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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노환규 전 의협 회장(하트웰의원 원장)이 사고나 사건 현장에서, 병원이라는 전쟁터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모습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생생히 소개한 `골든타임'을 최근 출간했다.

`골든타임'의 목차는 프롤로그, 1장 아이는 죽지 않았다, 2장 삶과 죽음의 갈림길, 3장 흉부외과 24시, 부록 의료사고와 의료제도, 에필로그 등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골든타임,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금쪽같은 시간. 환자들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이는 그 짧은 시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료진, 바로 의사들이다. 『골든타임』은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병원이라는 전쟁터에서 죽음과 맞서 싸우는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전 대한의사협회장이자 흉부외과 의사인 저자가 그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저자소개
저자 : 노환규
저자 노환규는 어린 시절, 병원 벽에 걸린 위胃 해부도를 바라보다 신비감과 호기심을 느껴 의사의 꿈을 갖게 되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흉부외과를 선택, 심장외과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세심장혈관센터 심장혈관외과 전임의를 거쳐 아주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로 일했다.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질병보다 모순된 의료제도의 문제라는 점을 깨닫고 전국의사총연합 대표와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하트웰 의원 원장으로 다시 진료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닫기
목차
프롤로그 7

1장 그러나 아이는 죽지 않았다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다 15
그러나 아이는 죽지 않았다 24
지강헌, 그의 마지막 4시간 37
환자 뱃속의 의사 손가락 47
선생님, 살고 싶어요 56
크레바스 66

2장 삶과 죽음의 갈림길
삶과 죽음의 갈림길 81
특별한 부탁 95
몇 년이나 살까요 107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 120

3장 흉부외과 24시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 131
아찔했던 순간들 152
가슴 아프게 167

부록 의료사고와 의료제도
가운 입은 의사의 1인 시위 175
메르스, 그 후 186

에필로그 204
책 속으로
나는 처음에 아이가 살기만을 바랐다. 두 번째는 앞을 볼 수 있기를 바랐고, 세 번째는 걸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다음엔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아들이 되기를 바랐다.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 지금, 나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감사를 배웠다._(35쪽, ‘그러나 아이는 죽지 않았다’)

온 나라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던 한 사람의 생명이 아무런 권한도 없는 흉부외과 1년차 레지던트에게 맡겨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환자 곁을 지키며 혈액백을 짜고 점차 생명을 잃어가는 그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언론에서도 의료진이 가망 없음이라고 판단했다는 사실을 아는 듯했다. 상당수의 카메라가 철수되고 응급실엔 고요가 찾아왔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쓸쓸하게 내 품에서 운명했다.
_(42쪽, ‘지강헌, 그의 마지막 4시간’)

환자를 위한 배려는 결국 재앙으로 돌아왔다. 성탄절이 지난 어느 늦은 밤 신부님이 고열로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염증이 심장 주위로 퍼진 상태였다. 상처는 벌겋게 홍조를 띠고 있었고 신부님은 패혈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외출했던 며칠 사이 염증이 확 퍼진 것이다. 신부님은 성탄절에 감당해야 할 업무를 외면하지 못하고 발열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병원에 오지 않고 업무를 본 것이다. 패혈증에 빠진 신부님은 결국 2주 후에 돌아가셨다. 교수님과 나를 비롯한 모든 의료진들은 환자의 부탁을 들어준 것을 후회하고 안타까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아마도 신부님이 교수님과 지인인 VIP가 아니었다면 의료진들은 그의 외출 요청을 냉정하게 거절했을 것이다. _(99쪽, ‘특별한 부탁’)

뇌를 크게 다친 한 남자가 보라매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서는 보호자를 찾을 수 없었지만 일단 응급수술을 했다. 다음 날, 환자의 부인이 나타나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계속할 수 없다며 퇴원을 요구했다. 의료진은 극구 반대했지만 끝내 환자 부인의 강력한 요구를 꺾지 못하고 ‘환자의 죽음에 대해 병원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은 후 가족의 요구대로 인턴이 환자를 집으로 데려 가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환자는 곧 사망했다.
_(118쪽, ‘몇 년이나 더 살까요’)

“선생님, 이거 묶다가 터지는 거 보신 적 있으세요?” 교수님은 “딱 한 번 봤지”라고 대답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어떻게 되었나요?” 그러자 교수님은 “몰라, 어휴 …” 라며 고개를 절레 흔들면서 대동맥관을 묶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수술 부위가 빨간 피로 순식간에 차올랐다. 대동맥관을 묶을 때에는 실의 쓸림에 의해 대동맥관이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두 손을 함께 넣어서 양측 손가락에서 균일하게 힘을 가해 묶어야 하는데 교수님이 나와 얘기를 하다 깜빡 했던 것이다._(153쪽, ‘아찔했던 순간들’) 닫기
출판사 서평
아직, 멈추지 않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

