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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years ago

머리말

1. 내게 없는 것을 욕망하다/「밀로의 비너스」 - 밀로의 비너스
2. 여신의 귀환/「비너스의 탄생」 - 산드로 보티첼리
3. 두 가지 판본의 유일한 명작/「암굴의 성모」 - 레오나르도 다빈치
4. 모성인가, 관능인가/「피에타」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5. 물러설 때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아담의 창조」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6. 조연들을 주목하라/「시스티나의 마돈나」 - 라파엘로 산치오
7. 아르침볼도 스타일/「여름」 - 주세페 아르침볼도
8. 언어는 힘이다/「바벨탑」 - 피터르 브뤼헐
9. 르네상스의 빛과 어둠/「속임수」 - 조르주 드 라투르
10. 진실은 언제나 숨어 있다/「시녀들」 - 디에고 벨라스케스
11. 매력적인 죽음의 광경/「니콜라스 툴프 교수의 해부학 강의」
12. 일상의 재발견/「우유를 따르는 하녀」 -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13. 패자들의 승리/「1808년 5월 3일」 - 프란시스코 고야
14. 혁명의 그리스도로 죽어 가다/「마라의 죽음」 - 자크 루이 다비드
15. 훔쳐보기 시나리오/「터키탕」 -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16.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메두사 호의 뗏목」 - 장 루이 앙드레 테오도르 제리코
17. 영원한 스캔들, 드러낸 젖가슴/「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년 7월 28일」 - 외젠 들라크루아
18. 가난한 자들의 운명/「만종」 - 장 프랑수아 밀레
19. 꼭꼭 숨겨졌던 비밀/「세상의 기원」 - 귀스타프 쿠르베
20. 메두사를 직면하다/「죽음의 섬」 - 아르놀트 뵈클린
21. 풀밭에서 탄생한 근대 에로티시즘/「풀밭 위의 점심」 - 에두아르 마네
22. 생각의 마조히즘/「생각하는 사람」 - 오귀스트 로댕
23. 저주받은 예술의 표상/「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 빈센트 반 고흐
24. 연인 뒤에 숨은 아버지/「키스」 - 구스타프 클림트
25. 침묵의 비명/「절규」 - 에드바르드 뭉크
26. 아이의 리듬감을 찾아라/「춤2」 - 앙리 마티스
27. 예술로 혁명하다/「게르니카」 - 파블로 피카소
28. 군중 속의 고독을 그리다/「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 에드워드 호퍼
29.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이미지의 배반」 - 르네 마그리트
30. 명작의 죽음/「캠벨 수프 통조림」 - 앤디 워홀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그는 창조가 ‘분리’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미켈란젤로의 아담은 신이 다가갈 때가 아니라 오히려 물러설 때 창조된다. 예술가의 창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담의 반대 방향으로 멀리 나부끼는 신의 머리카락만 봐도 화가의 이런 생각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신과 아담의 손이 마주 닿지 않았다는 것은 서양 세계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유대교 신비주의자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초월성을 의미한다. 즉, 하나님은 뒤로 물러나서 창조하신다는 ‘침춤’의 개념이다. 물론, 우리는 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그와 접촉할 수는 없다. 우리가 다가갈수록 그는 멀어지기 때문이다.
_70쪽 제5화. 물러설 때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아담의 창조」 중에서

「터키탕」은 세상에 아주 잘 알려진 그림 중에서 유일하게 원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화가가 그림을 원형으로 연출함으로써 감상자는 열쇠 구멍으로 금지된 실내를 들여다보는 관음증자의 처지가 되어 버렸다. 관음증의 작동 원리는 무엇일까? 관음증자는 왜 열쇠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일까?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관음증은 쿠르베도 들여다보았던 ‘세상의 기원’에서, 다시 말해 여성의 내밀한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고 싶어 시선으로 내부에 침투하며 쾌감을 느끼는 증세를 말한다. 그러나 관음증자는 자신이 훔쳐보는 ‘대상’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싶은 욕망, 은밀한 것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느끼고 싶은 욕망이 충족될 때 기쁨을 얻는다. 아마 감상자들도 이 그림을 보고 있는 자신을 ‘의식할 때’ 진정한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_181쪽 제15화. 훔쳐보기 시나리오 -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터키탕」 중에서

「만종」은 죽은 아이처럼 ‘아직 꽃피지 못한, 혹은 이제 겨우 피다가 시들어 버린 것’이라는 주제를 연상시킨다. 「만종」의 세계적 성공의 비결은 분명히 무의식의 정의를 반영하는 ‘태어나지 않은 것’이라는 주제와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무의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알고 싶지 않은 영혼 깊숙한 곳에 감춰진 공간일 뿐 아니라, 의식하지 못한 채 솟아오르지 못하게 억누르는 충족되지 않는 욕망과 불건전한 추억과 기쁨이 숨어 있는 공간이다. 그처럼 이 그림이 환기하는 것은 그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 단 한 번밖에 찾아오지 못하지만, 의식에서 이미 영원히 잃어버린 것, 하지만 같은 시각에 반복적으로 짧은 음악을 울리는 종소리의 비유처럼 다른 형태로 다시 찾아오는 어떤 것이다. 무의식에서는 모든 것이 울림으로 존재한다.
_212-213쪽. 제18화. 가난한 자들의 운명 - 밀레의 「만종」 중에서

