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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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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의 교환(Columbian Exchange)은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1] 신대륙과 구대륙 사이에서 일어난 생물과 인구의 급격한 이동을 말한다. 1972년 알프레드 W. 크로스비(Alfred W. Crosby)가 만든 환경사 용어로서, 의도적 교환뿐만 아니라 매독 같이 의도하지 않게 옮겨진 생명체나 감염병도 포함한다. 환경사적으로 콜럼버스의 교환은 비등가 교환이다. 구대륙의 생물은 신대륙에서 생태계를 지배하며 크게 번창한 것에 반해, 신대륙의 생물은 구대륙에서 극소수만이 자리 잡았다. 예외적으로 토마토, 감자, 옥수수 등 유럽인들이 신대륙에서 구대륙으로 가져간 작물은 18세기 유럽에서 매우 중요한 식량원이 되었다.

ㆍ조류독감(조류 인플루엔자) 등 동물의 병에 인간도 감염될 수 있을까?
이 장 첫머리에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인간이 앓고 있는 전염병들 중 많은 것들이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넘어온 것들이다. 이렇게 인간과 동물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전염병을 인수공통전염병이라 한다. 다른 동물들의 모든 전염병이 사람에게 옮는 건 아니다. ‘종간 장벽’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사람이란 종과 다른 동물 종 사이에는 높은 장벽이 있어서 웬만해서는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그 장벽을 넘어올 수 없다. 그런데 간혹 그걸 넘어오는 경우가 있고 그러면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종간 장벽을 넘어서 인간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동물과 접촉하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커질 것이다. 사람과 가축, 가금이 한 집안에서 살다시피 하는 그런 나라들에서부터 조류독감이나 신종플루가 시작되었단 얘기를 한다. 에볼라열이나 에이즈의 경우도 아프리카 밀림 지대를 무분별하게 개간하고 개발하면서 거기 숨어 있던 병원체들이 인간에게 옮겨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질병들을 사회적인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새로운 전염병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염병이 전파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전파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순식간에, 어쩌면 하루 사이에도 전 세계로 병이 퍼져 나갈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여러모로 편리하게 살게 되었고 질병을 극복하는 힘도 강해졌지만 반면에 질병의 공격과 위협에 아주 취약하게 된 면도 있다. 발달된 문명의 경로를 따라 순식간에 새로운 전염병들이 전파되어 인간을 위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215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이런 질병들에 시달리기 시작했을까?
학자들에 의하면 질병은 인간이 존재하기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류의 기원부터 인간과 함께해 온 것으로, 이 질병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인간은 공격해 오는 질병에 맞서고, 때론 정복하는 듯하다 진화된 질병에 역습당하고, 문명의 허점을 통해 새로 생겨난 질병과 또 다른 전쟁을 시작했다. 즉, 신이 만든 질병부터 인간이 만들어 낸 질병까지, 끊임없이 인간을 위협하는 질병과 그에 맞선 인간의 역사가 질병의 역사이자 인간의 역사이다.

