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정신분석, 이창재, 모권적 무의식, 파괴하고 집어삼키는 괴물, 어머니와의 관계 경험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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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신화와 현대의 정신분석이 만나다
『신화와 정신분석』은 정통 프로이트 이론과 융 분석심리학 이론, 그리고 현대 정신분석 이론을 종합해서 한·중·일 신화뿐 아니라 전세계 민족 신화를 해석한 책이다. 영웅의 일대기 신화를 각 민족이 고유의 체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후손에게 전한다는 관점에서 해석함으로써,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복잡한 사정에 의해 크고 작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어떤 통과의례를 거쳐야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자신과 집단을 위해 거대한 힘을 발현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는지를 규명하고 있다. 한·중·일 신화에 반영된 무의식의 유형들을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분석, 정리한 것은 저자의 독창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저자 : 이창재
저자 이창재는 프로이트정신분석연구소장. 연세대학교에서 철학자 박동환에게 배워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으로 교육부 포스트닥터 과정을 수료했다. 학술문화단체, 대학, 기업에서 정신분석 및 철학 강의를 28년, 정신분석 상담ㆍ꿈해석 임상을 16년 진행했으며, 정신분석연구모임 ‘Xx 정신분석세미나’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지난 십여 년간부터 지금까지 신경증 증상과 꿈, 신화, 예술작품 발생 구조의 동일성과 차이성 연구를 해오고 있다. 저서로 『프로이트와의 대화』, 『정신분석과 철학』, 『예술작품과 정신분석』(공저), 『니체와 프로이트』 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꿈의 기원과 의미에 대한 정신분석적 해석」, 「예술작품의 기원과 의미에 대한 정신분석적 해석」, 「동아시아 신화 해석을 위한 정신분석 관점 및 개념 고찰」, 「‘왕 살해’ 풍속의 의미와 ‘원시 사고’의 특성에 대한 정신분석적 해석」, 「병리적 정신현상의 원인론과 극복론」, 「프로이트의 신경증 원인론 : 외상, 환상, 사후작용」, 「의미의 기원에 대한 계보학적 고찰」, 「‘도덕의 기원’에 대한 탈이분법적 고찰」 등이 있다.
목차
1부 신화 해석을 위한 기본 조건
1장 신화 해석을 위한 정신분석의 기초 23
1. 신화에 대한 정신분석학의 연구 동향 26
2. 신화에 반영된 무의식의 유형들 35
3. 신화적 사고 55
4. 영웅신화 해석의 초점과 기본 틀 : 정신 발달의 중요 요소들 76
5. 마무리하며 90

2부 신화에 대한 정신분석
1장 한국 신화 95
1. 창세신화 : 한국인의 시원 95
2. 환인, 환웅, 웅녀, 단군 : 한국민족의 최초 이상화 대상들 101
3. 주몽 : 마마보이가 건국 영웅되다 107
4. 바리데기 : 버림받은 영혼이 치유자로 변환되는 과정 130
2장 중국 신화 169
1. 창세신 : 거인 반고 169
2. 예 : 반복되는 불행의 원인과 의미 175
3. 어진 왕 순 : 거짓자기가 참자기로 변하기 위한 조건 196
3장 일본 신화 221
1. 창세신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 성교, 창조, 죽음, 다툼, 분리, 단독 창조 223
2. ‘폭풍의 신’ 스사노오 : 반사회적 성격의 치유 과정 234
3. 오쿠니누시 : 힘없는 겁쟁이가 국가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과정 258
4장 수메르 신화 287
1. 길가메시 : 오만한 자가 현자로 변하는 과정 287
5장 이집트 신화 337
1. 오시리스, 이시스, 호루스 : 죽음에서 부활에 이르는 길 337
6장 그리스 신화 369
1. 그리스의 창세신화 : 왕 살해의 전형 369
2. 오이디푸스 : 운명을 벗어나려는 투쟁 379
3. 페르세우스 : 어머니의 마력에서 벗어나 주체가 되기 위한 조건 410
4. 테세우스 : 미궁에 들어가 괴물과 싸우기 437
5. 헤라클레스 : 모성 박탈이 심한 자의 운명 459
6. 에로스와 프시케 : 사랑과 영혼이 조화되기 위한 조건 487
7. 나르키소스와 에코 513
7장 북유럽 신화 541
1. 발데르 : 빛의 신이 죽어야 하는 이유 541

3부 신화에 반영된 민족무의식 비교
1장 신화에 반영된 민족무의식 비교 561
1. 창세신화 : 민족 간 최초 정신성 비교 564
2. 영웅신화 : 민족 간 콤플렉스 유형 비교 565

맺는말 587
미주 593
참고문헌 633
필자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무의식에 잠재된 ‘아이의 마음’과 ‘원시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신화의 무의식적 의미를 음미하기를 권한다. 신화를 통해 나의 뿌리이자 현재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심연의 힘과 접속하려는 마음으로 상상력의 율동에 정신을 맡기고 솟아나는 원시적 감정과 상징에 집중해보자. 그러면 원시 인류가 그대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고 다양하고 생생한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17쪽)

* 민족의 무의식에는 태초부터 전승되어온 고유의 ‘원형이미지(영웅상)’가 담겨 있다. 주몽, 바리데기, 예, 순, 스사노오, 오쿠니누시, 길가메시, 오시리스,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발데르, 부처, 예수 등은 무의식에 담긴 원형에너지를 자아에 통합하여 성공적으로 활용한 영웅 표상들이다. 이들은 고향을 떠나 낯선 곳을 탐험하며 자아경계를 확장하고, 괴물과 대결하여 이를 제거함으로써 정신의 발달을 방해하던 힘들의 속박에서 벗어난다. 또한 ‘자기’의 정체성을 실현해가는 개성화 과정을 거친다.(42쪽)

* 왕 살해 풍습의 심리적 원인은 무엇일까? 프로이트는 원시 인류의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던, 왕(씨족장)의 자리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최초 아버지에 대한 양가 감정(애증)과 유년기 오이디푸스 욕구 때문에 이러한 풍습이 발생했다고 본다. 셈족과 라틴족은 신을 제물로 삼는 행사를 거행했는데, 그 신은 아들들에게 살해당한 원아버지를 상징한다. 이러한 행사가 매년 공적으로 엄숙히 거행된 이유는 실제 일어났던 아버지 살해 사건을 모두에게 상기시켜 원죄에
대한 죄책감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65쪽)

* 자연은 때로 개성을 획득하지 못한 다수보다, 한 명의 가치 있는 개인을 선택한다. 영웅의 근친상간은 사회에 순응해 주체성을 상실하고, 주체의식이 개화되지 않은 개인에게, 정신의 본래성(Self)으로 되돌아가 내재된 목적을 수행하라고 요청하는 힘이다.(4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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