손가락에 묻어 있던 그 화합물의 강력한 단맛에 깜짝 놀랐다. 이 뜻밖의 발견으로 1988년에만 7억 3600만 달러의 단일 매출을 올리는 사업이 시작되었다. 뉴트라스위트 제조사인 G. D. 설은 1989년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9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험동물에게 뇌종양을 유발하고 간질, 두통을 일으키는 등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FDA는 이것을 인공 감미료로 승인했다. 그러자 판매가 급증했다. 뉴트라스위트 제조사는 첫 3년 동안 광고료로 무려 6000만 달러를 썼다. 실제로 이 화합물의 40퍼센트는 흥분 독성 아스파르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스파르트산 역시 글루탐산처럼 뉴런을 손상시킬 수 있는 강력한 신경 독소인데, 바로 이 뉴트라스위트가 수많은 다이어트 식품과 음료에 쓰인다. 액체 형태의 흥분독소가 고체 형태보다 뇌에 훨씬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흥분독소의 부정적 영향에 노출되는 것은 비단 어린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흥분독소는 성인, 특히 고령층에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헌팅턴 무도병, 루게릭병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신경 계통 희귀 질환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이 모든 질병의 공통점은 흥분독소에 민감한 뇌세포를 서서히 파괴한다는 것이다. 글루탐산을 전달 물질로 사용하는 뉴런은 이렇게 다량의 글루탐산 때문에 파괴되는가 하면, 다른 전달 물질을 사용하는 뉴런은 제 역할을 못하게 된다.

음식에서 나오는 흥분독소가 이러한 장애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지만, 병을 악화시키고 예민한 체질일수록 병에 더 취약하다는 증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과학적 근거가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에 흥분 독성 식품 첨가물이 그러한 병을 더 빨리 유발하고 악화한다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뇌 속 흥분독소의 축적과 관련한 신경 계통 질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뇌졸중이나 뇌 손상, 저혈당성 뇌 손상, 발작, 편두통, 저산소성 뇌 손상, 심지어 에이즈성 치매까지도 흥분독소로 인한 손상과 연관이 있다. 선천적으로 특정 뇌세포의 대사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흥분독소로 인한 손상에 특히 더 취약하다는 증거도 있다.

이 책의 목적

MSG를 섭취한 후 사람의 혈중 글루탐산 농도는 원숭이보다 20배, 쥐보다 5배나 높다. 이런 종류의 뇌 손상에 가장 민감한 동물로 알려진 쥐보다 사람이 5배나 더 취약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사람은 글루탐산을 몇 배나 더 농축한 상태로 훨씬 더 오랫동안 유지하므로 뇌가 독성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

어린이와 관련해 가장 불안한 것은 흥분독소에 노출되어 발생한 손상이 당시에는 아무런 증상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물이(혹은 사람이) 성체가 되면(사람의 경우엔 청소년 또는 성인) 그 손상은 내분비 장애, 학습 장애(자폐증, 집중력 결핍, 난독증), 정서 장애(폭력적 경향, 정신분열증, 망상증)로 나타난다. 수많은 유아와 소아가 부모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엄청난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업계의 반발

MSG는 주기적으로 의료 집단, 학계, 소비자 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는 흥분독소 조미료가 이미 어마어마한 사업이 되어버린 후였다. MSG와 가수분해 식물 단백질의 일차 제조업체인 아지노모토사는 수많은 미국 내 식품업계와 관계를 맺고 자사의 이익을 위해 글루탐산 협회를 출범했다.

이 연대의 목적은 MSG 사용을 보호하고 촉진하는 것뿐만 아니라 MSG의 위해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들은 MSG의 안전성에 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곳에는 어디든 자기들의 과학자를 투입했다.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를 대변하는 사람들은 식견이 있는 편이지만 순수?응용 화학자들이 전문 용어로 자행하는 맹렬한 공격을 견뎌낼 만한 과학적 배경 지식은 부족했다.

업체들은 더 나아가 과학자들을 고용해 의문스러운 제품에 대한 안전성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순전히 G. D. 설사와 국제 글루탐산 기술위원회(글루탐산 협회의 산하 단체)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연구를 수행했다. 전적으로 회사를 위해 일하기도 했다. 이런 연구가 중립적일 수 없음은 명백하다. 10억 달러가 넘는 돈이 위태한 지경에 이르자 글루탐산 협회는 비판적인 학자들에게 위협적이고 무자비한 공격을 가했다. 이럴 경우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 기구조차 그들이 규제해야 할 기업의 시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문제다. FDA의 사례처럼 말이다.

글루탐산 협회는 FDA와 매우 긴밀한 협조 관계를 맺고 있다. MSG나 가수분해 식물 단백질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면 FDA는 증언을 명목으로 글루탐산 협회를 초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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