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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우주의 모든 생물은 결국 늙고 죽는다.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은 생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조너선 실버타운이 수명과 노화, 죽음에 대해 위트 있게 해설한 교양과학에세이다. 지난 두 세기 동안 인간 수명은 극적으로 늘었는데, 왜 노화와 죽음은 멈추지 않는지, 진화가 후세를 남기는 개체를 선호한다면 왜 우리는 늙지 않는, 더 나아가 죽지 않는 존재로 진화하지 않는 것인지 등 이 만만치 않은 물음을 죽음, 수명, 유전, 진화, 식물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날렵하게 풀어낸다.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 과학 지식에 문학과 신화, 유머를 버무려 놓았다. 노화와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비통한 심정을 25편의 시를 통해 보여주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유머로 승화시킨다. 사실 이 책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 세련된 문체로 정리한 생물학적 지식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저자의 유쾌하면서도 여유로운 태도가 더 본질적인 메시지이다. 길가의 가로수도, 내 곁의 반려견도 나와 같이 늙고 죽는다. 별 일 아니다.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인 것이다.

더불어 책 전반을 아우르는 우아한 문장들은 필력의 번역가 노승영의 언어로 재탄생했다. ‘과학 전문 번역가’로 불리며 《시사인》이 뽑은 ‘2014년 올해의 번역가’로 선정되기도 한 역자는 빼어난 문장력으로 원서의 숨결을 탁월하게 살려 냈다.
저자소개
저자 : 조너선 실버타운작가 정보 관심작가 등록
생물학자
저자 조너선 실버타운Jonathan Silvertown은 생물학자이자 작가. 주로 진화생물학, 사회생물학 분야를 연구해왔으며, 현재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씨앗의 자연사》(An Orchard Invisible: A Natural History of Seeds, 2010, 양문)를 비롯하여 《Demons in Eden: The Paradox of Plant Diversity》(에덴의 악마: 식물의 다양성에 관한 패러독스, 2008, University Of Chicago Press), 《99% Ape: How Evolution Adds Up》(99퍼센트 유인원: 진화의 비밀, 2008, Natural History Museum) 등이 있다.형태를 막론하고 모든 암은 장수가 ‘빠른 세포분열의 무차별적 힘에 맞서 지켜내야 하는 위태로운 성취’임을 무자비하게 상기시킨다. 암 발생 위험은 동물의 다세포성과 이로 인한 수명 연장의 대가다. 그런데 세포는 왜 깡패가 될까? 문제의 근원은 DNA에 기록되어 유전자 기능을 통제하는 유전부호가 저절로 바뀐다는 데 있다.

(본문 42-43쪽)
피토의 역설에 따르면 장수하는 종이 단명하는 종보다-같은 이유로, 몸집이 큰 종이 몸집이 작은 종보다-암에 대한 대비책이 많은 것이 분명하다. 종이 진화하면서 암 유병률이 몸집과 수명에 따라 증가하면 어떤 동물도 수명이 생쥐보다 길어지지 못했을 것이고, 북극고래의 수명은 척추동물의 최고 기록인 200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피토의 역설을 설명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진화는 암 감수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 결론은 우리를 암으로부터 보호하는 유전자가 장수와도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로 뒷받침된다.

(본문 58쪽)
시인 앨프리드 로드 테니슨은 늙은 티토노스가 연인에게 탄식하는 장면을 그렸다. 티토노스는 불멸이라는 저주스러운 선물에서 벗어나 ‘죽음의 능력을 가진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따라서 오래 살고 싶다면 여러분이 바라야 할 것은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연장이다. 서두르는 게 좋을 것이다. 노화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만 가지 상황에 대해 시를 쓴 미국의 재담가 오그던 내시는 이렇게 말했다. “중년이 끝나고 / 노화가 시작되는 날은 / 그대의 자손이 / 친구보다 많아지는 날” 안됐지만 이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노화는 중년보다 훨씬 일찍-아마도 사춘기 직후에-그러니까 여러분이 자식을 낳을 수 있고 생명보험을 고려할 때 시작된다. 물론 섹스보다 죽음을 더 많이 생각하는 청소년은 재무 상담사보다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봐야겠지만.

(본문 62쪽)
스코틀랜드의 시인이자 변호사 조지 우트럼은 연금이 내기가 아니라 확실한 것이라고 착각했다. 우트럼은 최근에 사별한 과부에게 자신이 판 생명연금에 대해 스코틀랜드 사투리로 시를 써서 자신의 뼈아픈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다. (…) “계약은 공정해 보였지- / 그녀는 막 63세가 되었어- / 그렇게 튼튼할 줄은 / 상상도 못 했어. / 하지만 해가 가고, 또 해가 가도 / 고래 심줄처럼 질기더군- / 그년이 다시 젊어지는 거야, / 연금을 받게 된 뒤로 말이지. / …… / (하략)”

(본문 70쪽)
사실 수명이 증가하는 것은 노화가 감소한 결과가 아니라 지연된 결과다. 따라서 우리는 ‘수명에 본질적 제약이 있는가’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물음에 답할 수 있다. 노화의 냉혹한 진실은, 노화 과정 자체를 느리게 할 수 없다면 결국 수명에는 통계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 수명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아직 그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단지 과체중을 막기 위한 식사가 아니라 극단적인 열량 제한이 수명을 늘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극단적 열량 제한에는 부작용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늘 추위를 타고 당연히 원기가 부족하며 성욕이 약한데, 이는 예쁜꼬마선충의 다우어 상태와 기이하게 유사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디 앨런의 이 말에 동의한다. “100세까지 살고 싶으면 100세까지 살아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포기하면 된다.” (본문 96쪽)

저자는 수명(2장), 노화(3장), 유전(4장), 식물(5장), 자연선택(6장), 단회번식(7장), 삶의 속도 가설(8장), 산화 스트레스 가설(9장)이라는 8가지 주제를 제시한다. 지금까지 전개된 노화학과 진화생물학의 역사를 정리하고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무엇이 생명체를 나이 들게 하고 그 수명을 결정하는지 밝히려 한다.

