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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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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비건이었을 때 내 삶은 정말 간단했다. 죽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믿었고 동물을 원료로 한 제품들을 피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20년 동안 나의 도덕 원칙에도 확실히 위기가 몇 번 찾아왔었다. 특히 직접 키운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그랬다. 개미가 가던 길을 멈추고 서로 쓰다듬는 것을 목격했고, 새끼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거미를 봤다. 나비는 어디를 가면 꿀을 찾을 수 있는지 새끼에게 가르쳤다. 식물을 기르기 위해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을 죽였다. 그런데 그들은 나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들과 나는 모두 눈과 다리와 심장을 만드는 유전자를 가진 존재였다. 일단 집 밖으로 발을 내디뎌 손에 흙을 묻히고 나자, 그래서 직접 벌레들을 내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자 나는 그들의 공포, 호기심, 용기, 사랑을 볼 수 있었다. 생태신학자 토머스 베리(Thomas Berry)는 “이 작은 곤충들 하나하나는 생명력이 있는 존재다. 정신과 영혼이 있는 존재인 것이다. 사람의 영혼은 아니지만 곤충의 영혼을 가졌다. 신의 섭리를 표현하는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이다.”라고 썼다. 나도 베리가 본 것을 봤다. 그것을 봤고, 내가 그들을 죽였을 때 중요한 존재를 죽인 것임을 알았다.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어렸을 때 운동장에서 다른 아이들이 개미를 죽이는 것을 말렸다고 한다. “우리에게 우리 생명이 중요한 것만큼 개미에게는 개미의 생명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하면서. 이 소년이 자라서 노예 해방 헌장에 서명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는 우리들 중 가장 사소한 존재, 즉 아주 작고 말도 못하고 다리가 여러 개 달린 개미마저 동정했다. 그러니 인간 색소가 조금 다른 조합으로 피부에 나타난 것쯤이야 아무 문제도 아니었을 것이다. 벌레는 자기 생명을 사랑한다. 마침내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내가 살기 위해 죽어야 했다. - 본문 150~151쪽

물론 무기질을 가장 많이 함유한 음식은 해조류다. 프라이스의 연구에서 해안선을 따라 어업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가장 건강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다음으로 무기질이 많이 든 것은 육지에 사는 포유류다. 수렵?채집인과 목축인이 어업 공동체 다음으로 건강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맨 꼴찌였다. 프라이스는 식물성 식단만으로 완벽한 건강을 유지하는 원주민 공동체가 있는지 일부러 살펴봤다. 그 결과 그런 공동체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오직 식물성 식사만을 하면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집단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런 노력을 하는 그룹이 많았으나 실패했다는 증거가 명백했다.” - 본문 310쪽

식품 산업은 1990년 이후 10만 가지가 넘는 새로운 가공 식품을 개발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식품’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괴이하고도 무서운 개념이라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자. 그런데 그것을 먹는 건 한술 더 뜨는 일이다. 그다음으로는 이 ‘새로운 식품’의 4분의 1은 “영양학적으로 강화된” 것들로, 저지방이나 무콜레스테롤, 고칼슘이라는 명목으로 건강식품이라는 딱지를 붙인다는 사실을 곱씹어 보자. 그 규모를 상상이라도 해 본 적이 있는가? 식품업계에서는 매년 33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광고에 사용한다. 그들이 가장 저렴한 생산비로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품목(영락없는 불량 식품)을, 당으로 가득 차 있지만 지방이 없다는 이유로 “심장에 좋은 음식”으로 광고할 수 있음에 주목하자. 설탕과 식물성 경화유를 어린이를 포함한 미국 시민에게 밀어붙이는 데 펩시코 한 곳에서 쓰는 광고비만 10억 달러가 넘는다. - 본문 319쪽

폭식증 환자는 회복의 길로 들어선 지 몇 년이 지난 뒤라도 몇 시간만 트립토판 결핍 상태가 되면 바로 재발의 구렁텅이에 빠져 버리기도 한다. 한두 끼니만 굶거나 제대로 먹지 않으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우울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트립토판이 부족한 상태가 몇 시간만 지속돼도 우울증의 검은 망령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 나는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 맹수가 깨어나면 제일 먼저 먹어 치울 희생자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주말 학회가 아무리 멋진 장소에서 개최되더라도 쌀로 만든 뻥튀기와 과일로 된 가볍고 멋진 식사만 제공되고 제대로 된 내 식사를 싸 가는 것이 금지된다면 거절할 수밖에 없다. 나는 내 인생의 20년을 우울증에 빼앗겼다. 내 젊은 시절의 거의 전부를. 이제 세상이 컬러로 보이고, 심지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날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운 좋게 빠져나온 생존자다. 그 상태를 유지하려면 내 뇌는 먹어야 한다. 복잡하지 않다. 아침 녘, 늦? 닫기
출판사 서평
채식은 우리를 건강하게
세상을 정의롭게 만들 수 있을까?
“채식주의의 무지와 근거 없는 신화를 과감히 드러낸다”

