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거짓말쟁이들, 북튜버, 책읽기, 의심 많은 사람이 더 잘 속는다, 차이나타운, 영화, 바넘, 존고드프리, 스탈린, 이비에타, 교도관, 장폴사르트르, 예스맨십, 후세인정권

1 year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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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넘의 예가 보여주듯 진실을 말함으로써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또 누군가를 속이지 않고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장 폴 사르트르의 단편소설 〈벽(The Wall)〉에서 파시스트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 파블로 이비에타는 교도관들로부터 그의 동료 라몬 그리스의 행방을 말하라는 심문을 받는다. 그리스가 사촌들과 함께 숨어 있을 것으로 잘못 알고 있던 그는, 그리스가 공동묘지에 숨어 있다고 말하면서 시간을 번다. 그러고는 교도관들을 속였다는 게 발각되면 금방이라도 자신은 처형될 것이라 생각하면 밤을 보낸다. 그러나 새벽이 밝아오자 그는 끔찍하게도, 간수들에게 말했던 바로 그 장소로 그리스가 옮겨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스는 공동묘지에서 체포되고 이비에타는 풀려난다. 이비에타는 교도관들을 속일 의도로 거짓말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진실을 말했던 것이다.---p.26~27

탈와는 또 다른 ‘훔쳐보기 놀이’를 실시했다. 여기서 연구자는 놀이가 시작되기 전에 아이에게 짧은 이야기를 읽어준다. 그 이야기 중 하나가 〈양치기 소년〉으로, 소년이 반복해서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양들과 함께 늑대에게 잡혀 먹는 내용이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조지 워싱턴과 벚나무〉가 있다. 이 이야기에서 어린 조지는 자신의 반짝이는 새 도끼로 벚나무를 찍어 쓰러뜨린 잘못을 고백한다. 이야기는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면서 끝이 난다. “조지, 어쨌든 네가 그 나무를 찍어 쓰러뜨렸다니 기쁘다. 네가 거짓말 대신 진실을 말하는 것을 듣는 게 내가 1,000그루의 벚나무를 갖는 것보다 더 좋구나.” 탈와는 이어 실시된 놀이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거짓말을 하려는 아이의 마음에 영향을 주는지, 만일 준다면 어떤 이야기가 더 효과적인지 알아내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양치기 소년〉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무시무시한 벌을 받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보통의 경우보다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지 워싱턴의 정직함은 아이들에게 본받으려는 마음을 불러 일으켰다.---p.58~59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해군정보국 수뇌였던 존 고드프리 제독은 두 가지 서로 상충되는 정보가 제시됐을 때, 나치 지도자들은 항상 그들이 전에 세웠던 구상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것을 믿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히틀러의 장교들은 증거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심지어 만들어내기까지 해 히틀러가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스탈린은 국경에 독일 군대가 대폭 증강된 사실에도 불구하고, 1941년에 나치가 침공하려 한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후세인 정권은 고드프리가 ‘희망 품기(withfulness)’(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믿고, 상충되는 정보는 거부하는 경향을 말함-옮긴이)와 ‘무조건 따르기(예스맨십yesmanship, 실제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지도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을 말함-옮긴이)라고 식별한 단점에 시달렸다. 모두들 전 보건장관 리야드 이브라힘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을 때 후세인은 장관들에게 솔직한 조언을 구했다. 이브라힘은 무모하게도 후세인에게 임시로 물러났다가 일단 평화협상이 주선되면 대통령직에 다시 앉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제안했다. 후세인은 즉각 이브라힘을 끌고 나가게 했다. 다음 날 이브라힘의 토막 난 시체가 그의 아들에게 배달됐다.---p.228~229

어느 날 모르핀이 다 떨어졌을 때 아주 끔찍한 부상을 당한 병사가 들어왔다. 비처는 모르핀 없이 부상병을 수술한다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심혈관 쇼크를 일으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어떤 간호사가 병사에게 소금물 희석액을 주사하고 그것이 마취제라고 생각하게 했다. 비처가 그다음에 목격한 것은 의학에 대한 그의 시각을 영원히 바꿔버리고 말았다. 고통에 몸부침치던 환자는 주사를 맞자 즉시 안정됐고, 모르핀에 반응하는 환자들과 똑같이 반응했다. 수술 도중 환자는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 듯했고, 본격적인 쇼크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비처는 감탄했다. 간호사의 선의의 속임수가 가장 강력한 진통제처럼 작용했던 것이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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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대한민국은 지금 거짓말쟁이들과 전쟁 중!
거짓으로 진실을 덮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본다