그림이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되고, 아이는 어머니날을 위해 혹은 이러저러한 동화를 설명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처럼 아이가 리듬에 포함된 주관적 차원을 상실하게 되는 또 다른 원인은 아이가 그린 그림이 ‘훌륭하다’고 평가받고 일정한 틀에 갇히기 때문이다. 일단 틀에 갇히면 어른은 그것이 영원히 고정될 때까지 계속 평가하고, 아이에게 그림은 이제 의미 없는 활동이 되어 버리기에 아이는 창작의 재미를 잃어버린다. 그런 점에서 마티스의 「춤」은 우리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리듬과 색채, 누구의 강요도 받지 않은 본원적이고 주체적인 창작의 재미와 기쁨을 환기하기에 영원한 생명력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다.
_296쪽 제26화. 아이의 리듬감을 찾아라 - 앙리 마티스의 「춤2」 중에서

고흐의 극적인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1852년 3월 30일 그가 태어나기 정확하게 일 년 전 사산(死産)된 그의 형 빈센트 빌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삼촌과 할아버지 역시 그와 같은 이름이었고, 그의 아버지 테오도루스는 빈센트의 막냇동생을 자신과 같은 이름(테오)으로 불렀으며, 여자 형제 중 한 명에게는 어머니 이름을, 또 다른 누이에게는 이모(혹은 고모) 이름을 붙여 주는 등 가족의 이름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사산된 그의 형에 대해 알려진 바도 별로 없다. 이처럼, 몇 가지 이름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중복적으로 복잡하게 사용되면서 고흐 가문의 세대 개념은 완전히 무너졌다.
1편이 대표적인 서양 예술가 열세 명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그들의 작품을 소설 같은 필치로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면, 이 책은 「밀로의 비너스」에서부터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통조림」에 이르기까지 모두 30편의 명작을 조금 깊숙이 들여다본다. 이 책의 부제가 말하듯 저자들이 주목한 문제는 ‘명작은 왜 명작일까?’라는 질문에 함축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세상에는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 공들여 잘 만든 작품이 얼마든지 있는데, 유독 몇몇 작품만을 ‘명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미술사적 관점과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통해 이런 의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공하는 탁월한 명작 해설서이다.

미술사가와 정신분석학자의 만남

이 책의 저자 장 피에르 윈터는 라캉의 제자로서 프랑스 파리에서 프로이트 학파를 대변하는 전형적인 정신분석학자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공동 저자 알렉상드라 파브르는 미술사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문화적 이슈에 천착하여 글을 써온 저널리스트이다. 각기 다른 전공분야에서 공동의 주제를 통해 만난 두 사람은 일반적으로 명작에 부여하는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들은 명작의 개념이 반드시 작품의 우수성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고, 또 감상자가 예술 작품에 매료되는 이유가 반드시 작품의 완성도 때문만도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밀로의 비너스」만 해도 얼굴은 남자 같고, 가슴도 빈약하며, 허리도 길어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여신’이라고 부르기에는 모자란 구석이 많다. 게다가 두 팔이 잘려나가 ‘완성품’이라기보다는 ‘파손품’에 가깝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인류 문화의 대표적 명작이라고 부르고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명작의 가치가 작품 자체에서 발원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의 숨겨진 욕망이 얼마나 어떻게 촉발되었는지, 작품이 감상자의 무의식과 의식에 무엇을 어떻게 호소하느냐에 달렸음을 확인한다. 특히, 저자들은 해설의 대상이 된 30편의 명작을 고를 때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선별했기에 독자들은 익히 알고 있는 작품들을 전혀 다른 시선을 바라보는 신선한 충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명작은 스캔들을 낳는다

프랑스어로 ‘명작’을 의미하는 ‘셰되브르(Chef-d’euvre)’는 원래 오랜 세월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며 실력을 갈고닦은 도제가 수련을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만들어 선보이는 최종 최고의 작품을 가리킨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목격하듯, 각고의 노력 끝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탄생한 작품은 당대에 외면당하거나 망각의 창고 속에 처박히기 일쑤다. 그리고 대부분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그 작품이 명작의 반열에 올라가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반복된다. 드라투르가 그랬고, 페르메이르, 쿠르베, 마네, 반 고흐, 뭉크의 경우가 그랬다. 어느 시대에나 천재적인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비난과 야유 혹은 무관심으로 반응하고, 명작의 탄생은 늘 스캔들이 되곤 했다. 왜 사람들은 한 시대를 뒤흔드는 천재와 그들의 명작이 탄생했을 때 이를 인정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 두 저자는 이런 현상을 우리 내면에 숨은 근원적인 욕망과 금기의 메커니즘을 통해 탁월하게 분석한다. 독자들은 그동안 명작을 감상하면서도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들, 왜 명작은 명작이며 왜 명작은 스캔들이 되어야 했느냐는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명작을 이해하는 일은 감상자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일인 만큼, 이 책은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흥미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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