역사의 흐름을 보면 인간의 질병관에 따라 의술도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시시대에도 머리를 뚫는 수술의 흔적이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외과적인 수술이라기보다 병을 귀신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당시 사람들이 귀신이 머리 구멍으로 다시 빠져나가라고 길을 터준 것이다. 이런 질병관을 가졌기 때문에 그 당시 사람들의 질병에 대한 대처가 지금과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은 질병관을 갖는 데 기본이된 해부학은 언제 시작됐을까? 시체에 손대는 것을 금기시한 것은 서양도 마찬가지였기에 그곳에서도 르네상스가 꽃핀 1500년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 르네상스 시기에 질병의 교환이 가져온 역사적 재앙들이 일어난다. 신대륙에 새로운 질병을 퍼뜨리며 원주민을 전멸시킨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질병이 역사의 방향을 바꿔 놓은 사건 중 하나로, ‘콜럼버스의 교환’이라고 부른다. 이 사건은 괴멸당한 아메리카 원주민 대신 신대륙에서 일할 노동력으로 아프리카 원주민을 잡아들이는 일로 이어진다. 이렇게 전염병은 인간 세계를 파괴하곤 했다. 하지만 인간이 일방적으로 당하던 질병사는 반전을 맞는다. 과학의 혁명이 불러온 의학의 혁명, 현대 의학의 탄생, 외과의 발전이 인간과 질병 사이를 팽팽하게 만들며 전염병의 퇴각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외과의 발전이 흥미진진한데, 수술을 할 수 없었던 큰 이유인 마취, 감염, 수혈 문제가 해결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마취술의 발전을 살펴보자. 맨정신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취제 개발 이전엔 수술을 거의 할 수 없었다. 물론 아편이나 알코올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효과는 없었다. 그러다 화학이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 물질이 마취제로 거론되었다. 웃음 가스라고 불린 아산화질소가 첫 번째 후보로 지목됐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후대에 밝혀진 바로는 농도를 더 높였다면 성공했을 거라고 한다. 이후 에테르가 마취에 성공하고 클로로포름 등 다른 마취제들도 개발되면서 마취는 더 이상 수술의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마취제가 개발되기 전에도 수술은 이루어졌다. 그 예로 고대 인도에 성행한 코 성형수술을 들 수 있다. 코를 베어버리는 당시 인도의 형벌 때문에 성형수술이 발달한 것인데, 베어 낼 땐 언제고 기간이 한참 지나면 죄를 사면했고 생활하기 불편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으니 복원 수술을 한 것이다. 그 옛날에도 성형수술을 했다니 참 놀랍다. 게다가 그 시술 방법도 미개해 보이지 않는다. 이마의 살을 떼어 내 코가 베어진 자리를 복원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그림을 보면 꽤나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을 것 같다. (p168 그림 참조)
그렇다면 일반 외과 수술은 언제부터 가능해졌을까? 예전에는 이발사?외과의사가 사람의 겉면이라 할 수 있는 피부 염증이나 부스럼 등을 치료했다. 그러다 1700년대에 이발사와 외과 의사가 분리되고, 19세기 중엽에 접어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적인 외과가 탄생하게 된다. 해부학, 생리학이라는 기반 위에 파스퇴르나 코흐 등에 의해 세균이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위에서도 언급했던 마취, 수혈, 감염 문제가 해결되면서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것이다. 이 19세기는 산업화의 시대,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새로 산업화가 시작된 이 시기의 유럽 산업도시 노동자들의 평균수명은 15세였다.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 유럽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35세였는데, 이것도 지금 기준으로는 상당히 낮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산업화되어 갈 때의 15세라는 평균수명은 그냥 낮은 것이 아니라 충격적일 정도로 낮다. 영양 상태가 극도로 부실한 상태에서 어린 나이부터 가혹한 노동에 시달린 탓이다. 그리고 산업화로 인해 환경이 오염된 것은 물론이고, 안 좋은 작업 환경에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노출되어 일했던 것도 문제였을 것이다.
산업국가에서는 전염병이 큰 문제였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전염병인 결핵은 유럽의 경우 생활 여건이 좋아진 1900년 이후 점차 줄어들고, 나중에 산업화된 후진국에서는 결핵약이 개발된 1945년 이후에야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후진국의 경우, 생활환경이 아닌 약이 결핵을 퇴치해 준 것이다. 이런 사례를 살펴봐도 알 수 있듯 의료 기술만이 질병 퇴치의 전부는 아니다. 인간의 의?식?주가 윤택해지면서 병에 대한 인간의 저항력이 강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의술의 발전, 의식주가 보장되는 환경과 의료화 사회로의 도약 등이 질병과의 전쟁에서 큰 무기가 된 것이다.

세계 의사(醫史)와 더불어 우리나라 의사도 함께 소개해 더 흥미롭게 와 닿는 인문의사서!

이 책의 마지막 3분의 1은 우리나라의 의료사로, 우리나라 근대 의료의 도입과 발전 과정을 다루며 전통 시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인들의 건강과 질병을 훑는다. 이 과정에서 일제강점기의 질병과 관리 실태의 진실 등 우리가 잘못 알던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다.
일제강점 당시 그들이 선전했던 것처럼 우리나라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그들이 전해 준 근대 의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의료 관련 근대적 법률 제정에 있어서도 일제가 전염병 관리 법규를 만들기 16년 전인 1899년에 대한제국 정부가 전염병 예방을 위한 법을 만들었고, 조선 시대에 민중이 주최가 되어 개최한 만민공동회의 주제로 ‘근대식 의학교 세우기’를 채택해 근대적인 의과대학을 설립했다. 또한 조선 정부와 국왕은 갑신정변 이전에 이미 근대식 병원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에도 전염병 관리나 위생 시설 등 일제가 선전한 것과 역사적 사실은 너무도 달랐다. 이 책은 일제가 선전하던 전염병 퇴치나 위생 환경 개선의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의료 현대화에 어떤 역할과 위치에 있었는지를 정확히 보여 준다.

질병과의 전쟁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에 걸맞다고 할 만한 새로운 병들이 생겨났다. 과거에 맹위를 떨쳤던 병은 쇠퇴하고, 새로운 병이 생겨나는 것이다. 최근에도 몇십 년 사이에 새로운 병들이 생겼다. 에이즈, 신종 플루, 사스, 조류독감 등 30~40년 사이에 한 해에 한 개 꼴로 새로운 병이 생겨났다. 이렇게 백 세 시대인 지금도 인간과 질병의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 중이다.

원시시대에도 머리에 구멍 뚫는 수술을 했다?
고대 시대 간질병은 신성한 사람들이 앓는 병이었다?
서양에서도 우리의 전통 의료처럼 사혈을 했다?
고대 인도에서는 코 성형 수술을 했다?
에스파냐, 포르투갈 원정대는 세균전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했다?
시체 해부는 이발사들이 시작했다?
첫 번째 마취제 후보는 웃음 가스였다?
조선에도 근대식 의과대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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