『채식의 배신』은 20년간 극단적인 채식을 실천하던 비건(vegan) 출신의 저자가 채식주의의 주요 주장들이 무지에 기초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도덕적, 정치적, 영양학적 면에서 그 주장들을 논박하는 책이다. 저자는 채식주의가 생명 존중과 정의, 지속 가능한 사회 추구라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무지와 오해로 인해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동물 권리주의, 농업의 파괴성, 기아의 해결책으로 곡물이 제시되는 것의 타당성 등 채식주의 진영의 가치들을 검증해 나간다. 또 ‘포화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할수록 심장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지방 가설을 반박하고 채식주의자들이 만병통치약처럼 떠받드는 콩(대두)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생명에 대한 연민과 개체 간 평등 의식을 온당하게 유지하면서 평화롭게 육식을 받아들이는 저자의 생태론적 세계관이 돋보인다.

‘건강과 정의의 대명사’ 채식이 이럴 리가!

#1 미국의 재림교(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는 평균적인 미국인에 비해 고혈압이나 당뇨, 관절염, 대장암, 전립선암 및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낮다. 재림교 신자가 고기를 삼가기 때문에 채식주의 진영에서는 이를 곧잘 인용한다. 그러나 재림교 신자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이 평균적인 미국인에 비해 건강한 원인을 ‘고기를 먹지 않아서’라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들이 건강한 것이 채식 덕분이라고 주장하려면 비교 집단이 필요하다. 고기 섭취만 제외하고 다른 모든 조건이 비슷한 집단. 바로 모르몬교 신자들이다. 모르몬교 신자 또한 술, 커피, 담배와 각종 불량 식품을 피하지만 고기는 먹는다. 이 두 집단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살까? 모르몬교 신자다.

#2 콩 속에는 갑상선종 유발 물질인 고이트로겐이 들어 있다. 콩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준을 낮춰 성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콩에는 소화 효소 트립신을 억제하는 인자가 들어 있어 콩을 먹으면 가스가 차고 배가 더부룩하면서 복통과 설사 증상이 생긴다. 콩의 아이소플라본은 자궁 내막증 발생 확률을 높인다. 1주일에 2회 이상 두부를 먹은 사람들은 두뇌 노화가 가속화되고 인지 능력이 저하되며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을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 요도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남자아이들 중 어머니가 채식주의자일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5배 높은데 이는 콩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원인이다.

#3 오랫동안 채식을 고집해 온 할리우드 스타 앤절리나 졸리는 최근에 고기를 다시 먹고 있다고 밝혔다. 비행기를 탈 때도 따로 도시락을 챙길 만큼 채식을 철저히 지켜 온 그가 육식을 재개한 이유는 6명의 아이를 잘 돌보기 위해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채식주의 식단으로 “영양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또 동물 권익 보호를 주장하며 고기를 먹지 않고 모피도 입지 않던 배우 내털리 포트먼도 임신 8개월 차에 접어들자 2세를 위한다며 채식을 포기했다.

바야흐로 ‘배신’의 시대다. 그러나 건강의 대명사 ‘채식’만큼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기를, ‘알려지지 않은 채식의 진실’ 같은 것은 없기를 모두가 원했을 것이다. 채식의 배신은 곧 우리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걸려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 책 『채식의 배신』은 그러한 우리의 바람을 배신한다. “육류 섭취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진다.”라든지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육식은 피해야 한다.”와 같이 채식주의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믿거나 공감하며 채식을 실천해 온 사람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채식주의의 불편한 진실이 놀라움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행동의 전면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리어 키스(Lierre Keith)야말로 채식의 배신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키스는 20년간 동물성 식품을 입에 전혀 대지 않는 극단적인 비건(vegan) 생활을 실천하다 다시 잡식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종교처럼 신봉했던 채식주의가 실은 자기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 주범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때부터 키스는 채식주의의 주요 주장, 사람들이 ‘채식’ 하면 으레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믿음의 근거와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채식주의의 주요 주장이 무지와 오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도덕적, 정치적, 영양학적 면에서 그 주장들을 논박하는 책이다.

키스는 “완벽한 대차대조표”를 원했다. 채식주의에서 주장하는 논리와 그 근거를 조목조목 살피면서 실제 현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따졌다. 채식이 우리 일상과 지구 환경, 인류의 미래에 과연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 키스의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채식주의의 의도는 좋으나 그 해결책이 잘못됐으며, 채식이 오히려 인간과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라는 것. 키스는 인체 영양이나 사회 정의,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채식주의의 강한 열망에 동감하지만 채식주의가 ‘무지’와 ‘맹신’으로 인해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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