3장 노화에서는, 장수와 노화의 차이를 일깨운다. 기대수명은 두 세기 만에 두 배로 증가했지만 노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역설하며 MRDT(사망률 배가기간), IMR(최초 사망률), 19세기 초 영국에서 일어난 연금 관련 일화, 장수촌의 초고령자들에게서 발견되는 ‘노화 멈춤 현상’을 설명한다.

4장 유전에서는, 과연 장수 유전자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일란성 쌍둥이, 90세 이상의 부모를 둔 중년 자녀들, 예쁜꼬마선충을 상대로 한 실험들을 소개하며, 유전자가 장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25~35% 정도임을 밝힌다.

5장 식물에서는, 장수 유전자로 치면 동물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식물의 놀라운 생명력을 소개한다. 동부편백의 느린 생장 속도, 자이언트세쿼이아의 질긴 껍질도 분명 장수 비결이다. 하지만 식물은 분열할 세포가 사실상 무한 공급되고, 그럼에도 동물과 달리 세포 하나하나가 상자처럼 생긴 세포벽에 갇혀 있기 때문에 암의 위험이 낮다는 점이 더 본질적인 비결로 보인다.

6장 자연선택에서는, 세포의 분열과 생장이 사실상 무한히 가능한 식물조차 수명에 제한이 있다는 데 의문을 제기하며 왜 자연선택이 노화와 죽음을 허용하는지 알아본다. 아우구스트 바이스만, 피터 메더워, 조지 C. 윌리엄스의 노화 이론을 다루며, 자연선택의 궁극적 관심사는 번식 성공이기에 노화와 죽음이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진화적’임을 설명한다.

7장 자살(단회번식)에서는, 생식 후 죽음으로 대가를 치르는 생물들을 소개한다. 코시야자, 잠자리 애벌레, 주기매미, 태평양연어 등은 단회번식 후 사망한다. 이들이 이 극단적인 생활 방식을 공유하는 이유는 수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이 방법이 번식에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태즈메이니아주머니너구리는 신종 감염병에 걸린 후 단회번식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8장 속도(삶의 속도 가설)에서는, ‘빨리 살면 일찍 죽는다’는 ‘삶의 속도 가설’에 대해 알아본다. 루브너가 제기하고, 레이먼드 펄이 초파리와 캔털루프멜론 묘목 실험으로 확장, 데넘 하넘이 ‘활성 산소 노화 이론’으로 뒷받침한 이론이지만 현재 이 가설은 틀렸다고 확인되었다. 대사 속도가 아닌, 몸집의 크기나 세대의 생애주기가 수명과 연관 있어 보인다.

9장 메커니즘(산화 스트레스 가설)에서는, 8장에서 다룬 활성 산소와 관련된 ‘산화 스트레스 가설’에 대해 설명한다. 데넘 하먼은 1956년 세포에 항산화 분자를 공급하여 활성 산소를 퇴치하면 세포 손상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이것 역시 수명에 결정적 역할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었다. 한편 획기적인 장수 비결로 주목받은 바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 역시 100% 수명을 결정한다고 장담할 수 없음을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문학·신화·역사를 만나
예술이 된 수명과 노화의 과학

조너선 실버타운은 보기 드문 필력을 지닌 과학자이다. 앨프리드 테니슨(52,54쪽), 워즈워스(64, 110쪽), 에밀리 디킨슨(16, 126쪽), 딜런 토머스(100, 127쪽)……. 이것이 과학책인지 문학책인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시인과 소설가를 등장시켜 늙음와 죽음 및 그에 대한 저항을 노래한 후 재기 넘치는 해석을 더했다.

밤은 아침의 캔버스
절도-유산-
죽음, 하지만 우리의 지극한 관심사는
불멸

유산소 호흡은 악마와 맺은 계약이다. 유산소 호흡이 없으면 아예 살 수가 없지만, 산소 호흡을 하면서 영원히 살 수는 없다. 생명의 불에 열량을 태울 때마다 스스로를 화장하는 장작을 태우는 셈이다. 흥미롭게도 이것은 새로운 생각이 아니다. 셰익스피어는 소네트에서 노년을 이글거리는 불잉걸에 비유했다.

청춘의 재로 사그라지는,
임종의 침상에서 사위어야 할,
타올랐던 것으로 재가 되어 소멸하는 불씨. (본문 175쪽)

이 우아한 문장들은 역시 보기 드문 필력의 번역가 노승영의 언어로 재탄생했다. ‘과학 전문 번역가’로 불리며 《시사인》이 뽑은 ‘2014년 올해의 번역가’로 선정되기도 한 역자는 빼어난 문장력으로 원서의 숨결을 탁월하게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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