‘회복’과 ‘희망’ 이것은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생명’ 이것은 의사들의 가슴에 새겨진 단어다. ‘최선’ 이것은 의사들의 머리와 몸속에 녹아들어 체득된 단어다. 의사는 자신의 최선이 환자에게 회복과 희망을 선물하지 못할 때 좌절하지만, 환자가 스스로 절망과 죽음을 선택하면 더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아픈 환자를 회복시키는 것은 의사의 몫이다. 하지만 아픈 사회를 회복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의사의 고민은 그 두 가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_본문 중에서

골든타임,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금쪽같은 시간(1~2시간). 환자들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이는 그 짧은 시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료진, 바로 의사들이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병원이라는 전쟁터에서 죽음과 맞서 싸우는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전前 대한의사협회장이자 흉부외과 의사인 저자가 그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이곳에서 의사들이 어떤 전투를 벌이고 있는지, 또 어떤 문제들이 의사들이 선의 전투를 방해하고 있는지 제도적인 문제들을 함께 언급했다.
저자는 자신이 환자가 되어 바라본 병원, 3번의 사망선고를 받았던 아들의 보호자로 바라본 병원, 그리고 자신이 의사가 되어 환자를 바라보는 각각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또한 부록으로 엮은 의료사고와 의료제도에서는 의료법에 대한 억울한 이야기 ‘가운 입은 의사의 1인 시위’(175쪽),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진주 의료원 이야기’(186쪽), 혼돈의 시간이었던 ‘메르스 그 후’(197쪽)를 통해 의사이자 의사협회장의 입장에서 바라본 의료계의 문제점과 제도적인 측면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의 고민과 고충을 엿보다 보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 24시간 하얗게 밤을 새우는 의사들의 하루, 그 너머를 들여다볼 시간이다.

*이 책은 2014년 [한겨레]에 연재되었던 원고를 보완 수정하여 엮었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그러나 아이는 죽지 않았다’에서는 저자가 경험한 병원에 대한 첫인상과 의사의 꿈을 키우게 된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의 아들이 3번의 사망선고를 받았던 경험(24쪽)을 통해 의료계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2장,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는 생과 사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찾는 환자와 최선을 다하는 의사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다. 특히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2018년부터 시행되는 존엄사법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언급한다.(117쪽) ‘3장, 흉부외과 24시’에서는 극한의 직업이라 불리는 흉부외과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가위로 잘라야 하는 수술에서 아랫연차 전공의가 칼로 실을 잘라 피복의 일부까지 잘렸던 아찔한 경험(148쪽)은 아주 작은 실수에도생과 사의 경계를 경험하는 의사들의 단면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부록인 ‘의료사고와 의료제도’에서는 의사이자 전직 대한의사협회장으로 바라본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의료사고에 대한 의미를 제도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지난해 국민들을 공포로 휘감았던 메르스 사태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문제점들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단순한 의료법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시켜 고민해볼 수 있다.

의료제도와 정책, 그리고 그 이면의 문제들

1997년, 의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117쪽) 때문이다. 이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채 ‘무의미한 연명치료’라는 뜨거운 이슈로만 남았다. 하지만 2016년 1월 8일, 일명 ‘존엄사법’ 또는 ‘웰다잉well-dying 법’으로 불린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존엄사법은 더 이상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2014년, 중동지방 출장을 다녀온 60대 남성이 메르스에 걸렸다. 그를 시작으로 메르스는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고 전 국민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를 대처하는 정부의 방식은 매우 미진했으며 국민들의 원성은 높아져만 갔다.
일련의 두 사건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그것은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허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자리인 제도 앞에서 이제는 ‘왜?’라는 물음을 가지고 그 이면의 문제점들을 바라봐야 한다. ‘2시간 대기, 3분 진료’ 시스템과 의료수가 문제, 의료사고를 낼 수밖에 없는 의사들의 환경과 초과근무 등의 병원 시스템은 달라진 게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오는 의료제도의 문제점들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제도를 바꿀 수 없지만 잘못된 문제점은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누구나 한 번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내 얘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로만 치부한다면 억울한 의료사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 책이 잘못된 제도를 조금이라도 알리는 데 보탬이 되기를, 나아가 지금 당신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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