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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는 산업을 일으켜 자본을 생산한 자(기업인)와 그 자본을 축적한 자(은행)가 서로 같다고 기만했다. 그러나 그가 살던 19세기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에서조차 이미 축적된 은행자본(그가 자주 상업자본이라 부른) 없이 산업이 커진 적 없고 공장의 사장이 은행가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금융자본이란 좁게 보아 은행과 증권투자가들이 가지고 노는 금 & 귀금속 가격 조작, 대출마진과 이자, 보험료, 거래 수수료, 주가 차익, 환율 차익, 지대와 월세, 유통 마진까지 포함 거의 불노소득에 가까운 자본을 말한다. 이 자본은 과거 상업자본이라 하여 19세기 이미 거대했고 산업 자본은 미미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런 금융자본의 기획과 마케팅을 알지도 못했고, 알려 하지도 않았다. 20세기 초, "공적으로 국제화된 금융자본"만을 금융자본이라 믿는 정신병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이들이 쓰는 단어는 현실에서 퍼 올린 자료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들끼리 돌려 읽는 책을 통해서만 만들어진 것이다.
현실은 전혀 달랐다. 19세기 중반 산업이 점점 자라나 자본을 축적하고 수익을 거두는 메커니즘은 산업 부르주아가 아닌 금융가들(과거 스타일로 보면, 상업 자본가)에 의해 이끌어졌다. 로스차일드, 모건, 슈뢰더, 바링스, 클라인보르츠 같은 은행이 그들이었다. 이들이 중복투자했던 투자금융사(Joint-Stock Bank/Co.)가 움직인 돈은 은행보다 더 거대했다. 웨스트민스터, 로이드, 미들랜드 등이 그들이다.

칼 마르크스는 자기 시대 막강했던 금융가들과 로스차일드를 산업 뒤로 최대한 숨겨주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산업자본과 산업가의 발목을 노동자들이 잡도록 만들어, 기업, 산업 간 경쟁과 임금상승을 부추겼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계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산업계가 더욱 더 금융가의 손아귀 안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그는 금융가들에게 그렇게 교훈을 남기고 죽었다. 그가 죽은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의 자본시장에서 은행과 증권투자가들이 가졌던 산업계의 파이는 각각 80%와 75%였다.

마르크스는 1000여 산업 자본가들을 최대한 쥐어 짜던 영국의 극소수 은행가들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순차적으로 노동자를 쥐어 짜 은행에게 이자를 갚았던 산업 부르주아의 악행만 늘어 놓았다. 물론 이들 기업도 은행 못지 않게 악했다. 하지만 진정 자본주의를 파괴하려 했다면, 자본의 포커스를 산업 부르주아들에게 맞출 수는 없었다. 마르크스는 노동자의 희망을 은행의 희망으로 전환 시킨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국제금융 귀족의 시다바리, 자크 아탈리가 "자본론을 꼭 읽어야 한다"고 했던 이유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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