■ 거짓말에 대하여 ― 선악(善惡)과 시비(是非)의 잣대는 잠시 제쳐두고
요사이 우리 사회가 거짓말쟁이들로 시끄럽다. 진실공방을 벌이는 정치인, 소비자를 속이는 경제인, 가짜 이미지로 인기를 구하는 연예인, 돈으로 승부를 사고파는 운동선수, 괴담과 루머를 퍼뜨리는 익명의 소시민들까지……. 여기서 거짓말쟁이는 항상 ‘나’가 아닌 ‘너’다. 연인은 상대가 자신을 속였다고, 유권자는 정치인이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신자와 무신론자는 서로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한다. 신간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은 비난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일상화된 거짓말에 대해 선악과 시비의 판단은 보류하고 사실과 현상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거짓말은 인간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지 않았으면서도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을 알아내는 방법은 없을까?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속이지는 않는가? 정치인, 전쟁광, 사이비 교주들의 거짓말에 왜 속을까? 과학과 종교, 동양과 서양은 각각 거짓말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이 책은 뇌과학, 심리학, 역사, 문학, 예술, 정치, 철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거짓말에 관한 지식을 풀어냄으로써 인간 존재와 사회적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읽게 해준다.
구성원이 5명인 무리에서는 챙겨야 할 관계가 10가지라면 20명의 무리에서는 192가지로 늘어난다. 추상, 자아 성찰, 미래 계획이 중요해진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관계가 200만 년 전 영장류의 뇌 영역 확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사실은 거짓말에 대한 윤리적 비난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저주받은 악”(몽테뉴)이며 또 한편으로는 “살기 위해 필요한 것”(니체)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이 거짓말쟁이로 태어났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아이들의 행동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살 미만의 갓난아기조차 엄마를 속이는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세 살에서 네 살 사이가 되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들만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자기를 위한 거짓말을 자주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여섯 살 무렵이 되면 95퍼센트가 거짓말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사회적 피드백’을 통해 거짓말을 적게 하게 된다는 점이다. 훈육이 엄격한 학교와 비교적 자유로운 학교에서 아이들이 거짓말을 고집하는 정도는 매우 달랐다.

■ 거짓말에 관한 거짓말 같은 사실들
저자가 소개하는 거짓말과 관련된 다양한 실험 사례와 역사적 사건사고는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되는 나쁜 것’이라는 우리의 단순한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한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뇌 손상으로 작화증에 걸린 사람은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처럼 주변의 온갖 사물을 보고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러한 자신의 행동을 즐기기까지 한다. 2004년 수백만 파운드의 소송사건에서 증인 갤러웨이는 ‘부정직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며 태연하게 거짓증언을 했지만 그의 자세한 증언 때문에 오히려 신뢰받지 못했다. 한편 사이코패스는 옳고 그름을 ‘분간할’ 줄 모르는 게 아니라 ‘느낄’ 줄 모르기 때문에 거짓말을 잘한다. 또한 이들은 뇌에 뉴런 연결망이 많아 창조적이고 화술도 뛰어나다.

-얼굴과 말에 주의하면 누가 거짓말쟁이인지 알아맞힐 수 있다. 심리학자 에크먼은 한 실험에서 파푸아뉴기니의 포어족은 미국인들의 여러 가지 표정을 담은 사진을 보며 그들의 감정 상태를 예측해낼 수 있었다. 이 결과는 감정이 표정에 드러나는 현상은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훈련받은 관찰자들은 표정을 통해 거짓말쟁이를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어떤 사건을 말할 때 순서대로 뮸하고자 하는 거짓말쟁이들에게 역순으로 말하게 시키면 심리적 압박?을 느껴 발각되기 쉽다고도 한다.

-1990년대 초에 발명된 뇌 스캔 기술인 fMRI는 뇌의 활동 영역을 탐지함으로써 거짓말을 할 때 어느 부위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통해 거짓말쟁이를 가려낼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고통스런 진짜 기억과 거짓말을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고, 용의자 스스로가 진실과 거짓을 혼동할 때나 가짜 기억을 개입될 때도 유효한지와 같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뇌의 작용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위태로운 다리와 안전한 공원 벤치에 있는 각각의 남자들에게 여자의 연락처를 주었을 때 벤치에 앉아 있던 남자의 30퍼센트가 여자에게 전화를 건 반면, 다리 위에 있던 남자는 64퍼센트가 전화를 걸었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흥분된 상태를 자신도 모르게 뇌가 여자와 연관시켜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사담 후세인의 경우는 정치계에 만연한 거짓말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후세인에게 직언을 한 보건장관 이브라힘의 토막 난 시체가 그의 아내에게 배달된 뒤부터 장관들은 더욱 후세인의 마음에 강력하게 집중해야 했다. 후세인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은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거짓말쟁이가 되어갔다.

■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의 정직해지는 법
거짓말이 인간의 진화를 이끌었고, 우리 모두가 거짓말을 스스로 습득하는 존재로 태어났으며, 뇌작용으로 인해 자기기만을 일삼는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정직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다. 거짓말이 생존에 중요함에도 인류는 역사를 통해 무수한 사회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 거짓을 말하는 것보다 낫다는 윤리규범을 만들어 지켰다. 정직은 우리 사회의 주요 가치라는 점이다. 또한 자신에 대한 지나친 확신과 열정이 때로는 스스로를 거짓말쟁이로 만든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에 소개된 거짓말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거짓말의 속성과 거짓말쟁이의 심리뿐 아니라 정직의 가치와 그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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